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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끈하게 잘 빠졌다... 스타트렉 다크니스
ldk209 2013-05-31 오후 12:45:43 14735   [3]

 

새끈하게 잘 빠졌다... ★★★★☆

 

영화는 아직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외계 행성이 화산 폭발에 의해 멸망하는 것을 저지하는 엔터프라이즈호의 활약을 보여주고는 존 해리슨(베네딕트 컴버배치)에 의한 런던 테러 장면으로 넘어간다. 스타플릿 요원이라는 존 해리슨은 스타플릿의 함장들이 모여 테러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장을 습격, 많은 사상자를 낸 뒤 연방의 적인 클링온 지역으로 도망간다. 클링온과의 전면전을 우려한 사령부는 커크(크리스 파인)에게 비밀임무를 부여하고, 엔터프라이즈호는 비밀무기(어뢰)를 장착한 채 클링온 지역으로 향한다.

 

J.J. 에이브럼스가 연출한 두 번째 스타트렉인 <스타트렉 다크니스>(이하 <다크니스>)의 감상평을 간단히 얘기하라고 하면, 그냥 새끈하게 잘 빠졌다, 어디 하나 덜컹거리는 곳 없이 유려하게 흘러간다, 아니 그냥 쌈빡하게 재밌다,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가끔 에이브럼스를 별 볼 일 없는 그저 블록버스터 감독이라고 평가 절하하는 경우를 보곤 하는 데, 에이브럼스의 최대 장기는 뭐니 뭐니 해도 영화를 재밌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철학적인 깊이를 얘기하기엔 좀 얇다는 느낌도 있지만, 그렇다고 마이클 베이처럼 마냥 가벼운 것도 아니다. 특히 비슷한 시대를 산 사람으로 느끼는 그의 최대 장점은 자신이 어릴 때 즐겼던 영화의 흥분을 구리지 않게 현대에 맞게 재현한다는 점일 것이다. <스타트렉>도 그렇지만, <슈퍼 에이트>를 보면 이 점은 명백해 진다.

 

<다크니스> 역시 앞에서 얘기했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전작인 <스타트렉 : 더 비기닝>을 보고 보면 더 재밌겠지만, 안 봐도 무방하다. 전작이나 시리즈를 모르고 봐도 이해 가능하고 충분히 재밌게 만든다는 것 역시 에이브럼스 작품의 특징이다. 짧은 에피소드 하나로도 커크와 스팍(재커리 퀸토), 둘의 대립되는 가치관과 스타일을 한 눈에 알 수 있으며,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 감정적인 커크가 이성적 판단을 내릴 때, 이성적인 스팍이 감정적으로 변할 때라는 점은 에이브럼스가 어떻게 해야 영화가 재밌어진다는 점을 알고 있음을 말해 준다. 비단 둘 만이 아니라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한 두 장면으로 설명되고, 그들에게 주어지는 역할 역시 매우 섬세하게 나눠져 있다는 건 <다크니스>의 매력지수를 끌어 올리는 주요한 동력이다. 뛰어난 연기력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내뿜는 카리스마가 일품인 강력한 악당의 존재도 영화적 재미를 끌어올리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SF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와 함께 대표적인 스페이스 오페라인 <스타트렉>에서 볼거리를 빼 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 장엄한 우주, 그리고 그 우주를 눈에 듬뿍 담을 수 있는 깊은 포커스와 광활한 공간감은 쉽게 잊혀지기 힘든 경이로운 순간을 제공한다. 전반적으로 3D 효과가 좋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우주의 넓은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리라. 액션 장면에서도 그 진가는 여지없이 드러난다. 특히 마지막의 거대한 우주선의 추락 장면은 그저 대단하다.

 

재미라는 측면을 떠나 <다크니스>가 다루고 있는 테러나 테러범에 대한 자세도 긍정할만하다. 여기엔 확실히 9.11의 그림자 또는 극복의 노력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건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한데, 하나는 영상이다. 거대한 우주선이 건물들을 박살내며 추락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9.11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또 하나는 태도의 성숙함인데, 진정한 악은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자랐고 우리가 바로 그 악을 만들어 온 장본인이라는 자성의 태도. 그리고 악에 대항하기 위해 스스로 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조야 말로 9.11 이후 보여줬던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반성으로도 읽히는 지점이다.

 

※ SF 영화, 특히 광활한 우주를 다루는 영화는 무조건, 가급적 큰 스크린으로 봐야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최대 스크린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CGV 영등포 스타리움관에서 본 우주는 그야말로 거대했다.

 

※ 전편에 이어 유머감각 역시 좋다.

 

※ 생각해보면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 영화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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