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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착해졌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ysee 2003-09-16 오후 7:34:30 2674   [11]
감독:김 기덕 주연:오영수, 김종호, 서재경, 김영민, 하여진

<호>[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착해졌네..

충무로에서 영화를 가장 빨리 찍는 감독으로 소문난 [김기덕] 감독이 들고 나온 아홉 번째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란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2일에 가졌던 언론시사에서 [김기덕] 감독은 "쉬어가면서 찍은 영화이고, 휴식을 취하는 영화로 인식하고 보아달라.."란 말로 무대인사를 했다. 쉬면서 휴식을 취하면서 관람해 달라는 감독의 주문에 조금은 의아한 생각으로 영화를 관람했고, 극장 문을 나서면서 "웬일로 김기덕이 착해졌지..?"란 생각만이 머리속에 맴돌았다.

"악어" "야생동물보호구역" "파란대문" "섬" "실제상황" "수취인 불명" "나쁜 남자" "해안선"까지 쉴새 없이 달려온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은 하나같이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이 논쟁거리를 제공했었다. 감독의 작품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아 온 매니아들로 인해 서서히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마침내 "나쁜 남자"와 "해안선"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작품에 대한 논쟁을 하는 이들의 폭도 넓어지고 다양해졌다. 그래서 일까.. 이번에 개봉될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역시 대중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기존에 보아왔던 [김기덕]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제공받는데, 오죽하면 관람등급이 15세로 나왔을 때 웬일인가 하는 의아한 반응들이 대다수였고 영화를 관람한 이들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영화가 첫 선을 보인 곳은 제 3회 광주 국제 영화제였다. 그곳에서 필자는 이미 개봉되기로 한 작품이기에 굳이 관람을 하지 않았고, 관람한 지인들에게 영화에 대한 평가를 들었는데, 세련되고 점잖은 영화란 소리를 들었다. 세련되고 점잖다고..? 과연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이다지도 호의적이란 말인가..? 이 평가에 대한 의구심을 간직한 채 영화를 보았고 앞서 언급했듯이 내 자신 역시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금까지 보아온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을 놓고 본다면 분명 다른 느낌을 제공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사계절을 넘어 다시 봄으로 향하는 계절적 느낌을 제공받는다.

[김기덕] 감독은 이 사계절에다가 인간의 "인생"을 담아내었고, 그 속엔 불교에서 다루는 인간의 "업"을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삶과 역경을 계절로 표현한 영화는 자연의 풍광을 담아내고 있기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 한 느낌을 제공하고 있다. 어디서 저런 장소를 찾아내었는가 할 정도로 산자락에 고요히 자리 잡고 있는 호수.. 그 호수 위에 유유히 떠있는 암자의 모습이 보인다. 이 암자 안에는 부처님을 모시는 법당과 잠을 잘 수 있는 방이 함께 공존하는데, 문은 있으되 벽은 없다. 참으로 특이한 구조인 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문은 있고 벽은 없어 보이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있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고, 마음의 눈으로 본다면 있는 것은 없고, 없는 것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마음의 진리를 전초전부터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맑고 청량하며 고요함이 넘치는 암자를 감싸고 있는 자연의 소리를 등에 업고 본격적으로 [노승:오영수]과 [동자승:김종호]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솔직히 "그저 편안히 바라보고 있어라"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인간의 어린 시절과 같은 "봄".. 만물이 생성되는 봄에 [동자승]은 물고기, 개구리, 뱀을 붙잡아 장난으로 돌을 매달아 악의 없이 저지른 철없는 장난으로 평생의 업이 시작된다. 이 업을 시작으로 청소년기인 여름으로 계절은 변한다.

암자로 요양차 찾아온 [소녀:하여진]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 [동자승] 아니 이젠 [소년:서재경]이 된 어린 스님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성에 대한 관심과 이성에 대한 집착을 알게된다. 이것을 [노스님]을 알게 되고, 병이 다 나은 [소녀]를 떠나보낸다. [노스님]은 [소년]에게 "욕망은 집착을 낳게 되고, 집착은 살의를 불러일으킨다.."라고 훈계를 하지만 [소녀]를 잊지 못하고 있는 [소년]은 [노스님]을 뒤로 한 채 암자를 떠난다.

세월은 다시 흘러 가을로 접어들고 [노스님]은 신문에 난 살인사건의 기사를 보고 상념에 잠긴다. 장년이 되어 암자로 돌아온 [청년:김영민]는 사랑한 것 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단풍처럼 붉게 타오르는 분노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눈, 귀, 입에 閉(닫을 폐)를 붙이고 자살을 기도한다. 그런 [청년]의 모습을 보고 분노한 [노스님]은 모질게 매질하고 반야심경을 새기면서 마음을 다스리게 한다. 죄값을 치르기 위해 형사들과 떠나는 [청년]을 보내고 [노스님]은 자신의 생을 마감하듯이 다비식을 치른다.

