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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서울테러
aizhu725 2011-03-28 오후 11:12:03 599   [0]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

내 이름은 칸과 같은 메시지?! 어차피 터지지도 않을 다이너마이트 친구가 서울역이든 명동이든 옥탑방이든 분풀이라도 하게 내버려 뒀다면 오히려 하나의 위대한 퍼포먼스로 블로그와 유투브에 소개되며 유명세를 탔을텐데. 그들이 말하는 희생으로 보일 수도 있었을 거고. 어떻게 소품을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폭죽 냄새는 제대로였다. 맨뒷자리에 앉아서 날아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폭죽이 개인용 불꽃놀이(야구장이나 콘서트장 가면 주는 거) 폭죽처럼 터졌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한다. 극적 긴장감은 떨어지겠지만 마지막에 시도하는 다이너마이트 하나 정도는 애교로. 어차피 찌질한 33년간의 인생처럼 전공 살려 개발한 폭탄도 안터지는 안타까움을 웃음으로 승화하기.

처음에 두번째 줄에 앉았는데 스탭이 배우들이 왼쪽 벽 쪽에서 연기하는 부분이 있다며 뒤로 가면 더 잘 보일거라고 해서 옮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큰 차이는 없었을 것 같지만 배려에 있어서는 감동! 마지막에 배달부가 신고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문으로 배치된 곳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긴 하지만, 그래도 관객 입장에서 사다리꼴로 배치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여자와 배달부는 더블캐스팅이고 두 남자 주인공은 트리플이던데(맞나, 전문용어를 몰라서) 왠지 스탭 명찰 하신 분 중에도 배우가 있었던 것 같다. 공연 끝나고 오늘의 출연배우도 막상 포스터에서 구분하려니 헷갈리는 안면인식장애지만. 공연 초반에 도입멘트 한 분도 왠지 배우 느낌. 연기가 좀 되시던데.

뮤지컬 김종욱 찾기처럼 빔을 이용해서 옥탑방 옆 선로로 지하철이 주기적으로 지나가는 것, 포항에서 기차타고 서울로 상경하는 걸 잘 표현했다. 둘의 사투리 대화는 좀 많이 어설펐지만. 창밖의 풍경도 조명에 따라 낮이 됐다가, 밤도 됐다. 극 초반에 밖의 풍경이 흔들려 보인 건 요즘 피로가 누적된 나의 착시 또는 착각이었을까? 마지막에 경찰차 불빛도 나름 잘 표현됐다. 좁은 공간의 한계를 빛과 소리를 활용해 잘 활용했다. 붓자국 남아있는 시멘트 느낌의 벽이나 곰팡이 피어 있는 구석의 벽지도 암담한 현실을 잘 표현했다. 비키니 장롱도 그렇고. 초반에 핸드폰 꺼달라는 등 기본 소개한 스탭의 말처럼 중간중간 나오는 노래가 극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어릴 적 꿈은 어디로 갔는지,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지. 초반에 식탁에 놓여있던, 금방이라도 트랜스포머로 변할 것 같은 노란색 라디오는 어느 순간 무대에서 사라졌던데.

원래 사전에 내용을 알고 본다거나 배우를 알고 본다거나 하는 선입견을 별로 안 좋아해서 대강의 줄거리와 소재만 파악하고 봤는데 짜장면 배달부가 나와서 사건이 어그러질 줄은 몰랐다. 의외의 인물. 같이 본 짝지는 친구가 몰래 신고할 줄 알았다고 한다. 경찰이 포상금 받으려면 현장에 있어야한다고라도 했나? 바보같이 현장에서 깝죽대는 배달부. 그러다 칼들고 설치고. 결론은 좀 찝질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담고 있기에 동감할 수 밖에 없다. 여친이 월세도 내 주는 찌질한 33살 남자. 루저가 성격도 드럽지. 화 내는 여친한테 손찌검까지 하고. 그렇게 떠나는 여친에게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조선시대에 조 누가 쓴 소설을 봐라. 가난하면 사랑도 일장춘몽이라는 거. 여자친구가 이사했다고 책꽂이 사주고, 양복도 다려주면 열심히 노력 한 번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한때는 닭살 떠는 파지직~ 커플이더만. 그것도 멀쩡히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이. 화학이면 취직이 어려운 학과도 아닌데. 전공을 살려 취직하지 못하는 게 타협이긴 하지만, 거기에 자존심 세우면 먹고 살기 힘들지. 친구랍시고 나오는 사람은 공장에서 손가락 2개 끊어먹고, 발가락 양말까지. 30만원*2개=60만원이 보상비라니. 안타깝다.

