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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넘치는 메타포가 오히려 독이 된 영화 해무
jojoys 2014-08-14 오후 4:49:42 1941   [1]

※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대중적 공감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해 보였던 심리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 111분

심성보 감독 / 김윤석, 박유천, 한예리.. / 개인적인 평점 : 6점

 

    안녕하세요? 가을을 재촉하는 듯한 비가 보슬보실 내리는 목요일이네요. 오늘은 어제(13일) 메가박스 북대구에서 관람하고 온 <해무>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다들 잘 아시다시피 봉준호 감독님께서 제작을 맡으신 <해무>는 올 여름 제작비 100억 이상이 투입된 한국영화 빅4(<군도:민란의 시대>,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 그리고 <해무>) 중 마지막 주자로 개봉하게 된 심성보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인데요. 하지만 CJ가 배급을 맡고 있는 <명량>, 롯데가 배급을 맡고 있는 <해적:바다로 간 산적>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급력이 떨어지는 NEW가 배급을 담당한 <해무>는 다른 한국영화 빅4들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스크린을 확보하는데 그치며 개봉 첫 날 일일 박스오피스 3위라는 부진한 성적(17만4,293명)으로 국내 박스오피에 데뷔하고 말았죠.

 

■ '이건 시작부터 너무 불공평하잖아!!', 한국영화 빅4의 개봉 첫날 스크린/상영횟수 비교

※ 위 표에 사용된 데이터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참고하였습니다.

 손익분기점은 해외배급, 홍보비 절감 등과 같은 여러 변수들로 인해 유동적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개봉하자마자 국내 관객들로부터 거센 혹평들이 쏟아지는 바람에, 벌써부터 손익분기점(300만) 돌파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말았는데요. 각종 포털 사이트마다 혹평을 넘어 악평 일색인 <해무>를 과연 전 어떻게 보고 왔는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자신의 삶과 추억, 그리고 꿈을 지탱하기 위해 밀항일을 맡게 된 그들의 이야기

줄거리 IMF한파가 불어닥친 1998년 가을의 여수. 한때는 다방에서 하룻밤에 수백만원을 탕진할 정도로 돈을 쓸어 담았지만 지금은 볼품 없는 뱃사람으로 전락하고 만 안강망 어선 '전진호'의 선장 강철주(김윤석)는 선주(기주봉)로부터 전진호의 폐선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요. 자신의 화려했던 지난날에 대한 기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있는 전진호를 이대로 폐선시킬 수 없었던 철주는, 자신이 직접 구입하기 위해 이리저리 자금을 융통해보지만 전진호를 구입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알게 되죠.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전진호가 폐선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된 철주는 마지막 수단으로 밀수업을 하는 후배 여상구(조덕제)를 찾아가 덜컥 밀항일을 맡겠노라 자청하는데요. 과연, 철주는 무사히 밀항일을 마치고 전진호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 <해무> 예고편 ★

    익히 알려진 대로 <해무>는 지난 2001년 전남 여수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제7태창호 사건(태창호(67톤급)의 선원들이 중국인 49명, 조선인 11명을 태우고 밀입국을 시도하던 과정에서 질식으로 사망한 25명의 시신을 바다로 버린 사건이죠.)'을 소재로 한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 한 작품인데요. 이처럼 <해무>는 끔찍한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 대다가, 여전히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박유천씨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개봉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죠. (실제로 제가 관람한 상영관만 하더라도 박유천씨를 보러 온 것으로 추정(?)되는 수 많은 여성 관객분들이 ​자리하고 계셨답니다. ^^;;)

    <해무>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다중적 메타포(은유)로 가득 채워진 묵직한 심리 드라마'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내러티브나 플롯, 미장센, 캐릭터 등등 <해무>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요소들이 한결 같이 대중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탓에, 영화가 끝난 후 상영관을 나서는 관객 중 열에 아홉은 볼 멘 소리만을 잔뜩 늘어놓고 계시더라구요. ^^;;

인간의 원초적이고도 추악한 본성에 대한 심리 드라마

 

    <해무>는 제작비 100억이 투입된 영화답지 않게 대중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작품색으로 인해 개봉과 동시에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해무>에 대한 온갖 혹평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하지만 전 <해무>를 그럭저럭 흥미롭게 관람했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재밌게 관람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요. ^^;;)

 

    제가 <해무>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인간의 원초적이고도 추악한 본성에 대한 다중적 메타포들 때문이었는데요. 전진호라는 공간적 설정에서부터 전진호의 여섯 선원들의 캐릭터, 그리고 밀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들에 이르기까지 <해무>를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들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 그 이상의 다중적인 은유들을 가득 품고 있었던 탓에, 전 각 장면들이 담고 있는 메타포들의 의미를 찾고 또 되새겨보느라 한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거든요.

