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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리고 그 여자 낯선 여인과의 하루
kharismania 2007-01-24 오전 4:08:49 768   [2]
낯선 이성과의 달콤한 하룻밤 로맨스. 마치 이 영화는 어느 남녀의 은밀한 원나잇 스탠드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요즘 말처럼 쿨하게. 그 분할된 화면이 비추는 남녀는 결혼식장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를 제쳐두고 카메라의 응시를 독점한다. 좌우대칭으로 반듯하게 나눠진 화면은 그 남녀를 각각 주목한 채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경계선을 지우지 않는다. 그 남녀가 서로를 은연중에 의식하는 순간부터 서로가 마주하는 순간이 되어서도 그 경계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경계는 하나의 분기점이 된다. 넘어설 수 없는 남녀의 금기같은 현실을 그 분할된 화면의 경계는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두 남녀는 제목처럼 "낯선" 타인들의 모양새를 취하지만 그들의 대화가 진행될수록 관객이 그들의 연기에 오해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의 대화가 그네들의 과거를 한꺼풀 벗겨내고 동시에 그 분할된 화면은 종종 그 과거를 증거자료로 플레이한다. 분할된 화면은 떄로는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동시에 배치시키기도 하고 남자와 여자의 심리를 동시에 드러내는 장치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카메라를 독점하는 사연은 무엇인가.

 

 7번째 이하로 친한 친구임에도 우연찮게 결혼식에 초대받았기에 불량 들러리가 되어도 상관없다는 그녀(헬레나 본 햄 카터 역)는 연신 담배연기를 뿜어댄다. 그런 그녀에게 술 한잔을 권하며 다가서는 능청스러운 그(아론 에크하트 역)는 서로간의 낯선 거리감을 좁히며 서서히 비밀스러운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사연까지 숨어들어간다. 사실은 그런 것이다. 전혀 관계없는 낯선 이를 대하듯 하지만 사실 어느 누구보다도 가까웠던 사이였던 남녀는 그 관계의 부서짐 이후 오랜 시간을 건너 타인으로 재회한다. 그들은 마치 처음 만난 남녀처럼 서로를 대하고 희미해진 서로간의 연관관계를 통해 조금씩 다가선다. 그 미묘한 감정은 불순한 동기로 발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불순한 동기가 심리적인 불쾌함보다는 발랄한 호감으로 빚어지는 것은 남녀가 취하는 태도 자체에 있다.

 

 현실안에서 남이 된 듯 하지만 남녀는 여전히 과거를 기억하고 그 희미해진 과거의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 이미 과거의 일부가 되어 현실에서 더이상 들춰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로맨스는 갑작스러운 재회와 함께 순간 점화된다. 물론 그것이 지독하게 뜨거운 열기를 머금었다면 현실의 파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내달림이 되었겠지만 극중 남녀는 현실이라는 기준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가 지녔던 감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지만 그 감정을 지속시켜 나가는 행위를 반목하지 않는다. 남자의 갈구도 여자의 망설임도 현실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다.

 

 영화는 오랜만에 해후한 남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서로에 대한 이끌림과 그에 대한 반작용과 같은 망설임과 당황스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가 서로를 끌어안게 되는 과정과 그 이후의 작은 갈등과 감정에 대한 갈구와 거절. 그 모든 상황을 짧은 시간안에서 깔끔하고 명료하게 이끌어낸다. 불순하고 퇴폐적인 기운의 소재를 유쾌함과 씁쓸함의 이중창으로 빚어낸 영화의 감성적 화음은 선명한 감정적 각인을 남긴다.

 

 결국 그 중요한 순간에 맺어지지 못한 인연은 오랜 시간뒤의 조우를 만들어내지만 그것은 더이상 그 미련이 현실로 이어질 수 없음을 각인하게 되는 계기로 귀결될 따름이다. 그 무르익은 감정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건넜던 시절에 마침표를 찍어버린 채 달아나듯 벗어나버린 로맨스는 결국 다시 한번 반복될 수 없음에 남자는 고개를 떨구고 여자는 고개를 돌린다. 그 분할된 화면은 결국 한 공간에 머물고 서로를 마주하면서도 결국 함꼐 할 수 없는 남녀의 현실을 드러내는 것만 같다. 과거를 회상하고 그 과거속으로 잠수하며 한순간의 낭만을 건너가지만 결국 현실로 다시 돌아와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다시 그 하루동안의 재회를 과거의 추억속에 묻으며 그 남자와 그 여자는 현실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오늘의 사랑을 가르쳐 준 과거의 연인을 떠올리며 자신에게도 낭만이 존재했다는 것을 아름답게 간직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 남자와 그 여자의 분할된 화면은 같은 공간에서 뚜렷하지만 서로 다른 택시를 타고 있는 마지막 순간에서는 오히려 하나의 공간처럼 엮어진다. 그것은 그들이 보낸 하룻밤의 의미가 단지 한순간의 의미로 끝나지 않았음을 대변하는 것 아닐까. 그 짧은 재회로 인해 깨닫게 된 과거 한시절의 아름다운 로맨스.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그 시절이 있었다는 것. 그것이 그 짧은 하룻밤이 가져다 준 긴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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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인과의 하루(2005, Conversations With Other W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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