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시(詩)' '최불암 시' 들어보셨어요?
2009년 01월 05일 (월) 16:10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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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오세영, 신달자, 유안진, 장석남, 곽효환 등 28명의 시인이 문인, 종교인 등 48명의 일생을 시로 노래한 시집을 펴냈다. 특히 손예진, 최불암, 故 김광석 등 연예인들을 주제로 한 시도 포함돼 흥미를 자아낸다.
이들이 펴낸 시집은 '사랑했을 뿐이다' '노래했을 뿐이다'(문학나무) 2권으로 계간 '문학나무'에 2008년 한 해동안 연재된 특집시들을 모았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 사담 후세인, 한용운 시인부터 가수 故 김광석, 영화배우 손예진, 탤런트 최불암 등 다양한 인물들을 담아내 관심이 쏠린다.
박남희 시인은 '손예진'이란 제목으로 '문희...정윤희...채시라...이영애... 지렁이처럼 기어가도 고속열차가 되어 전속력으로 달려가도 끝내 그냥 스쳐지나간 이름들 아름답던 그 이름들을 지나 모처럼 청초한 간이역을 만났다'고 손예진의 청순한 매력을 표현했다.
이경림 시인은 '최불암'이라는 제목으로 '마을 어귀에는 수백 년 묵은 정자나무 한 그루 서 있었다. 장대비 속에서도 폭풍우 속에서도 그렇게 서 있었다'며 우리 시대 아버지의 대명사인 탤런트 최불암을 그려냈고, 한우진 시인은 '돌'이라는 제목으로 '사랑했을 뿐이다, 노래했을 뿐이다'라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 김광석의 삶을 위로했다.
다음은 '손예진' '최불암' '김광석' 시 전문
손예진 - 박남희
덜컹거리던 바람이 머무는 곳이 이즈음이다
그동안 바람이 거쳐 온 정거장들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문희...정윤희...채시라...이영애...
지렁이처럼 기어가도 고속열차가 되어 전속력으로 달려가도 끝내 그냥 스쳐지나간 이름들
아름답던 그 이름들을 지나 모처럼 청초한 간이역을 만났다
주변에 맑은 하늘과 향기로운 들꽃을 거느리고 아득히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
그녀 주변에는 <무방비도시>,<외출>,<연애시대>,<내 머릿속의 지우개> 같은 낯익은 이름의 간판이 늘어서있고 그녀의 아름답고 촉촉한 눈빛은 언뜻 멈춰선 바람을 바라본다
덜컹거리던 바람은 이즈음에서 조금은 연착하고 싶어진다
최불암 - 이경림
마을 어귀에는 수백 년 묵은 정자나무 한 그루 서 있었다. 장대비 속에서도 폭풍우 속에서도 그렇게 서 있었다. 구부정안 어깨로도 청청하였다. 그림자가 넓고도 길었다.
그 그늘에서 몽당 빗자루만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떠났다. 내기 바둑을 두던 노인들이 하나 둘 사라져갔다. 그는 그저 시푸르게 거기 있었다.
어느 날부턴가 사람들은 그의 가슴에 뻥 뚫린 구멍이 있는 걸 알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밤이면 휘이이이이 온 마을을 휘돌던 그 나직한 소리가 가슴으로 토해내는 그의 울음이라는 걸 알았다.
돌 - 한우진
공중에 돌이 떠 있다
사랑했을 뿐이다, 노래했을 뿐이다
돌 속에 든 등잔의 혈관이 터진다
죽은 심지에 노래를 댕긴
돌이 공중에 떠 있다
흐리거나 말거나 밤낮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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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정초에 이 시를 읽고 나니 연예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
여러분은 이 시를 읽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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