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현택] 서울시가 운영하는 청계천문화관이 6일 시작하는 ‘만화영화 축제’에 한국 작품이 외면당하고 있다. 이 행사는 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만화영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16일까지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한 편씩 모두 22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문화관에는 가로 6m, 세로 4m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으며 한 번에 87명이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상영작이 외국 작품 일색이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개구리 중사 케로로’ 등 일본 작품이 11편이나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지난해 여름방학 때도 상영됐다. 이 밖에 ‘토이 스토리’ 등 미국 작품이 7편, 프랑스 작품이 3편이다. 영국 작품도 한편 상영된다.
그러나 한국 애니메이션 작품은 하나도 없다. 박민아 청계천문화관 만화영화축제 담당은 “지난해 여름방학 때 실시한 영화제에서 ‘마리 이야기’등 국내 애니메이션을 상영했는데 어린이들이 어렵게 느꼈다”며 “아이들에게 반응이 좋은 영화 위주로 상영작을 선정하다보니 외국 영화 위주로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EBS가 기획·제작한 ‘뽀롱뽀롱 뽀로로’는 국내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80여 개국에 수출됐다. ‘냉장고 나라 코코몽’ ‘뿌까’ 등의 국산 애니메이션도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SBS에서 방영된 인기만화 ‘둘리’의 리메이크 버전은 시청률 7.5%(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했다. 박민아 담당은 또 “DVD가 나온 것 위주로 구매하다 보니 한국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뽀롱뽀롱 뽀로로’는 현재 출시된 DVD만 20여 종을 헤아리고 있고 ‘둘리’의 극장판도 DVD로 나온 지 오래다.
이상원 한국애니메이션학회장(한성대 교수)은 “외국 애니메이션이 재미있을 것이란 선입견 때문에 공공기관조차 한국 애니메이션을 외면하고 있다”며 “청계천문화관에서 여는 만화 영화제라면 외국인 관광객도 한국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관람객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을 외면하고 이에 따라 제작사가 한국 영화의 제작 편수를 줄이고, 제작 편수가 줄다 보니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이 없어 외면당하는 악순환도 외국 작품 일색으로 흐르는 원인의 하나로 지적된다. 케이블 만화 채널인 ‘챔프’의 김대희 대리는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수요가 유아 중심으로 발달하다 보니 시장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형성됐다”며 “초등학교 고학년이 볼 만한 국산 애니메이션이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현택 기자
◆애니메이션 산업=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300여 개로 2008년 한 해 동안 36편을 제작했다. 이 중 80%가량이 유아 대상 애니메이션이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의 국내 매출 규모는 2007년 기준 4조5509억원, 수출은 1억 8945억 달러다.
우리나라 '애니'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뒤쳐지는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서울시가 주관하는 문화행사에서 한국작품을 외면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애니'에 격려와 힘을 붇돋아 주는 차원에서 적극장려 해야지 사람들에게 반응이 안좋다고 계속 소외만 시키면 영원히 소외 될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