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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연과 비관, 자학의 정서... 네버 렛미고
ldk209 2011-04-11 오후 5:07:59 819   [1]
처연과 비관, 자학의 정서... ★★★★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원작소설 <나를 보내지 마>를 영화화한 <네버 렛미고>는 영화가 흐르는 내내 처연함과 비관, 체념의 정서가 짙게 깔려 보는 이를 짓누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눈과 귀로 느끼는 정서는 목가적인 자연과 젊은 청춘이 주는 아름다움이다. 아마도 이런 정서의 차이가 보는 이의 가슴을 더욱 애달프게 만드는 것이리라.

 

영화에 의하면 1952년 의학계는 불치병의 새로운 치료 방법을 발견하였으며, 사람들의 수명은 100살을 넘기게 되었다. 새로운 치료 방법이란 다름 아닌 복제 인간에 의한 장기 이식(이는 스포일이 아니다. 영화는 굳이 이를 숨기려 하지 않는다). 1978년 영국의 기숙학교인 헤일셤. 캐시(캐리 멀리건), 루스(키이라 나이틀리), 토미(앤드류 가필드)는 이곳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한다. 이들이 바로 아픈 사람들에게 장기를 이식할 목적으로 복제된 아이들이다. 캐시와 토미는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가까워지지만, 이를 질투한 루스가 적극적으로 대시하여 토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이들은 헤일셤에서 나와 장기 이식을 기다리며 각자의 삶을 꾸려 나간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영화엔 처연함과 비관, 체념의 정서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처연함의 정서는 아이들의 성장통과 맞물린다. 캐시와 루스, 토미가 드러내는 감정의 선들은 손만 대면 베일 듯 날카롭고 아련하며 예민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슴에 묻어둔 채 토미를 바라보는 캐시의 눈빛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흘러내릴 듯하고, 루스의 질투는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긴다. 누구보다 예민하던 토미가 성장하면서 점점 무표정한 얼굴로 바뀌는 모습은 성장, 어쩌면 사회화, 사실은 길들임의 결과라는 것을 관객은 목도하게 된다.

 

우리는 이 아이들의 감정이 너무나 인간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단지 몇 년 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고 싶은, 아니 단지 몇 년 이라도 죽음을 유예하고 싶은 이들은 갈망은 온갖 헛소문을 양산해내고, 소문을 쫓은 이들은 끝내 절망한다. 사랑하고, 희망하고, 절망하는 이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눈을 감고 회피한다. 이들이 인간적임을 입증하려는 사람들도 단지 시혜적 차원에서 접근할 뿐이다. 진실을 마주 대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움을 동반한다. 그러나 회피한다고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는 비관과 체념의 정서. 또는 자학의 정서. 원작소설을 읽어보면 더 구체적으로 파악이 가능하겠지만, 이 영화 속 복제인간(!)들은 왜 이다지도 비관적인지 모르겠다. ‘어떤 아이들은 자라서 비행사가 될 수도 있고, 우체부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너희들은 아무런 가능성도 없다. 장기를 이식해주는 목적이 끝나는 순간, 너희들의 삶도 끝난다’며 아이들의 운명을 알려주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 토미가 하는 행동은 단지 교탁에서 떨어진 노트를 주워 선생님에게 건네줄 뿐이다.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장기 이식을 몇 년간 유예해준다는 소문을 확인하는 다른 기관 출신 아이들이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에 보이는 반응이라고는 그저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 말고는 없다. 자신들의 생물학적 어머니는 그저 창녀나 걸인일 것이라며 자학한다. 이들은 마치 <선샤인>의 우주인들처럼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 말고는 다른 가능성은 없는 듯 행동한다.

 

왜일까? 보통 아이들처럼 사랑하고, 아프고, 절망하는 이들이 왜 유독 자신들의 운명 앞에서는 자살이라는 저항조차 시도해 보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영화가 이들의 사랑과 삶의 문제에 덧붙여 복제인간의 존재론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더욱 절절하게 표현했다면 아마도 캐시의 마지막 대사는 필요 없었을 것이며,(물론 캐시의 마지막 대사는 관객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영화의 주제 의식은 더욱 선연히 가슴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 키이라 나이틀리가 출연해서인지, 묘하게 이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은 <어톤먼트>를 보는 듯하다. <어톤먼트>에서의 속죄도 현실이 아니었던 것처럼 <네버 렛미고>에서의 속죄도 현실이 되지 못한다.

 

※ 키이라 나이틀리는 미스 캐스팅까지는 아니지만, 다른 출연진들과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다른 연기자보다 더 노숙해보이고 나이 들어 보이기 때문인데, 실제로 나이가 많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배우들에 비해 자주 접해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 캐시 역을 맡은 캐리 멀리건을 이 영화에서 처음 본 것 같다. 찾아보니 <오만과 편견> <퍼블릭 에너미>에 출연했다고 하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만과 편견>에서 키이라 나이틀리의 여동생으로 출연했다고 하니 역시 키이라 나이틀리보다 나이가 어린 건 확실하다. 아무튼 주인공으로 출연한 <언 애듀케이션>을 챙겨봐야 할 것 같다. 그만큼 <네버 렛미고>에서 캐리 멀리건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 왜 이 영화의 OST도 발매가 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가급적 개봉하는 영화의 OST는 발매를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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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렛미고(2010, Never Let Me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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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neverletme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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