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베드신은?
2009년 1월 16일(금) 12:04 [헤럴드경제]
파리에서… 파격 전라연기 외설 논란. 나인 하프… 미키 루크의 정사신 아찔. 색, 계 실제보다 더 숨죽인 영상.
밭은 숨소리, 어둠 속에서 더 빛나는 하얀 육체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 한 줄기. 두 사람의 몸이 얽혀들면서 육체적 긴장과 이완이 연이어 숨가쁘게 찾아오고,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정사(情事)에 관객도 유혹당한다. 관객의 뇌리에 깊이 남은 베드신은 어느 영화 속에 숨어 있을까.수위 높은 베드신을 선보인 영화는 종종 예술이냐, 외설이냐는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는 말론 브랜도와 마리아 슈나이더가 전라연기를 펼쳤다.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것은 섹스지만,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말하고자 한 것은 절박한 몸짓 이면에 있는 현대인의 고독과 사랑이었다. 이탈리아 지방법원이 압수하기도 했던 이 영화는 96년에 비로소 한국에서 상영됐다. 최근 작품으로는 ‘색, 계’(2006)만큼 뜨거운 영화가 없다. 실제 정사를 방불케 하는 배우들의 전라연기와 기묘한 체위 등으로 스크린을 뜨겁게 달궜다. 외설 논란을 일으킨 한국영화는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2000) 정도가 최근 작품이다.
얼마나 야한가, 그것만이 최고의 섹스신을 꼽는 기준은 아니다. ‘아메리칸 파이’(1999), ‘아멜리에’(2001)처럼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도 아메리카온라인(AOL)이 꼽은 ‘최고의 섹스신 20’에 들었다. 17세 소년들의 성장영화 ‘이투마마’(2001), 사도-마조히즘 커플을 로맨틱 코미디로 녹여낸 ‘세크리터리’(2003)도 볼 만하다. 또 단역이었던 브래드 피트를 단숨에 주목받게 했던 ‘델마와 루이스’(1993)의 베드신이 순위에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으로는 ‘팀아메리카: 세계 경찰’이 자주 순위에 거론된다. 화면상에 인형을 조절하는 줄이 그대로 보이는 마리오네트 인형을 이용한 섹스신이 특이하다.
부모님 몰래 비디오를 빌려 보던 세대들이 추억할 만한 베드신도 많다. ‘나인 하프 위크’(1986)의 킴 베이싱어, ‘원초적 본능’(1992)의 샤론 스톤, ‘육체의 증거’(1993)의 마돈나 등 매력적인 여배우들의 전성기 시절을 엿볼 수 있다. ‘나인 하프 위크’는 무비폰이 선정한 ‘최고의 섹스신 25’에서 4위를 차지했다. 자유분방한 여주인공 캐릭터가 인상 깊은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의 ‘베티블루’(1986)는 푸른색이 돋보이는 포스터도 유명하다. 또 팜므파탈 캐릭터가 인상적인 스릴러 ‘바디 히트’(1981)나 범죄영화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1981), 반전이 거듭되는 ‘와일드 씽’(1998)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한편, 동성 간의 베드신도 놓칠 수 없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고(故) 히스 레저와 제이크 질렌할은 좁은 텐트 속에서 서로에게 이끌리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첫 경험을 치른다. 산 속에서 비밀스럽게 나눴던 짧은 사랑을 나눈 이들은 이후 각자 결혼하고 살아가면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한국영화도 과감해지고 있다. ‘쌍화점’에서 조인성과 주진모가 나누는 ‘설왕설래’ 키스 장면은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 등 한국영화도 수위 높은 동성 베드신을 선보인 바 있지만 본격적인 상업영화에서 톱스타의 과감한 동성 키스신이 등장했다는 것은 달라진 세태를 보여준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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