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최고의 명탐정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명탐정 셜록 홈즈가 가이 리치 감독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가이 리치하면 데뷔작인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나 <스내치> 같은 정신 사나울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들과 꼬이고 꼬인 플롯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셜록 홈즈> 역시 그런 영화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조금은 있었다.
게다가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이미지의 셜록 홈즈를 괴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니 파격적인 영화가 될 것은 뻔히 보였다. 하지만 영화는 예상 밖으로 정통적인 모험물의 형태에 원작의 요소들도 상당 부분 존중하면서, 가이 리치 감독의 개성을 더한 멋진 작품으로 나왔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홈즈는 오리지널 홈즈보다 경박하고 활동적이지만 역시나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다. 격렬하게 몸싸움을 할 때조차도 상대를 어떤 식으로 타격해야 전치 몇 주의 부상을 입힐지 순식간에 계산해낸다.
말썽꾼 홈즈로 인해 골머리를 썩다가 결혼을 핑계로 그의 조수 노릇을 그만두려는 왓슨도 원작과는 많이 달라졌다. 주드 로가 연기하는 왓슨은 홈즈 이상의 과격한 인물이 되었는데, 권총과 지팡이를 무기로 적들과 싸우면서 화가 나면 홈즈를 때리기까지 한다.
그렇게 영국 신사 이미지에서 벗어난 홈즈와 왓슨, 두 사람은 영국 정부를 뒤엎으려하는 사탄숭배자 블랙우드(<바디 오브 라이즈>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마크 스트롱이 연기)를 추적하는데, 거기에 홈즈 만큼이나 영리하고 잘 싸우는 여장부 아이린 애들러(원작에서 홈즈가 관심을 표시를 한 유일한 여성 캐릭터 / 레이첼 맥아담스 분)가 끼어들면서 사태는 복잡해진다.
재치 있는 각본과 배우들의 호연, 가이 리치 감독의 한결 성숙해진 연출은 영화를 시종 스릴 있게, 때론 코믹하게 이끌어 간다. 거기다 탐정물 특유의 미스터리 풀이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유쾌한 입담으로 펼쳐 보이니 이 어찌 즐겁지가 않을까. 마지막으로 속편의 악당으로 암시된 모리아티 교수(홈즈의 최대 숙적) 떡밥까지 던져주니 오락 영화로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다.
추리 모험물을 좋아한다면, 정통 홈즈 이미지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다면 이 새로운 셜록 홈즈의 탄생을 기꺼이 환영하게 될 것이다.
★★★☆
(2009년 12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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