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aizhu725 2011-04-06 오후 3:17:41 612   [0]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음악적 즐거움이 가득한 매력적인 연극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분명 뮤지컬은 아니다. 그렇지만 뮤지컬 보는 느낌으로 즐길 수 있었던 멋진 공연이다.
관객이 자리를 잡으면 연출하시는 여자분이 나와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 티켓을 걸로 퀴즈를 낸다. 이런이런, 성격 급한 관객이 공연제목을 말하면서 답을 맞춰버리고 다른 질문이라고 하면서 자기가 누구 닮았냐고. 이 질문이 요즘 대학로 추세인가보다. 사랑에 관한 다섯가지 소묘도 그렇고, 또 다른 공연에서도 그 질문 하더만. 요즘 대세 아이유요~ 하려는데 이미 연출자의 시선은 아래로만 향해 있어서 난 찬밥.
어제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100여 명의 단체손님이 와서 8열에 앉았기 때문에. 지하철역에서부터 우르르 뛰는 사람들 보여서 설마 했는데, 원더스페이스 앞마당에서 반별로 인원체크도 하더군. 공연 시작 전에 배우들이 준비하는 거 보면서 계속 찬사를 보내고, 웃고 떠들고 해서(뭐가 그리 웃긴지, 남녀 섞여있던데 정말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즐거운 나이인가) 공연 제대로 보기 힘들겠다 낙담했는데 막상 공연 시작하니 예의를 지켜줘서 너무 고마웠다.

이제 소품에 대해 기억을 되살려볼까?
공연 준비할 때 가운데 진회색의 계란판 같은 커다란 스폰지 설치물 위에 진베이지색의 천을 씌우길래 뭘까 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침대로 변신하더군. 캐리어끌듯이 약간 눕혀서 효과까지 제대로였다.
돈 호세와 카르멘의 잠자리 장면에서 침대가 약간 기울어지고, 뒤에서 손이 튀어나와 카르멘의 허리와 다리를 더듬는 장면은 참 관능적이었다. 나중에는 이 침대가 루카스가 등장해 투우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소의 얼굴 가면을 걸어두는 곳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공연 중 사다리도 많은 역할을 했다. 관객의 시선을 위, 아래로 움직이게 하는 동시에 뱅글뱅글 돌리면서 카르멘이 사는 동네 골목과 현관 역할까지. 무엇보다 강변의 난간 역할을 하며 카르멘이 가볍에 사다리 위에 올라 걸터앉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들고 있는 두 배우분은 힘드셨을 수도 있지만, 어쩐지 사다리를 굉장히 무거운 것 들듯이 안정감있게 잡는다 싶었는데 이유가 다 있었다.
출입구도 여타 공연처럼 어느 한 곳을 문으로 지정한 게 아니라 피아노 뒤, 술상자 사이사이를 출입구로 활용하면서 역동성이 있었다. 특히 피아노 뒤는 공연의 배경이 되는 동시에 출입구로 사용돼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딱 한 눈에 보기에도 두텁고 투박하고 가짜 느낌 팍 나는 나이프. 그래도 술상자와 더불어 스페인 해적 퓔도 나서 잘 어울리는 소품이었다.
그리고, 관객에게 긴장과 웃음을 선사한 총. 대부분 팔목에서 팔꿈치 정도의 길지 않은 총이었는데 권총이라고 하기엔 손잡이(개머리판?!) 부분이 좀 짧았지만 아주 훌륭한 소품이었다. 극의 진행에 결정적이기도 했고, 관객의 긴장을 따각따각 소리를 내는 가짜 라이터 총으로 풀어주기도 하고.
초반에 책을 읽어준다고 하며 실제 책을 들고 있는데 이때 큰 책, 중간책, 원래 책 크기로 빨간 표지 입혀서 들고 나오는데 무대에서 사라져갈 때 마치 기러기 같은 새가 무리지어 날아가는 광경이라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카르멘은 워낙에 좋아하는 공연이라 DVD도 사고, Met Opera on Screen도 보고, 플룻 배울 때 하바네라 같은 건 플룻듀엣도 연습하고 했다. 이번 공연도 큰 기대를 했고, 프로그램과 CD, 원작 책까지 세트로 만원에 구매해버렸다.
공연보고 다음날 출근하는 40분 동안 다 읽었는데 확실히 공연 제목이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답게 책의 내용과 구성을 그대로 따왔더군.

