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짱구라는 만화는 아직까지도 별로 정이 가지 않는 만화입니다.  깔끔하고 실사같은 느낌도,  예쁜 등장인물도, 이야기 내용도 5살 꼬마가 하는 행동이라고 보기엔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 많아 간간히 케이블 방송에서 보는 정도였지요. 실제로 이 만화는 아이들이 보기엔 적합하지 않은 등급이며 이 때문에 우리나라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짱구 관람을 자제시키고 있습니다. 그래도 꼬마가 하는 행동이 엉뚱하고 기발한 면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끼며 시청하곤 했습니다만 방송도 아니고 극장에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우연히 개봉한다는 광고를 본 아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졸라대는 성화에 못 이겨 결국 함께 보고 말았죠.  애들이라고 공짜도 아니고 청소년 요금을 내면서 봐야 하는 요금이 아깝기도 했지만 막상 보게 된다는 이야기에 좋아라 뛰어 다니는 애들을 보니 조금 마음이 풀어지긴 합니다.

왜 그렇게 아이들이 짱구를 좋아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짱구에겐 애들이 좋아하는 매력이 숨어있는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연신 엉덩이를 흔들며 예쁜 누나들을 좋아하는 5살 짱구가 어른들을 가지고 놀며 벌이는 좌충우돌 코믹 행동은 아이들에겐 꽤 재미있겠죠. 액션가면을 가장 좋아하고 동생 짱아를 잘 돌보면서 키우는 강아지인 흰둥이와는 상황에 따라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한 어정쩡한 관계 속에 주로 엄마와 티격대며 하루를 보내는 짱구는 어른들에겐 악몽같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면이 있는 꼭집어 단정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이번 개봉작품은 극장판 짱구의 15번째 작품으로 부제가 '태풍을 부르는 노래하는 엉덩이 폭탄'입니다.  '엉덩이' 외계 생명체가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거대한 운석을 파괴하기 위해 날린 폭탄 중 1개가 지구로 떨어져 흰둥이 엉덩이에 붙어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행성 하나를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폭탄 제거를 위해 '응카 (응가와 발음이 비슷)'라는 단체는 흰둥이 엉덩이와 폭탄을 분리할 수 없게 되자 지구인을 살리기 위해 로켓에 흰둥이와 폭탄을 태워 지구밖으로 날려 버리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죠. 이 즈음에 폭탄을 이용하여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위한 미녀테러집단 개양귀비 공연단까지 합세하여 흰둥이를 살리기 위한 짱구가족과의 물고 물리는 눈물겨운 행보가 아이들에게 큰 웃음과 눈물을 안겨 줍니다.

역시나 이번 작품에서도 여자를 밝히는 (?) 짱구의 매력은 여전하고 가족을 위해 발냄새가 나도록 뛰어 다니는 아버지의 숨겨진 액션도 볼 수 있습니다.  케이블 만화와 달리 우주까지 행동 반경을 넓히며 훨씬 커진 스케일이 압권(?)이며 가족의 소중함까지도 일깨워 주는군요. 다만 어른들이 재미를 찾기엔 무리가 있어 애들을 위한 희생정신이 필요한 작품이랄까요...지나치게 여성임을 강조한 만화속 여자들의 모습이나 발랑까진 애가 팬티를 내리고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은 살갑지 못해 다분이 왜색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애들은 애들 다와야 하는데...

아이들이 아니라면 절대 돈을 내고 주말에 극장에서 볼 이유가 없었던 작품이라 이런 리뷰를 쓰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그나마 TV에서 들을 수 없는 실제 일본 성우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색다른 경험이었다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짱구는 별로 정이 안가는 만화 주인공입니다.   얼마 전 짱구만화의 원작자 우스이 요시토가 등산 중 실족사 하셨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이제 짱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