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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얼룩진 세 사람의 슬픈 일기! 데이지
ffoy 2006-03-21 오후 3:58:43 182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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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평을 쓰고 싶었던 마음이 조금은 사그러들었다는 것이다. 엄청 기대했던 영화였고, 기대 이상은 아니었지만, 딱 기대치만큼을 충족시켜준 영화였다. 개인적인 취향이 있기에 이 영화는 굉장히 와닿는 영화였고, 최고라는 이름을 또한번 붙여주고 싶어진 영화였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평은 썩 좋지만은 않은 듯 하다. 남을 의식하고 이 영화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또 너저분한 악플과 새빨간 비추천표시를 보면 영화에 대한 호의적인 기분을 망칠 것 같아서이다. 그래도 공감하는 네티즌들이 분명히 있으리라는 생각에 아직도 프레임처럼 돌아가는 머리 속의 상념들을 꺼내놓는다.  

  [데이지]... 분명히 사공(!)이 많은 영화다. 유위강 감독의 연출에 곽재용 감독의 각본, 그리고 스타급 배우 전지현, 정우성, 이성재가 있다. 게다가 유명한 네덜란드 현지스텝들까지 합세했다고 한다. 제작단계부터 암스테르담 올로케 등 이런저런 주목을 받기 충분한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도 처음에 곽재용 감독이 감독으로 내정되었던 영화였기에 관심이 증대되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각본만 맡았을 뿐인데, 곽재용 감독표 영화라는 느낌이 영화 이곳저곳에서 조금씩은 풍긴다. 물론 느와르적인 총격씬이나 빠른 스토리 전개와 독특한 연출은 유위강이 뽐낸 것일테지만, 그래도 심리적인 느낌이나 풍기는 정서적인 감정이랄까 곽재용 감독의 영화들과 흡사하여 [데이지]란 영화를 관람하며 기분이 참 좋았다.

 

  어느 해 봄, 전시회 그림을 그리기 위해 혜영(전지현 분)은 데이지 꽃이 만발한 들판을 찾는다. 화면 가득 담기는 이 장소, 정말 아름다운 곳으로 묘사된다. 벌써부터 이 곳을 찾고자하는 분이 계시리라. 그 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오던 중 외나무다리에서 혜영은 떨어지게 되고,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게된 한 남자 박의(정우성 분)가 등장한다. 그 날이 4월 15일... 박의는 그녀를 위해 마음의 다리를 놓아주고, 매일 4시15분에 데이지 꽃을 그녀의 가게에 배달한다. "Flowers~"라고 외치는 그 시간을 혜영도 이제 기다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낯선 남자 정우(이성재 분)가 데이지 꽃을 들고 나타난다. 좀처럼 이상해 보이는 남자지만 혜영은 그와 있는 시간이 좋다. 급속도로 가까워진 둘 사이, 정우는 혜영이 자신에게 보이는 호의의 비밀을 알게 되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긴 체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렇듯 영화는 세 사람의 시선을 동시에 끌어들이는 데까지 감각적이면서도 빠른 전개를 시도해 나간다. 특히 주인공들의 독백으로 묵묵히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는 듯 해보이지만, 그 안에 내면의 심리가 잘 적셔져 나오는 것 같아서 연출력이 참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빠르고 강렬한 연출 속에서도 디테일하면서 감성으로 묻어나는 서정적인 심리묘사를 잡아낸 점은 정말 좋았다.

  영화의 전체를 놓고 본다면, 단순한 스토리 구성일 수도 있고 인물 간의 관계도 진부할 수 있다. 하지만 때깔 좋은 영상미와 독특한 화면연출 그리고 포인트를 확실히 심어주는 장면장면마다의 호흡법이 이 영화의 단점들을 많이 덮어줬다고 보인다. 명장면을 뽑자면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힘들어하는 혜영을 위해 함께 있어주는 박의, 그리고 찾아온 정우... 문이 열리고 또 닫히면서 갈라지는 화면 속에 세 사람의 시선과 표정이 보는 이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울먹이며 "잘있었어요?"라는 종이를 들어보이는 혜영의 애절한 눈빛 속에서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며 울컥했던 것 같다. 솔직히 결말까지 가기 전까지는 박의의 감정은 극도로 절제되어 보여진다. 하지만 감정이입을 해보면 가장 감정적으로 극에 달할 수 있는 정서는 바로 박의의 감정이라고 생각된다. 더럽혀진 자신의 영혼까지 맑게 해줄만큼의 카타르시스를 뿜는 매력의 그녀였다. 그녀만이 행복이였고, 생활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를 웃게하는 정우가 나타나면서 박의는 총을 겨누며 죽이고 싶을만큼 그가 미웠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말을 못하는 그 마음, 용기를 내어 나타났지만 자신이 아닌 남과의 사랑에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그 운명... 어찌 그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으리오. 뼈 속까지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박의는 모든 것을 버리고, 그녀의 행복을 찾아주려고 애를 쓰지만, 영화는 비극으로 끝없는 곤두박질을 친다.

  결말은 참 평이하다고 볼 수 있다. 반전영화도 아닌데, 이 정도의 깔끔하면서 여운 짙은 결말이라면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으로 봤을 때 적당한 것 같다. 유위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에, 총질의 아쉬움이나 느와르적인 많은 것을 기대했다면, 영화가 참 시시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 이 영화를 느와르로만 볼 수 있겠는가? 이 영화는 분명 애잔한 멜로영화다. 느와르적인 요소는 영화적인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해 가미한 것이다. 비록 엇갈린 사랑을 표현하려다 보니, 사랑 그 자체의 심리묘사는 영화적인 여러 도구에 의해 감정이입 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 표면적인 표현 속에서 깊이 있는 정서를 찾아낼 수 있었다면 [데이지]는 충분히 감성적인 사랑영화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지]는 곽재용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정서를 깔고 있는 영화다. 각본도 좋았지만, 연출력과 편집력의 위력도 대단한 영화다. 세 가지 시선 속에서 감정의 공존과 배치, 그리고 교류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독특한 심리묘사를 가졌으면서도 화면연출이나 영상미가 탄탄한 뒷받침을 해준 것 같다. 한동안 이 감정 오래갈 것 같다. 그만큼 미술에서 말하는 여백의 미가 [데이지]에서도 여운의 미로 지속될 수 있으리라.

  세 사람의 엇갈려 버린 슬픈 사랑...데이지!

  눈물자욱으로 선명한 세 사람의 슬픈일기를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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