그 다음은 의상.
처음에 술집이 아닌 커피집으로 모두 검은 하의에 하얀 상의, 그리고 연보라색에 회색빛이 감도는 색의 앞치마를 하고 나와 아카펠라를 부른다. 계속 책 읽어주시는 분은 아예 턱시도 조끼 느낌의 앞치마를 하고 나오셨다.
카르멘의 매혹적인 빨간 치마와 꽃, 딱 붙는 상의도 시각적으로 효과가 높았고, 돈 호세, 투우사 루카스, 술집여자들의 플라맹고 치마도 극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투우사 루카스의 늘씬한 투우사 복장과 소로 등장한 배우의 상반신 누드도 투우 장면의 치열함과 화려한 쇼를 잘 부각시켰다.
수도사 복장도 수도사 역일 때 뿐 아니라 격투 장면에서 매트릭스 영화화면처럼 정지효과를 줄 때 그림자처럼 등장해서 재미있었다. 검은색이 아니라 에메랄드 느낌의 천이라 암울한 분위기보다는 뭔가 따뜻한 느낌도 감돌았다.

그러면 음악은?
커피에 관한 아카펠라로 공연은 가볍게 시작한다. 피아노쪽에 앉으신 분은 곡조 외에 악기소리, 배경음 비트를 많이 넣으신 듯. 술집이 아닌 커피숍으로 시작한 것도 좋았다.
조명을 통해 감옥과 거리로 관객의 시선을 옮겨가는 것도 훌륭했고. 이상하게 아직도 둥근 그림자의 조명 외에 각진 조명은 신기하게 느껴진다.
피아노 반주하시는 분은 조명이 있을 때는 물론이고, 깜깜하게 불이 꺼졌을 때도 악보없이 피아나시모와 포르테를 넘나들며 너무 멋진 연주를 해주셨다. 감동! 어릴 때 억지로 피아노를 배운 이후 한 번도 피아노를 자진해서 배우고 싶은 적이 없었는데 이런 공연보면 피아노를 다시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딱딱한 체르니 이런 거 말고 반주법 중심으로.
카르멘 하면 비제의 오페라가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곳곳에서 배경음악으로 하바네라를 사용했다. 공연 시작 전에 내가 듣기엔 해금이나 가야금 버전으로 연주한 것도 꽤 듣기 좋았다. 공연 말미에 피아노로 하바네라를 단조인지 아무튼 약간 불협느낌나게 편곡해서 연주한 것도 좋았다. 초반에 술집에서 돈 호세가 만돌린을 연주할 때 피아노 연주를 되받아서 연주하게 한 설정도 좋았다.
첼로인지 콘트라베아스인지도(처음엔 첼로라고 생각했는데 사이즈가 왠지 첼로는 아닌 것 같아서)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데 나쁘지 않았다. 격투 장면 같은 곳에서 현이 끊어질 정도로 연주하는데 그때 발생하는 먼지가루는 설정이었던걸까? 악기 연주 못하시는 분이 대강 어울리는 소리만 낸 걸까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어느정도 연주가 가능하신 분인 듯. 배경음악으로 절제된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가 높지 않고 낮아서 중후한 느낌을 주지만 배경음악으로 너무 잘 어울려서 놀랐다.
그나마 타악기인 북은 오른쪽 구석 무대에서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연주하고.
연주용은 아니지만 카르멘이 등장할 때 부채처럼 사용된 첼로 판도 재미있었다.
오페라 카르멘에서 가장 유명한 하바네라와 투우사의 노래를 따왔는데 몇몇 아리아는 직접 소화해서 듣는 즐거움이 짜릿했다. 사랑~ 사랑~ 하며 부르는 것도 좋고, 넬슨도르마인 것 같은데(지식이 짧아서 잘 모름) 후렴부분을 부르는 장면도 감동이었다.
다만, 투우사의 노래는 정말 노래로 듣고 싶었는데 오케스트라 연주가 배경으로만 나오고 대사로 진행돼서 아쉬웠다. 그래도 노래와 오케스트라 연주로만 진행되는 게 아니라 각종 악기가 등장하고 재해석된 것처럼 느껴져서 오페라와는 다른 즐거움이 컸다. 오페라 대비 시간도 100분으로 아주 적당하고. 평일에 대학로에서 공연보고 귀가해서 쉬기엔 아주 적당한 러닝타임.
최근에 TVN에서 Opera Star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첫 미션곡으로 테이씨가 투우사의 노래, 임정희씨가 하바네라를 불렀는데 둘 다 시청자 문자투
피아노, 만돌린, 드럼 외에도 다양항 악기가 등장했다. 개구리소리나는 것, 채에 뭔가를 굴려서 차르르~ 소리나게 한 것, 아코디언 등.
공연에서 연주한 피아노 악보는 판매 안 하시나? 한 번 연주해 보고 싶은데.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노다메가 폭풍연주하는 피아노버전 베토벤 교향곡 7번 악보도 위시리스트 1위다.)
그리고, 배우들이 얼마나 다재다능한지 탭댄스도 배웠나보다. 탭댄스로 춤도 추고, 카르멘이 남자들을 유혹하기도 하고.
꼭 발소리뿐이 아니라도 피아노로 쾅!하는 울림, 기타 악기들로 훌륭하게 음향효과를 조성했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격투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표현한다거나 해서 영화 매트릭스 느낌도 받고, 관객의 긴장감도 끌어올렸다가 해소시키기도 해서 좋은 연출이란 생각이 든다.