또 다시 세월이 흘러 눈이 내리는 겨울에 마음을 비운 듯 한 [장년:김기덕]이 암자에 들어선다. 이 [장년]은 모든 것을 알고 있듯이 [노스님]의 다비식을 치른 나룻배에서 얼음을 깨고 사리를 꺼내 얼음불상을 만들고, [노스님]이 수련한 듯한 불가의 무예 책을 보고 수련에 정진하며, 지난날의 과오를 만회하려는 듯 불상을 끌고 산 정상에 오른다. 심신을 수련하는 나날을 보내는 중 나병환자인 듯 한 여인이 아기를 안고 암자로 들어오고, 아기만 남긴 채 돌아간다. 그리고..
세월은 다시 흘러 또 다시 봄이 오고 아기는 성장하여 처음에 보았던 [동자승]의 모습으로 똑같은 업을 지으려는 듯 물고기, 개구리, 뱀의 입에다가 돌을 넣으며 재밌어 죽겠다는 웃음을 보이면서 새로운 인생의 사계가 시작되는 것을 암시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계절의 사계를 거쳐 다시 봄으로 돌아온 영화의 이야기는 제각각 느끼는 바가 다를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 영화를 부분적으로 나누어 보면서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가장 흥미롭게 보았는데, 그것은 기존에 [김기덕] 감독의 스타일이 묻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김기덕] 감독은 "내 영화작업은 나의 어두운 경험들과 삶의 잔혹함으로부터 비롯된 세상에 대한 증오를 치유하는 방법이며, 서서히 세상을 이해해 가는 과정"이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극단적이었고 그것을 강요에 의한 설득이 아니라 왠지 보고 있으면 함께 있으면 동화 되어가는 내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기에 [김기덕] 영화에 화가 나면서도 그의 작품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김기덕] 영화는 딱 두 부류로 나누어지는데, 좋아하는 부류와 싫어하는 부류이다. 정확히 양분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보아 지금까지 [김기덕] 영화를 싫어하는 부류가 이 영화를 본다면 이 작품이 과연 [김기덕] 영화인가 하는 물음표를 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김기덕이 많이 착해졌다.."란 말로 대신할 수 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자신이 담고자 했던 것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통해 다 보여주었다.

업이 시작되는 "봄"으로부터 출발해, 욕망과 집착에 빠져드는 "여름"을 거쳐, 분노와 고통의 가을" 지나 자신의 모든 것을 비워가면서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겨울"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내 자신에 의해서 결정되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쯤이면 감독은 꽤 많은 자신의 생각을 이 영화에다가 담아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불교의 철학을 빌려 연출한 [김기덕] 감독은 한가지 우를 범했다는 것을 묵과할 수는 없다. 그것은 겨울의 이야기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마음의 평화를 구하기 위해 선택한 불가의 무예 연마 장면은 납득하기 힘든 장면이란 것이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가뜩이나 물에 떠 있는 암자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이용해야 하는데, 누군가 배를 타고 나오면 그 배를 원위치 시켜 놓지 않으면 절대 암자에서 나올 수 없는데도 [노스님]은 경공술을 할 줄 아는지..아니면 공간이동을 할 줄 아는지 유유히 [동자승 또는 소년]이 있는 장소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것에 심각한 물음표가 따라다녔는데, "가을"의 종반장면과 "겨울"의 무예 연마장면을 보게 되면 마치 무예를 연마하면 사물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일종의 초능력자가 된다는 식의 설정은 납득하기 힘든 장면이란 것이다. 필자가 영화를 보는 눈이 없어서 이러한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실소를 자아내는 장면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을 관람했거나 하게 될 관객들이라면 자신의 현재 위치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알 것이다. 각 계절에 자신의 시절이 들어가 있기에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있지만, 인간이기에 깨닫지 못할 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불교에서는 나를 알아가는 것이다. 내 자신도 모르면서 어떻게 남을 탓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부처의 모습을 보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부처를 내 안에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불교의 철학적 의미는 알쏭달쏭하다.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마음의 진리에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 아쉽게도 다가오지는 못하지만 인간의 "인생"에 대한 생각을 미약하게나마 알 수 있게 해준 작품으로 평가해주고 싶다.[물론 너무나 심심한 나머지 편안한 수면 시간을 제공해준 것도 사실이기에 피곤한 상태에서 관람하게 되면 분명 졸음과 싸워야 할 정도로 고요한 영화입니다...^^;;]

작품성:★★★☆ 대중성:★★

인천에서"호"...[ www.onreview.co.kr - 온리뷰 ]

50자평: 인간의 "인생"에 대한 생각을 미약하게나마 알 수 있게 해준 작품으로 평가해주고 싶다.

 

(총 0명 참여)
동감.. 무예익히는 장면이랑 초능력 쓰는 장면 황당함.. 좀 깨더군요 -_-   
2003-09-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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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 Spring, Summer, Fall, Winter... And Spring)
제작사 : Pandora Film, 엘제이 필름 / 배급사 : 코리아 픽쳐스 (주)
공식홈페이지 : http://www.springag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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