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미장센과 플롯의 미학을 이뤄낸 공포 드라마 코마 (TV)
ffoy 2008-01-08 오전 12:29:06 2069   [5]
 

클릭하시면 원래 크기의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어느 늦은 겨울 밤, 스산한 분위기에 젖어 케이블TV 영화시리즈였던 [코마] 한 편을 빌려왔다. [어느날 갑자기]처럼 독립적인 시리즈일 줄 알았는데, 첫 테이프를 보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이거 묘하게 이어지는데? 그래서 1편을 모두 보기도 전에 자정이 넘은 시간을 확인하고 대여점으로 달려가 나머지 시리즈를 모두 빌려버렸다. 그 날, 새벽까지 지새우며 한 시도 졸음 없이 [코마]라는 5개의 퍼즐영화에 몰입되어 버렸다. 지금 DVD도 질러볼까 생각중이다.

 

클릭하시면 원래 크기의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 생일파티 - 윤영의 시선 (공수창 감독)


  [알포인트]의 공수창 감독이 이 시리즈의 처음과 끝을 연출했다. 그만큼 전체적인 가닥을 잡고 기획연출을 했다고 생각된다. 익히 알려져 있는 [알포인트]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은 이 단편시리즈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솔직히 “생일파티”라는 독립적인 내러티브에는 큰 흥미를 못 끈다. 형편이 어려운 집안의 두 자매, 동생 혜영이 불치병이고 언니 윤영은 그런 동생이 은근히 없어졌으면 생각한다. 그러다가 위험한 실수에서 시작된 행동이 의료사고로 이어지고 그렇게 10년이 흘러 그 때 그들이 다시 만난다는 내용이다. 진부하기 그지없지만 공포분위기를 한껏 잡아주시는 센스가 수준급이고, 무엇보다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 시발점이라는 것이 너무 매력 있고 흡입력을 가져다주었다.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 대한 복선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깔아두고 있어서 이 영화만 독단적으로 놓고 본다면 그 감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윤영으로 분한 이세은은 [분신사바]에 이어 큰 감정연기 없이 그냥 특유의 공포이미지와 동공연기만으로도 충분한 열연으로 돋보여진 것 같다.    

클릭하시면 원래 크기의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 틈 - 강 간호사의 시선 (조규옥 감독)


  아무래도 두 번째 시리즈인 만큼 많은 것들을 풀어 놓는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 5개의 퍼즐을 맞춰나갈 것이라는 예고와 같은 느낌을 심어준다. 그래서 마치 호러스릴러의 요소도 다분하게 느껴진다. 인물은 몇 안 되지만 그네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 더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흥미진진한 몰입도를 선사한다. 전편에서 등장한 장면들이 다른 앵글로 잡히고 항상 똑같은 행동과 대사로 반복되지는 않지만 비슷한 듯 다른 듯 큰 무리 없이 연계성을 이어나간다. 장 선생과 내연의 관계를 이어온 강 간호사에 의해 10년 전 입 밖에 꺼내서는 안 될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회상된다. 소희라는 코마환자와 관련해서 이 병원을 다시 찾은 윤영도 함께 그 이야기의 흐름에 동참한다. 뭔가 풀릴 듯하면서도 명쾌하지 못하게 그 퍼즐의 끈은 계속 꼬여만 간다. 아무리 폐업을 앞 둔 병원이라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병원은 음침하고 오싹하기만 하다. 게다가 등장인물이 지극히 적어 마치 공포감을 주는 공간에 갇혀버린 폐쇄공포마저 느끼게 만든다.  

 

클릭하시면 원래 크기의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3. 목걸이 - 최 형사의 시선 (유준석 감독)


  드디어 최 형사로 분한 임원희의 정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1편부터 슬쩍슬쩍 지나가지만 비중이 적어 몹시 궁금했던 인물이다. 고정된 캐릭터가 있는지라 이번 역시 절대 善도 절대 惡도 못 되는 덜 떨어진 깐죽 캐릭터로 등장한다. 10년 전 의료사고를 덮어준 비리 형사로 나오는데, 과거의 이야기를 살짝 추가해주고, 현재 얽혀 있는 사건관계를 조금 더 명확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마치 범죄 수사극 느낌으로 흐르면서 공포감과 더불어 박진감을 더해준다. 거기에 임원희의 이미지와 애드립과 같은 코믹연기로 인해 유일하게 웃음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다. 그리고 이번 편에 새롭게 등장하는 여인이 있었으니 다음 편의 시점이 되는 홍아다. 거의 풀릴 것 같은 전체적인 윤곽이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더욱 혼란스럽게 스토리를 이어나가게 되고,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계속 안고 가기 때문에 몰입을 늦출 수가 없게 만든다. 참! 귀를 기울여보자. “피곤한 여편네구만!” 결자해지와 사필귀정의 교훈을 주는 함축적인 결말이 나름 괜찮았다.


