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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레저와 최진실의 차이
fornest 2009-02-26 오후 1:41:43 1119477   [10]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81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사후 수상이다. 그는 이미 1년 전에 이 세상을 떴다. 그의 수상소식을 듣고 바로 떠오른 사람은 최진실이었다. 최진실은 작년에 연기대상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히스 레저와는 달리 죽은 그녀는 한국에서 연기상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 방송사 시상식 풍토로 보면 히스 레저의 수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은 방송사에게 이용가치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국 방송사 시상식은 향후 이용가치, 향후 수익성을 기준으로 상을 주는 것 같다. 이미 죽어버린 최진실은 방송사에게 아무런 이익도 만들어 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만약 최진실이 살아서 다음 작품을 모색하고 있었다면 최진실이 연기대상에서 연기상을 받을 가능성은 100%였다. MBC 2008 연기대상의 대상은 김명민-송승헌, 여자 최우수상은 이미숙-배종옥에게 돌아갔다. 이중에서 송승헌이나 배종옥의 자리가 원래 최진실이 있을 자리였다.

<무릎팍 도사>가 하나의 전범을 만들어낸 공로로 강호동은 유재석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드라마 부문에서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2008년을 강타한 줌마렐라 드라마들의 전범이었으므로 최진실의 수상은 당연했다.

송승헌에겐 스타성과 프로그램의 인기가 있으나 연기력이 미흡하고, 배종옥에겐 연기력은 있으나 프로그램의 질이 미흡했다. 두 가지를 다 갖춘 후보는 최진실이었다. 특히 배종옥이 출연한 <천하일색 박정금>은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 선도한 아줌마 판타지류의 범작에 불과했다.

게다가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최진실을 받쳐주는 역할을 했던 정준호는 남자 최우수상을 받았다. 더 존재감이 작았던 상대역도 최우수상을 받는 판에 최진실이 대상은커녕 여자 최우수상조차도 받지 못한 건 말도 안 되는 사태였다. 정준호와 최진실의 차이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한 명은 살아서 다시 일할 수 있는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죽어서 더 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차이.

결국 방송사의 이익이다. 히스 레저는 헐리우드 영화계에 앞으로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할 사람이지만 아카데미는 냉정하게 연기로만 평가했다. 우리나라 방송사 시상식은 사람이 죽자 수상자 명단에서도 빼버렸다.
 
최진실에게 돌아간 것은 공로상이다. 이건 생애업적상으로 연기상이 아니다. 최진실 정도 나이의 연기자가 받을 상도 아니다. 정말로 공로상을 받을 사람은 따로 있었을 것이다. 방송사가 공로상으로 최진실에게 생색내기를 하는 바람에 정작 받을 사람은 못 받고 공로상만 공허해졌다.

그녀가 받을 상은 연기상이었지만 죽은 자에게 돌아갈 과실은 없었다. 왜냐하면 죽은 자는 방송사에게 아무런 과실도 주지 못하니까. 최진실은 결국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작품에 대한 평가를 받지 못한 셈이다. 그녀가 받은 공로상은 ‘사후 아차상’같은 느낌이었다.
 
- 조롱받는 우리 시상식 -

이런 식이니까 방송사 연말 시상식들의 권위가 날로 무너지는 것이다. 연말 시상식이 방송사에 대한 광고수익 공헌도와 앞으로의 수익증진 공헌 기대치가 큰 사람들을 챙겨주는 행사로 전락했다. 그럴 거면 방송사 구내식당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화기애애하게 치르면 될 일이지 공중파 중계는 왜 한단 말인가. 덕분에 시청자들이 매년 골탕 먹고 있다.

시청자만 골탕 먹나? 아니다. 갈팡질팡하는 한국 대중문화 시상식들로 인해 한국 대중예술도 골병들고 있다. 상을 주는 행위는 매우 중요하다. 상과 벌이 엄정한 사회는 발전한다. 상과 벌이 문란하거나 ‘주최측’의 이익에 의해 좌우되면 그 부문은 곧 퇴행한다.

한국의 대중문화 시상식은 언제나 그 기준을 의심받는다. 그런 시상식은 우리 대중문화의 수준을 추락시키고, 그렇게 추락한 문화수준이 다시 불신의 시상식을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연기대상의 기준이 연기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얘기꺼리도 안 될 정도로 불신이 만연해있다. 음악대상은 그렇게 추락하다 결국 폐지되고 말았다. 연기대상 폐지론도 커지고 있다. 이런 식이면 우리 대중문화의 발전은 요원하다.

앞으로 그 사람이 활동을 하건 못하건, 방송사와의 관계가 어떻건, 그간 한 활동의 결과로만 상이 가야 한다. 별별 명목으로 인기 프로그램 출연자들에 상을 난사하던 지난 연말에 이다해는 상은커녕 포스터에서조차 삭제되는 수모를 당했다. 그 이유는 <에덴의 동쪽>에서 불미스럽게 하차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이 연기상에서 제외된 것과 비슷한 경우다.

이미 1년 전에 죽은 히스 레저에게 연기상이 가고, 세계적인 화제가 되는 것은 우리 현실과 극명히 대비됐다. 왜 우리의 시상식은 그런 광경을 연출하지 못한단 말인가. 조롱과 비난으로 점철된 우리 대중문화 시상식. 시청자들이 밤을 새가며 성토할 만큼 어처구니없었던 2008 연기대상과 아카데미상 사이의 간극이 히스 레저와 최진실의 차이에서도 드러났다.
 
 
이 글을 읽고 느낀점이 많네요..우리나라 방송 관계자들도 읽어 보셨음 하네요.
여러분은 이 글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총 3명 참여)
wizardzeen
안타까워요     
2010-09-14 12:03
hoya2167
둘다 안타까울 뿐이겠죠     
2010-07-24 01:08
l303704
안타까워요     
2010-05-20 12:15
sookwak0710
안타까워요     
2010-04-24 17:15
nampark0209
두분다 안타까워요     
2010-04-23 20:35
mal501
왜그랬지 ㅠㅠ     
2010-01-26 12:31
wizardzean
공감합니다     
2010-01-05 12:16
sarang258
잘봤습니다     
2009-12-25 13:21
omylord2023
왜 그러셨어요~ ㅠ     
2009-12-01 21:21
hoya2167
둘다 안타까울 뿐이겠죠     
2009-11-15 13:5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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