전반적인 느낌은...
돈 호세의 이야기를 돈 호세가 직접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고, 다른 사람이 하는 부분도 있고.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들면서 사건을 설명하는데 관객은 관찰자도 됐다가, 참여자도 됐다가 느낌이 괜찮았다.
무대배경도 그렇고 만화 '유리가면'에서 마야의 1인극 '비앙카' 같은 느낌이었다.   
비제도 스페인 여행하면서 곡을 썼다는데 스페인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지역인가보다. 그라나다도 스페인의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곡이라고 하던데. 미트페어런츠3 영화를 봐도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가 스페인으로 가서 플라맹고를 배우며 삶의 열정을 회복하고 온다.
공연장은 나중에는 좀 더웠는데 공연 끝나고 나이 에어컨을 틀어주더군. 조금 일찍 틀어주지. 그랬으면 마이크도 안 쓰는 것 같던데 대사를 못 알아들었으려나.
카르멘은 실제의 이야기라면 한 여자로서, 그리고 공연으로도 참 치명적이고 매력적이고 유혹이다. 남자를 유혹하는 사향향수라도 쓰나? 공연으로서의 매력도 정말 철철 넘친다. 내가 오페라, 공연, 책 CD 가리지 않고 다 본 얼마 안되는 수작.
마지막에 술집 카운터로 모두 모여서 인사를 하는데 이때 사진 한 컷 찍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다. 끝나고 배우들과의 촬영도 이곳에서 가운데 의자 2개 놓고 거기에 관객이 앉아서 찍으면 분위기 제대로 살 텐데.

제가 직접 썼고, 제가 저작권 가지고 있는 후기입니다.
간혹 제 후기 복사해서 이벤트 응모하거나, 후기 필수인 사이트에 올리시는 분 계신데
불법복제 걸릴 경우 신고합니다.
대한민국 저작권법에 규정된 벌칙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법 제11장)
저작재산권 침해: 5년 이하 징역, 5천만 원 이하 벌금
저작인격권 침해: 3년 이하 징역, 3천만 원 이하 벌금
출처 명시 위반: 500만 원 이하 벌금
더불어 복제물은 몰수한다. 저작권 침해는 원칙적으로 친고죄이나, 영리를 목적으로 한 상습적 침해의 경우 비친고죄이다. (법 제140조)
(총 0명 참여)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2112 연극 <앨리스 인 원더랜드> 보고 왔습니다~^^ fgtg00 13.03.20 482 0
2111 연극 러브액츄얼리 sanaring 13.03.04 577 0
2110 뮤지컬 구름빵 보고 왔습니다.. dmddka77 13.02.07 496 0
2109 [연극] 에브리원 세즈 아이러브유 yuyu0707 13.01.12 516 0
2108 그놈을 잡아라 ( 코믹하고 무섭게 머리아픈 스릴러) qooqu 12.12.31 505 0
2107 아쉬움이 많았던 황태자 루돌프 totemm 12.12.28 544 0
2106 블루하츠-웃음과 희망이 있는... p444444 12.12.23 484 0
2105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 poocrin 12.12.11 496 0
2104 못생긴 남자를 보고 ddargi20 12.12.07 612 0
2103 뮤지컬 [비밥] 너무재밌어요!!!굿이예요! iisunmii 12.11.30 541 0
2102 뮤직드라마 당신만이 보고 왔어요. mung413 12.11.28 474 0
2101 국화꽃 향기 가을의 향기를 느낄수 있는 공연 이었습니다.^^ qwewjddk 12.11.23 501 0
2100 인디안블로그를 보고나서 kbrqw 12.11.22 588 0
2099 1월 40일 p444444 12.11.21 461 0
2098 [연극]에브리원 세즈 아이러브유 jam2339 12.11.21 647 0
2097 "전무송" 그 이름 값에 걸 맞는 연극 "보물"을 보고 왔습니다. slkh012 12.11.16 633 0
2096 찍힌놈들...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제목의 연극이네요! mychangjung 12.11.11 556 0
2095 연극 찍힌놈들 보고 와서~ kho86 12.11.11 477 0
2094 연극 " 국화꽃향기" 를 보고 yu1935 12.11.11 791 0
2093 연극[트루러브].... aldk30 12.11.08 527 0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