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국내 대중문화에서 ‘리얼리티’ 논쟁이 잇따르고 있다. 과연 영상 속에서 보이는 ‘진실’이 ‘진짜냐’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날 것 그대로의 진실’이냐 ‘가공되고 조작된 진실’이냐는 물음을 둘러싼 시비다.
영화에서는 다큐멘터리 장르가 이러한 논쟁의 가장 첨예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사상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워낭소리’의 경우, 작품이 담고 있는 감동과 진정성에 대해서는 거의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작위적 연출’이라는 지적이 일부 평론가들에게서 제기됐다.
영화 잡지 씨네21의 허문영, 정한석 평론가는 장에 내다팔릴 운명이나 노부부와의 이별을 예감하는 소의 눈물을 비롯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대화, 시골의 자연을 담은 배경음 등을 극적 효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재구성한 편집, ‘극영화적 연출’의 사례로 꼽았다.
이에 대해 이충렬 감독은 “소의 눈물 장면은 있는 그대로”라고 반박하면서도 “다큐멘터리는 날 것 그대로 촬영한 그림의 나열이 아니다. 그림의 나열은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피사체(다큐의 등장인물)의 관계나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큐는 사실과 진실을 얘기하는 장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CCTV의 화면이 아니다”며 “있는 그대로의 그림이 진실은 아니며 사실을 보여주는 방식은 (감독에 의해) 선택될 수 있다. 그림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피사체의 관계성을 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편집에서 감독이나 작가의 의도가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느냐는 논란은 다큐멘터리에서 늘상 따라붙는다. 미국에선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가 대표적이다. 다큐멘터리의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가진 ‘화씨 9/11’이나 미국 민영 의료보험시스템의 문제를 파헤친 ‘식코’의 경우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의도에 맞는 사실만을 취사선택하고 영상을 편집했다는 비판이 개봉 당시 거셌다.
국내에서 또 다른 ‘진짜’ 논쟁은 리얼리티쇼를 표방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불거졌다.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 논쟁이 그것이다. 출연자들의 즉흥 연기만으로 이루어지는 줄 알았던 이 프로그램에 ‘대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지면서 찬반논란이 거셌다. ‘리얼리티쇼’의 리얼리티가 날 것 그대로 출연자들의 행위를 담은 진짜인지, 연출된 가짜인지가 문제였다. 특히 ‘패떴’의 경우 가상상황을 전제로 한 ‘우리 결혼했어요’와는 다른 유형의 프로그램이어서 논란은 더욱 컸다.
최근 ‘워낭소리’의 히트로 다큐멘터리의 제작은 바람을 탈 것으로 보이고, 예능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과연 대중문화에서 ‘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