클릭하시면 원래 크기의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4. 붉을 홍 - 홍아의 시선 (김정구 감독)


  미스테리 호러 느낌이 꽤 강한 에피소드다. 그리고 5편의 시리즈 중에서 그나마 가장 독립적인 스토리를 가졌다고 보여 진다. 영상미에 있어서 몽환적인 비주얼을 강조한 것이 미스테리 느낌을 더욱 조장한 듯하다. 1편부터 화두의 대상이었던 코마환자 소희의 비화가 소개되면서 그의 절친 홍아가 이 폐허 같은 병원으로 발걸음을 하게 된다. 그녀는 마치 영혼을 보는 능력을 겸비한 사이코메트러 같다. 3번이나 지나간 시간을 다시 4번째 뒤로 돌아간다는 점이 지루한 반복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놓쳤던 부분을 잡아내는 재미도 쏠쏠했다. 소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장 선생의 시선도 교차된다. 그의 의학적 야망과 욕심이 불러일으킨 비극적인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집착에 얽매이는 모습은 [코마]시리즈 최고의 악역으로 손꼽힐 만하다. 마지막에 소희가 홍아와 함께 사후세상에서 노닐며 끝나는 결말은 마치 신비로운 풍경과 아울러 묘한 동성애의 느낌마저 들었다.   

클릭하시면 원래 크기의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5. 의사, 장서원 - 장 선생의 시선 (공수창 감독)


  대단원의 막이다. 공수창 감독이 마무리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은 처음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1편의 분위기와 비슷하게 공포와 더불어 감정을 조장하는 드라마의 색채도 강하게 띤다. 그리고 극한의 광기를 보여준 장 선생으로 분한 이정헌의 열연이 단연코 돋보인다. [코마]시리즈의 큰 두 줄기는 생명을 잃은 두 여자를 중심으로 뻗어져 나온다. 바로 10년 전에 억울하게 죽은 혜영과 아직도 죽음의 고통을 겪는 산 송장 소희다. 그 연결고리의 의혹은 1편부터 불거져 나왔지만 마지막까지 명확한 해석은 해주지 않고 끝난다. 다만 같은 피의자에 대한 복수가 공통분모로 작용하면서 빙의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생각되는 바이다. 결국 어린 생명의 농락과 순수한 육체의 우롱에 동참했던 사악한 어른들은 처참한 말로를 맞이한다. 그리고 모든 비극이 시작된 10년 전 그 날의 슬픈 참상이 확연히 드러나면서 애잔한 분위기로 이어진다. 화해와 용서의 모드로 결말을 여운 짓지만 그래도 그 씁쓸함을 지울 수는 없어 안타까웠다.

 

클릭하시면 원래 크기의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코마]시리즈는 한 편 한 편을 따로 놓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퍼즐이 하나로 맞춰졌을 때 제 모습을 보이듯 이 역시 한 데 모여 엮였을 때 제 매력을 발산하는 듯하다. 이야기 설정에 있어서 진부함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을 조각내어 다듬고 끼워 맞추는 능력이 굉장히 탁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식상할지라도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재미가 감흥을 돋우는 것 같다. 공포감 연출 역시 일본 스타일의 이미지나 관절꺾기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각 편의 개성을 잘 살렸고 개개의 미장센을 잘 활용하여 표현한 점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총 0명 참여)
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2
1


