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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무거운 주제의식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놀라운 완성도 파라노만
ldk209 2013-02-19 오후 4:11:15 774   [0]

 

의외로 무거운 주제의식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놀라운 완성도 ★★★★

 

“나는 죽은 사람을 볼 수 있어요” <식스센스>의 너무나 유명한 대사다. <파라노만>의 주인공 노만도 죽은 사람, 즉 유령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비장미 넘치던 <식스센스>의 소년과 달리 일상적이다. 매일 등교하면서 거리의 온갖 유령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지각하기 일쑤고, 그 능력으로 인해 학교에서는 왕따 신세, 가족 사이에서는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처럼 유령을 보는 삼촌으로부터 마녀가 깨어날 것이며 이를 막을 사람을 너 밖에 없다는 경고를 받는다.

 

최근에 개봉한 <헨젤과 그레텔 : 마녀사냥꾼>을 보고 누군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봤다. 기억나는 대로 얘기하자면, 대충 ‘마녀사냥은 그저 유희의 소재로 다뤄질 만큼 가벼운 얘기가 아니다. 얼마나 어둡고 잔인한 역사인 데 그렇게 허투루 다루는가’ 정도의 내용이었던 것 같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마녀사냥은 중세시대의 악행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끔찍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건 비유적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녀’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최근 파푸아뉴기니에서는 한 소년의 죽음이 마녀의 저주 때문이라며 마을 주민 수십 명이 가담해 같은 마을에 사는 여인을 불태워 죽이는 마녀사냥이 벌어졌고 이를 주도한 2명이 살인죄로 기소되었다. 지구 어딘가 에선 여전히 오래 전 마녀사냥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파라노만>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적 배경은 과거엔 실제 마녀사냥이 있었고, 현재에도 사실상의 마녀사냥이 진행되고 있는 마을이다. 주민들은 오래 전 마녀사냥을 관광상품화해 먹고 살지만 현재에도 자신들이 과거와 동일한 이유로 마녀사냥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애써 모른 척 한다. 이렇게 보면 <파라노만>은 <더 헌트>와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비유로서의 마녀사냥과 대중의 공격성. 노만은 단지 유령을 본다는 것, 즉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핀잔과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오래 전 마녀라며 죽임을 당했던 소녀 역시 노만과 같은 이유로 불태워졌던 것이다.

 

사실 <파라노만>은 12세 이상 관람가의 아이들용 애니메이션으로 다가왔지만, 주제 의식은 의외로 무겁고 진지하다. 인간이란 집단이 얼마나 멍청하고 잔인할 수 있는지를 이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마도 많은 관객들은 무덤에서 깨어난 좀비와 마녀보다는 좀비와 마녀를 무찌르기 위해 광기에 휩싸인 인간들에게 더 큰 혐오를 느끼게 될 것이고, 오히려 인간들에게 둘러싸인 채 겁(?)에 질린 좀비와 마녀로 몰려 죽은 소녀(마녀사냥의 피해자)에게 동정의 마음이 기울게 될 것이다.

 

주제의식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그것의 표현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놀라운 완성도로도 <파라노만>은 높게 평가되어야 할 영화다. 동작 하나하나를 직접 움직이며 찍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영화 속 인물들의 움직임은 유려하며 CG로 제작했다는 배경과도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수공업적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란 작업 방식을 고려해볼 때, 나로선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파라노만>은 기억해야 할 호러 애니메이션 <코렐라인 : 비밀의 문>을 만든 제작사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건 뭘 의미하냐면 일단 호러영화로서 기본적인 기대를 충족시키고 남는다는 점이다. <코렐라인>에서 봉제 인형의 눈을 꿰뚫는 바느질 장면은 그 어떤 실사영화보다 끔찍한 장면이었지만, 애니메이션이었기에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다. <파라노만> 역시 마찬가지다. 좀비들의 팔이 떨어지고 뇌가 발에 밟히는 등의 잔인한 장면조차 실사가 아닌 덕분에 보기에 큰 불편함이 없으면서도 호러영화로서의 높은 성취도를 보인다. 호러에 못지않게 코미디 감각도 뛰어나 시종일관 깨알 같은 재미를 던져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흥행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개봉관 수도 적다) 왜냐면 홍보차원에서 가족영화에 방점이 찍혀 있기는 하지만, <파라노만>은 아이들과 함께 보는 가족영화라기보다(분명 그런 요소도 충분히 있지만) <할로윈> <13일밤의 금요일>과 같은 호러 영화를 즐겼을 (<파라노만>의 장면엔 예전 호러 영화들의 패러디 장면이 등장하고는 한다) 어른들을 위한 영화에 좀 더 가깝기 때문이다.

 

※ 엔딩크레딧 끝나고 쿠키영상이 있습니다.

 

<타이드랜드> <사일런트 힐>의 조델 퍼랜드가 오래 전 마녀로 몰려 죽은 소녀의 목소리로 출연한다.

 

※ 자막 버전으로 영화를 봤다. 그런데 아주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있었다. 보기 전부터 걱정이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자막을 따라가기 힘든 아이들이 칭얼대고 물어보느라 영화 보는 내내 신경이. 제발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를 보러올 때에는 자기 자녀가 소화할 수 있는 영화인지 먼저 고려를 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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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만(2012, Paranorman)
제작사 : Laika Entertainment / 배급사 : UPI 코리아
수입사 : UPI 코리아 / 공식홈페이지 : http://www.paranorm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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