여고생들의 감수성은 고양이처럼 예민해서 조그만 일에도 상처받기 쉬우며 그 상처받은 마음은 한과 서러움이 되어 또 다른 공포가 된다. 순수한 이미지의 여고생들에게 학교란 곳은 상보적이면서 동시에 파행적인 관계이다. 하얀 교복, 수다, 염색하지 않은 검은 머리 등 여고생의 이미지는 학교 때문에 만들어졌지만, 학교란 제도는 여고생들의 감성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현 사회를 그대로 축소시켜 놓은 것처럼 다양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획일적인 제도와 함께 있어도 허전한 군중속의 외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모두 한 곳을 바라보며 웃고 있지만, 그 시선에 끼지 못했을 때의 허전함. 그리고 소외감. 소위 말하는 왕따이다. 왕따를 당하다 죽어버린 학생은 자신의 의지로 학교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나가지 못하고 매 년 다른 학생이 되어 학교를 다닌다.
박기형 감독의 영화 여고괴담은 남자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여고생의 감수성과 공포라는 정서를 아주 적절하게 섞어 놓았다.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이 한 명은 선생님으로, 한 명은 학생으로 돌아온다. 학생으로 돌아온 재이(최강희)가 학교를 떠돌 수밖에 없던 것은 공포영화의 법칙처럼 자신이 죽은 곳이 학교이기 때문이다. 따돌림을 당하다 혼자 외로이 죽어간 재이. 재이에겐 그저 교실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신의 자리가 있으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 하나만 있으면 행복한 것이었는데, 학교와 선생님, 친구들은 그 작은 행복을 빼앗아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재이가 매년 다니는 학교는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더 치열해져만 가는 경쟁, 여고생을 생대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선생 미친개, 일등과 이등의 차별, 친구들끼리의 따돌림.
이런 환경 속에서 재이와 같은 아이가 있다. 소영(박진희)과의 경쟁으로 인해 친한 친구마저 잃어버리고 성적만이 자신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정숙(윤지혜)이다. 정석책으로 머리를 맞아서 일명 ‘정석녀’라고도 불리는 정숙은 자신이 학교와 친구들을 따돌렸지만, 결과적으로 소외된 것은 정숙이었다. 정숙이 정석책으로 선생님에게 맞고 교실을 달려 나가 자살을 한 후에 정숙의 널브러진 책을 추슬러 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정숙의 소외감과 깊은 상처를 알고 있는 재이만이 정숙을 위로해줄 수 있었다. 모두가 돌아가고 텅 비어있는 교실. 그 교실에 홀로 들어와 정숙의 가방을 싸주는 재이. 학교를 매년 다니는 학생 재이가 있는 것이 소외감의 문제이듯이 영화는 이 장면에서 소외된 사람들끼리의 위로와 외로움이라는 영화의 근본적인 주제를 건드리며 상처를 감싸 안는다. 재이가 정숙의 빈자리에서 가방을 싸주는 장면. 서로의 상처를 서툴게 만져주는 여린 손길로 느껴져서 베스트 장면으로 꼽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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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3일 금요일 김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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