84955 [마음이 2] 유쾌한 마음이 착한 마음으로 보세요~ (5) ffoy 10.07.23 1120 0 / 0
84493 [이끼] 윤태호의 웹툰 vs 강우석의 영화 (85) ffoy 10.07.12 19131 7 / 0
84227 [파괴된 사..] 파괴 후에 잊혀진 간절함이 있다 (37) ffoy 10.07.02 6904 0 / 0
84226 [나잇 & ..] 즐거운 팝콘 소비물에 힘 빼고 몸을 맡겨봐~ (6) ffoy 10.07.02 2059 0 / 0
72481 [울학교 이티] 다채로운 재미가 빛을 못 본 수작! (3) ffoy 09.01.23 1641 0 / 0
72480 [크루서블]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투영해 본다. (2) ffoy 09.01.23 901 1 / 0
72479 [살인마 가족] 빌어먹을 그들도 가족이었다. (2) ffoy 09.01.23 1428 0 / 0
69461 [원티드] 독창적인 비주얼과 화끈한 액션담! (1) ffoy 08.07.22 1813 6 / 0
65881 [데어 윌 ..] 악덕 석유업자의 파란만장 일대기 (5) ffoy 08.03.03 8451 28 / 0
현재 [코마 (T..] 미장센과 플롯의 미학을 이뤄낸 공포 드라마 (1) ffoy 08.01.08 2069 5 / 0
52612 [오션스 13] 돈X랄의 극치 vs 돈벼락의 진수 (3) ffoy 07.06.02 1526 4 / 0
51906 [행복을 찾..] 행복은 가만히 있는 사람을 피해간다! (3) ffoy 07.05.10 1462 9 / 0
50064 [마스터즈 ..] 약간 빈약한 두번째 호러 진수성찬! (4) ffoy 07.04.03 3988 9 / 0
49583 [넘버 23] 집착하지마라. Cool하게~(無 네타바레) (1) ffoy 07.03.19 1566 6 / 0
49282 [일루셔니스트] 착각 속에 진실이 있다... (2) ffoy 07.03.06 1984 7 / 0
48587 [1번가의 ..] 진정성이 충만한 소시민들을 위한 영화! (2) ffoy 07.02.18 1431 8 / 0
48178 [그놈 목소리] 영화도 이성을 잃었다! (10) ffoy 07.02.09 33653 23 / 0
47861 [아포칼립토] 인간의 원시적인 추악함이 드러난다! (5) ffoy 07.02.02 1830 6 / -1
47046 [데스노트 ..] 원작을 확~ 성형다이어트한 결과! (후편) (1) ffoy 07.01.22 1121 5 / 0
47045 [데스노트] 왜곡된 세상 속 정의의 변주곡! (전편) (2) ffoy 07.01.22 1202 3 / 0
44106 [마스터즈 ..] 다채로운 호러거장들의 뷔페 한 테이블! (19) ffoy 06.11.22 22458 23 / 0
33880 [데이지] 눈물로 얼룩진 세 사람의 슬픈 일기! ffoy 06.03.21 1824 6 / -1
33286 [백만장자의..] 작가의 표현력과 감독의 연출력! (5) ffoy 06.02.13 1584 12 / -7
33254 [사랑을 놓..] 있는 그대로의 '사랑' 영화 ffoy 06.02.11 1996 8 / -8
32329 [나니아 연..] 온가족을 아우르는 동화적인 상상! (5) ffoy 05.12.29 1309 2 / -1
32322 [왕의 남자] 가장 한국적인 색깔을 가진 영화! (18) ffoy 05.12.29 3147 15 / -1
32228 [파랑주의보] 세상에서 가장 슬프지만, 천국보다 아름다운... ffoy 05.12.25 1609 9 / -3
31869 [애인] 감독의 실수가, 관객의 실소로... (12) ffoy 05.12.03 18840 23 / -2
31786 [무영검] 한국무협의 참신한 시도! but 맵지 않은 김치? ffoy 05.11.27 1606 3 / -1
31358 [미스터 소..] 영화 자체가 온통 아이러니! 하지만... ffoy 05.11.08 10864 20 / -7
29608 [웰컴 투 ..] 구수한 누룽지맛과 시원한 박하향까지... (1) ffoy 05.08.01 1463 4 / 0
29262 [배트맨 비..] 배트맨은 아무나 하나~? (1) ffoy 05.07.07 2065 7 / -1
28243 [댄서의 순정] 풋풋한 설레임은 첫사랑이라는 이름으로... ffoy 05.04.19 1459 9 / 0
27986 [달콤한 인생] 한 남자에게 어려운 선택을 안겨준 정체모를 감정! ffoy 05.03.22 3161 21 / -1
27645 [숨바꼭질] 반전 뒤의 또다른 기쁨(!) ffoy 05.02.22 2835 9 / 0
27490 [제니, 주노] 선입견을 버리고 기획의도를 바라보자! (13) ffoy 05.02.15 2776 7 / 0
27361 [뉴 폴리스..] 마지막(?) New(!) 폴리스 스토리! ffoy 05.02.05 1260 4 / 0
27337 [말아톤] 자폐아에 대한 신선한 충격이 되어준 영화! (2) ffoy 05.02.04 2099 8 / 0
25533 [여선생 V..] 연애다툼 뒤엔 사제지간 동병상련의 아픔이... ffoy 04.11.05 1418 1 / 0
24750 [썸] 나의 미래가 추억이 되어버렸다! 운명의 장난? ffoy 04.10.14 1604 4 / 0

1 | 2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