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가 최근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워낭소리’의 촬영지(봉화군)를 여행상품으로 선정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25일 경북도에 따르면 ‘워낭소리’ 촬영지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 생가’, ‘경주 최부잣집’과 함께 ‘2009년 경북 주말테마여행’ 코스의 하나로 선정됐다. 도는 ‘추억과 감동’을 테마로 한 이번 프로그램을 오는 3월부터 10개월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경북도는 이번 테마여행 상품을 만든 배경에 대해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경북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저렴한 관광상품을 제공해 도시민에게 추억과 감동,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게 하고 지역의 소득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무시한 채 영화의 흥행에만 편승해 졸속으로 만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영화 주인공인 노부부가 외지인들의 ‘느닷없는 방문’과 ‘장난전화’ 등 예기치 못한 일들로 사생활을 침해받고 있는 가운데 경북도의 이런 사업은 당연히 그들의 일상을 더욱 파괴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전철을 밟고 있다”, “워낭소리 관광지가 원작의 감동을 제대로 살릴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할아버지·할머니의 삶과 일상을 빼앗을 뿐이다.” 누리꾼들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이를 뜻깊게 활용해보자는 차원에서 기획했을 뿐”이라며 “할아버지 할머니의 일상을 파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낭소리’ 촬영지 관광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영화의 주무대인 할아버지 집 주변과 소 무덤, 농장 주변 등이 주요 관광코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 관계자는 “봉화군 및 지역민들과 협의 중”이라며 “포토존을 설치해 관광객들이 소와 들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마을회관 등지에서 식사를 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닷컴 고영득기자 ydko@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