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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라는 이름의 가치. 그래서 아쉬운. 소리굽쇠
ermmorl 2014-12-06 오후 7:13:47 1082   [0]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고, 편의상 말을 짧게 합니다.

 

또 대사는 일부 틀릴 수 있으나 느낌을 전하기에 충분하리라 판단합니다.

 

마지막으로 오타가 많을 수 있으니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놓은 것이니만큼 의견을 주시면 감사히 수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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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장소 : 대한극장 6관(GV 및 토크 콘서트)
상영일시 : 2014.10.29 20:00


우리는 살아가면서 불운한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고, 좋은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것을 경험한다.
굳이 머피의 법칙이니 샐리의 법칙이니를 들먹이지 않아도 그것이 삶임을 안다.


내 눈앞에 불운한 이가 있고, 지금 내가 행복하다고 하여도, 언제 그것이 뒤바뀔지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이 행복이 지속하기만 할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산다.
그 희망에 매번 배신을 당하면서도 말이다.


한 때, 우리가 일본이라는 국가의 식민지로 살아갈 때, 그들은 대부분 불행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을 이용해 부를 쌓고, 지금까지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이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들은 아주 소수일 것이다.
대부분은 치욕적인 일본의 정책에 몸을 움츠려야 했고, 그것을 저항하는 이들은 모진 고문과 죽음을 경험했을 것이다.


각자가 느끼는 불행의 정도는 다르고, 지금의 나보다 불행하고, 더 행복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때 겪은 고통으로 그 이후의 삶을 불행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도 존재하고, 불행 속에서 삶을 마감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쟁이란 너무나 잔혹해서 여러 희생자를 남긴다.


끊임없이 이야기되는 주제가 있다면, '위안부'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할머니들(이제는 점차 증조할머니)은 무자비한 그들에게 자신을 잃었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고통 속에 살았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모른 채 더럽다고 돌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를 감히 상상해보자면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물론 그들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스스로 자원해서 겪은 일이 아니지만,
내가 아닌, 내 가족이 아닌 타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칼날 같다.


그러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증명할 길은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녀들에게 돌을 던졌느냐, 그러지 않았느냐가 아니다.
그녀들은 상처 입었고,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존재가 되었다.


상처를 감추고, 덮어 두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좋은 것만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처 역시 우리 자신의 일부이고, 감추기보다는 치료해야 할 대상이다.


다큐멘터리 '그리고 싶은 것'을 보면, 꽃 할머니 권윤덕 님은 그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나이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자 동화책으로 쓰자 했고, 더 나아가 모두에게 알리고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과정이 그녀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정확하게 그것을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와 일제강점기, 원폭 피해 등 한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일들을
우리는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그것을 이야기하지만, 극 영화로써는 찾아볼 수 없고, 그러한 흐름은
1, 2차 세계대전을 다루는 외국의 그 모습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한다.


하물며 태평양전쟁 등 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조차 자신들의 그것을 정당화하는 영화를
끊임없이 내놓고 있는데, 피해자인 우리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소리굽쇠'는 의미가 있다.
그 문제를 담아낸 최초의 극영화임이 그렇고, 더 나아가 원폭 피해자를 다룬 것도 그러하다.


완벽하게 담아냈다고 하기에는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다 보니
상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을 수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이 된다.
위안부 피해자인 귀임 할머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조선족 향옥, 원폭 피해자의 2세 덕수.


순서대로 1번 이야기, 2번 이야기, 3번 이야기로 나누었을 때, 시작은 1번이다.
이후 2번 이야기가 진행되고, 다음에는 3번과 어우러진다.


마지막에는 다시 1번 이야기로 끝을 내지만, 결론적으로 그 세 가지 이야기 중 어느 하나 제대로 보인 것은 없다.
위안부의 피해는 단지 귀임 할머니의 정신상태를 설명하는 정도에서 끝이 나고, 조선족과 원폭 2세 문제는
그들의 이야기에 하나의 장애물로써만 접근된다.


결국, 상처를 가진 자들의 사랑과 가족애로 이야기는 결론이 나버린다.
위의 세 가지 이야기 외에 사랑이 있는 것으로 가장 비중이 크다.


그래서 생기는 궁금증이라면, 그렇게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룰 것이라면,
애초에 완벽하게 배경으로써만 삼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결국, 그 어떠한 것도 완벽하게 보이지 못했다.
사랑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내걸었던 위안부 문제는 너무나 약했다.


차라리 조선족에 대한 우리들의 시선이 더 잘 나타났다.
길지 않게 나왔던 동네 양아치 3인방의 모습은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몇 마디 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강렬했다랄까.
비단 조선족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누군가를 폄하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곳에서 볼 수 있었다.


어찌 보면 그들의 시선이 우리가 위안부를 바라보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일 뿐, 그것이 제대로 보였다고는 생각되진 않는다.


그래도 눈물을 흐르게 하기에는 충분했고, 앞으로 이처럼 그 당시의 문제에 대해서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기대할 수 있었기에 그것을 희망으로 삼고자 한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상처를 더 바라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상처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치유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다른 이들의 상처에 무관심했고, 우리들의 상처를 보지 않아 겨우 그 정도로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하며, 이제는 다음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 5개 만점

★★★☆(스토리 6 연출 7 비쥬얼 7 오락 7 연기 7 총점 7)
이 영화가 부족하고, 높은 점수를 받을 작품이 아닐 수도 있다. 어딘지 어설프고, 저예산으로 만들어져 허점이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작은 늘 어렵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다. 한발을 내딛는 것이 어렵지만, 그 후의 발걸음은 조금 더 가벼울지 모른다.
물론 시작으로 치부하기에 안타까움이 들 정도이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흘릴 수 있는 감정의 호소는 충분했으며, 다음이 기대된다.
다음에 이와 같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정확하게 어느 하나를 파고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는 소재가 너무나 아까우며, 그 접근이 부족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독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반이나 했으니 나머지는 잘 해결될 거라는 믿음이 느껴진다. 시작은 반이지만, 완은 아님을 상기했어야 했다랄까. 시작과 끝이 제대로인 다음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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