 

    <해무>를 관람하는 도중 저는 문득 봉준호 감독님의 <설국열차>가 떠오르기도 했었는데요. 현대자본주의사회의 신계급구조를 열차라는 공간 속에 투영시켜 놓고 있는 <설국열차>와 인간의 온갖 추악한 본성으로 인해 야기된 온갖 죄악들이 가득 넘쳐나고 있는 이 세상을 역시나 전진호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는 <해무>가 꽤 닮은 구석이 많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죠. 물론, <해무>에 비해 <설국열차>가 작품의 내러티브나 볼거리 등에 있어 훨씬 더 많이 대중성을 고려한 작품인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캐릭터 한명한명에서부터 각종 사건과 내러티브에 이르기까지 작품 구석구석에 온갖 메타포들로 가득 채워져있다는 점에 있어서 만큼은 서로 일맥상통하고 있었거든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이 세상은 인간의 원초적이고도 추악한 본성에 의해 지금 이 순간에도 크게 신음하고 있는데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은 '남들도 다 이러는데 뭐'하는 핑계로 자신의 추악한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사람들에서부터, 욕, 명예욕, 물욕 등 같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는 짐승같은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다양한 죄악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이 세상을 형상화 하고 있는 공간이 바로 <해무>의 전진호죠.

 

    이처럼 <해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빗대고 있는 전진호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추악하고 괴물 같은 존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수 많은 다중적 메타포들을 활용해 신랄하게 퍼붓고 있는 심리 드라마였답니다.

 이 단락 이후의 내용은​ <해무>를 좀 더 깊이 말씀드리기 위해, 다소 스포가 될 수 있을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

스크린 가득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

 

    <해무>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순박해보이는 전진호의 선원들이 한순간에 추악하고 원초적인 본성에 잠식당해가는 모습이라던지, 육지에서는 아내의 외도 장면을 목격하고도 화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하기만 했던 철주가 전진호에서 만큼은 세상에 둘도 없는 폭군으로 변하는 모습등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추악한지에 관한 이야기 쉴 새 없이 퍼붓고 있었는데요.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말해주는 전진호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철주에서부터 세상 그 누구보다 순하고 고운 심성을 지녔지만 정작 불의에 맞설 용기는 턱 없이 부족한 기관장 완호(문성근), 언제나 사람 좋은 푸근한 미소로 동료 선원들을 다독이지만 철주를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을 지니고 있는 갑판장 호영(김상호), 평소에는 동네형처럼 친근한 모습이지만 내면 속에는 물욕과 색욕이라는 추악한 본성을 억누르고 있는 경구(유승목)와 창욱(이희준), 여기에 선원들이 선의로 건네는 컵라면 하나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조선족 길수(김영웅), 따뜻한 잠자리를 위해 경구에게 서슴 없이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율녀(조경숙) 그리고 돈을 쫓아 소학교 선생님 자리를 내팽겨치고 밀항선에 오른 오남(정인기), 그리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적 약자인 철주를 갈취하는 김계장(윤제문) 등 자그마한 안강망 어선 전진호 안에서 보여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추악한 이면을 노골적으로 투영하고 있는데요. 특히, 전진호를 자욱한 해무가 삼키게 되면서 절정으로 치닷기 시작하는 끔직한 사건들은, 궁지에 몰리면 몰릴수록 일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게 되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기도 하죠.

과도한 메타포와 회곡적 구성 등이 치명적인 독이 되어버린 <해무>

 

    이처럼 <해무>는 극의 공간 설정에서부터 캐릭터와 사건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메타포들이 쉼 없이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심리드라마였는데요. 하지만 차고 넘칠 정도로 과하게 느껴지는 메타포와 더불어,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로써의 그것이라기 보다는 연극무대에서 보여지는 그것에 훨씬 더 가깝게 느껴졌던 캐릭터들의 과장된 연기와 설정 등이 결합됨으로 인해, 결국에는 작품과 관객의 소통을 단절시켜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더라구요. 그리고 <해무>의 바로 그러한 소통의 단절이 일반 관객들로 하여금 혹평을 쏟아낼 수 밖에 없게끔 만들고 말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무>는 국내 영화로써는 보기 드물게, 밀도 높게 짜여진 촘촘한 메타포를 품고 있는 심리드라마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있어서는 관람에 대한 충분한 동기부여를 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다만, 상업영화적인 재미를 기대하시는 관객들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말마따나 <해무>가 발암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그점을 충분히 고려하신 후에 관람여부를 결정하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

 

    전 그럼 이쯤에서 <해무> 리뷰는 마치고, 오늘 저녁 시사회로 관람 예정인 <더 퍼지:거리의 반란> 리뷰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


(총 1명 참여)
spitzbz
이번 여름 4대 한국 방화 대작 중에서 가장 기립박수를 쳐주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그저 큰화면으로보는 멋진 영상이나 재밌는 웃음을 기다리고 오신 분들에게는 안타깝지만.. 박유천이나 본것으로 만족해야될.. 어느정도 수준높은 감독의 혼이 담겨있는 듯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대중성따위?? 개나주라고.... 그런 영화들은 이제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지금도 극장의 90% 이상을 가득매우는 대중성과 상업성만을 목적으로하는 영화들 중에서 진주같은 영화였네요.   
2014-08-16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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