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에 반대하는 농민이 거리에 내몰려 방패에 찍혀 사지가 찢기고, 포악한 국가의 공권력이 그들의 목숨을 앗아갈 때조차도 언론과 여론은 무관심했습니다. 스크린쿼터 사수에 국익과 주권, 문화를 외치는 영화배우들이 길거리에 나서자 언론과 대중은 구름떼처럼 몰려들었습니다.
농민의 피맺힌 눈동자에 누구 하나 시선을 두지 않았지만, 추운날씨에 빨개진 근영이의 코를 보며 수많은 언론과 대중은 눈시울을 붉히며 같이 아파했습니다. 벼랑끝에 내몰린 농민의 피맺힌 절규에 누구 하나 귀를 열어두지 않았지만, 영화배우들의 구호는 전국을 뒤흔들었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이 분명 권력입니다.
...영화배우들은 스크린쿼터가 그들의 밥그릇이 아닌 대한민국의 밥그릇이요. 우리의 주권이요. 문화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연대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럼 당신들은 우리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그네들의 육신이 훼손되며 차디찬 이 땅에서 제 숨통이 국가의 흉악스런 폭력에 의해 끊어질 때 과연 연대를 하며 같이 울부짖었는지요. 무엇을 같이 고민하며 연대했는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스크린쿼터 문화 '연대'라고 명명돼 있지만 그 연대는 어디에 써먹는 정치적 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홈페이지 장식하는 페이지를 보자면 당신들은 그 어떤 계급과 조직보다 농민과 삶을 함께 하는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기만이자 위선입니다.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요지부동한 채 어떠한 촉발점도 일으키지 못하면서, 제 아무리 디지털의 세계에서만 너와 나는 한 민중이라고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비겁한 변명자로 보일 뿐입니다. 거리로 나오고 광장으로 뛰쳐나오십쇼!
그나마 이번 17일 예정된 촛불시위에 영화배우뿐 아니라 농민과 노동자가 같이 연대해 시위를 한다니 늦었지만 정말 다행입니다. 당신들도 그 점에 대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으니 분명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쿼터를 축소하면 문화식민지가 된다느니 주권을 뺴앗긴다느니 그러런 좁은 그릇의 닭살스러운 멘트는 뒤로 하시고 농민과 노동자와 연대해 스크린쿼터가 아닌 대한민국이 아닌 전세계의 민중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FTA 저지를 위해 싸워주십쇼. 그 전능한 권력을 이용해서 말입니다. 그게 당신들의 말마따나 생사의 기로에 선 여러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자 잔술입니다.
스크린쿼터는 FTA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문화를 중시하고 주권을 제 가치처럼 여기고 또 할리우드 패권주의에 결사반대한다면 우선적으로 이 땅의 민중들과 함께하며 FTA 결사 반대에 나서주십쇼. 그럼 스크린쿼터 축소는 자연스레 해결됩니다. 농민의 영토가 짓밟히며 노동자의 제 몸이 미국 애들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구속당하면, 스크린쿼터가 유지된들 무슨 사용가치가 있고 향유할 삶의 터전이 어디 있겠습니까?
신자유주의를 상징하는 FTA를 저지하는 길만이 여러분의 확고한 의지를 전진시킬 수 있고, 땅으로 곤두박질 쳐진 당신들의 신념을 다시금 세우며 여론을 반등시킬 수 있다 전 생각합니다. 그것만이 여러분과 우리가 최소한의 인간적 자존를 지키고 예우를 받으며 살 수 있는 길이라 봅니다. 거리에 나서 고단한 몸을 이끌고 투쟁하는 당신들의 얼굴과 함께 지리멸렬한 나락으로 내쳐진 민중들의 심신이 오롯이 오버랩됐으면 합니다.
영화배우인 당신들의 신념을 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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