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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싶은 밑그림은 컸지만... 강남 1970
ldk209 2015-01-23 오후 10:25:37 32509   [1]
그리고 싶은 밑그림은 컸지만... ★★☆

 

고아원에서 만난 종대와 용기는 재건대 활동(넝마주이)을 하다가 우연히 정치깡패의 일원으로 야당 전당대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행패를 부리는 현장에 가담하게 됩니다. 그 현장에서 용기와 헤어진 종대는 자신을 받아 준 길수를 아버지처럼 모시며 몰래 조폭 생활을 이어 나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종대는 제비족을 통해 알게 된 복부인과 함께 강남 개발에 뛰어 들게 되고, 명동파의 중간보스가 된 용기와 재회하게 됩니다. 둘은 조직은 다르지만, 몰래 연락하며 자신들의 보스들을 제거할 계획을 세워 나갑니다.

 

소위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의 완결판’(대체 왜 이런 카테고리로 묶는지 잘 모르겠지만)이라는 <강남 1970>은 일단 야망이 큰 영화입니다. 조폭과 한국의 개발 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0년대 강남 개발 시대를 엮은 다음, 그 안에 고위급 정치인, 복부인 등을 뒤섞어 놓았습니다. 정말 잘 빚는다면, 한국의 조폭이 그저 자그마한 가게 영업권을 두고 싸움질이나 하던 깡패집단에서 정치권을 등에 업은 외형상 경제(특히 부동산 관련한 사업) 집단으로 성장하게 되는 원형을 적나라하게 묘사할 수 있었겠죠.

 

유하 감독의 야망은 <강남 1970>에 <대부>의 향기를 심어 놓은 데서 잘 드러납니다. 종대가 아내가 바람피운다는 남자의 호소를 듣고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장면이나 길수의 딸 상견례와 종대와 용기가 벌이는 피의 쿠데타 장면을 교차 편집한 장면은 정확히 <대부>를 연상하게 합니다. 그러나 <대부2>를 꿈꿨던 <친구2>처럼 <강남 1970> 역시 비슷한 장면을 집어넣는다고 그런 수준이 될 수 없음을 명백하게 보여준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단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어떤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배우 김래원과 이민호의 외모가 너무 강력해서인지 처음 이들이 넝마주이로 등장한 모습에서부터 이들이 어렵게 성장했고, 힘들게 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분장이네’ 수준에 머물러 버립니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조폭의 중요한 인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분투가 보이는 게 아니라 그저 운 좋게 얻어 걸린 선물이라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그러니 결말에서 어떤 비장함과 허무를 느끼긴 힘들더군요. 이는 비단 둘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영화에 출연하는 인물들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정진영의 경우에도 평소 이미지가 배역보다 강력해서 배역을 먹어 버립니다.

 

게다가 영화 속 에피소드나 연출은 뭐 이리 촌스러운지, 누구 말마따나 70년대가 배경인 영화를 만들면서 70년대 영화처럼 촌스럽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하나만 꼬집어서 얘기하자면, 이민호가 김지수와 키스하고는 땅문서를 하나 가지는 장면에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대체 김지수라는 배우가 이 영화에서 왜 필요한지도 조금 의문입니다)

 

영화는 드라마와 인물의 감정 축적은 소홀히 한 채 시종일관 서로의 뒤통수를 치기 위한 세력의 대결만을 끊임없이 되풀이 합니다. 이러니 어떤 인물에게든 절실함이 보이지 않고 감정이입할 인물이 안 보이는 거지요. 결국 영화가 관객에게 보여주는 건 과도한 피와 섹스의 향연입니다. 액션 장면 그 자체는 나름 잘 빚었다고 할 수 있지만, 과도하게 잔인한 액션장면이 반복되면서 이마저도 뒤로 갈수록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 김래원이 좀 더 교활한 캐릭터였다면 어땠을까요?

 

※ 마지막 이민호와 김래원의 과거장면은 이 영화 구림의 마지막 결정판입니다. <신세계>의 마지막 장면도 좀 구리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나마 <신세계>는 이정재와 황정민의 초창기 모습을 영화에서 보여준 적이 없어 나름 이해할만 했습니다. 그런데 <강남 1970>은 둘의 넝마주이 생활을 보여주며 영화를 시작합니다. 그걸 굳이 낭만적인 음악을 깔고는 되풀이해(물론 같은 장면은 아니지만) 보여줬어야 했을까요? 손가락이 오글거리더군요, 주위 관객도 키득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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