그래도 이 공연은 좀 이상주의적인 측면이 강하다. 계약직으로나마 취직한 여친 서연과 소녀시대의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배달부를 동정하는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나이 33에 무직. 그 나이면 이제 남밑에서 일하긴 힘든 나이. 아예 눈을 더 낮추든가, 개인사업을 하든가. 신입이 되기도, 경력으로 나가기도 힘든 나이. 극중 서연의 상황처럼 직업과 경제적 이유로 33살의 애인에게 이별을 통보한 경험이 있는 나로선 마음이 무겁지만 동감도 되고 한편으로 취업난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만 보는 시선이 불만이었다. 이별한 그 애인이 나이도, 학력도 상관없는 일을 찾아 1년 넘게 노력해서 지금은 나보다 더 잘 버는 사람이 됐다. 그걸 사회탓으로 돌리며 울분을 풀어보려 했기에 패배주의로 보였다. 사회구조적인 문제 위에 허풍 심하고 자존심 강한 주인공의 캐릭터가 겹쳐지며 발생한 문제를 국가적 울분에 의거한 윤봉길 의사나 이스라엘에 대항한 팔레스타인의 어린이 자살폭탄에 비교하는 논리적 모순. 대상이 정확한 목표지향적 테러는 의사, 의거로 보일 수 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종교 논리 아래 세뇌된 아이들이 희생되는 건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 아무나 그냥 서울을 테러하겠다는 발상은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과 다를 바가 없다. 대구 지하철은 불 질러놓고 자신은 살겠다고 빠져나온 반면,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도 죽겠다고 생각한 게 차이라면 차이일까. 911테러의 주동자 빈라덴을 아직도 안 잡는 건 미국의 산업 기반이 군수산업일 거라는 이야기나 하고. 일관성 있게 사회비판적인 모습을.

나는,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 그저 사회와 경제, 정치의 논리 속에 피해자일 뿐이에요 라고 말하고 싶겠지. 동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건 공부의 신 드라마에서 김수로가 이야기한 것처럼 억울하면 더 잘난 사람이 돼서 룰을 바꾸라는 것. 나도 힘들다. 월급쟁이로 사는 게, 매번 오르기만 하는 전세집에 사는 게, 절약해도 집값 오르는 거, 대출금리 오르는 거 따라잡기 겁나서 집 못 사는 게, 월급은 그대론데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 대중교통비 올린다는 게, 이게 힘들다. 물론 모두가 노력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巨事. 거사를 행하려는 이들의 시도. 개인의 문제를 사회의 문제로 돌리려는 건 흠.

늘 이런 무거운 주제를 던지는 공연은 어렵다. 부가 세습되는 세상, 첫직장이 허접하면 다시 바꾸긴 어려운 환경. 별 수 있나. 억울하면 남들 몇 배의 노력을 해서 룰을 바꾸는 사람이 될 수밖에. 누구는 엘리베이터 타고 가는 걸 나는 땀 뻘뻘 흘리며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할지라도.

공연이 5분 정도 늦게 시작했는데 인터파크 소개엔 90분인데 실제는 70분 정도여서 딱 좋았다. 공연장이 4층이라 좀 힘들었지만. (어제부터 갑자기 몸이 아파서 앉아있는 게 괴롭다) 보통은 월요일 공연은 없는데 월요일까지 고생한 스탭과 배우들에게 박수를! 티켓박스도 외부에 있어서 고생하는 분들께 따뜻한 거라도 사드리고 싶었는데 급히 저녁먹고 올라가느라 시간 여유가 없어서 패스.
 
상하이 짬뽕에서 후원받고 1+1 쿠폰도 주고 극중에 계속 홍보하던데 초반에 짜장면 곱배기를 시키길래 짬뽕집에서 무슨 짜장면인가 했는데 역시 나중에 소주와 짬뽕을 시키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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