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습니다.
'친일파'가 진짜 무엇인지 제대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는 이 사회에서 민간인 최초 여류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다룬 <청연>을 보았습니다.
영화는 영화로 판단해야 한다는 제 생각으로 청연을 분명 잘 만든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전 이 영화를 앞으로 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분들에게 보지 말라고 권고하고 싶습니다.
그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박경원은 하늘을 높이높이 날고 싶은 꿈을 펼치기 위해 실제로 일장기를 걸고 마지막을 비행에 나섭니다.
그러나, 아무리 감독이, 배우가 박경원에게 이데올로기를 베껴내고 인생과 꿈에 카메라를 조망해도 박경원은 영화가 만든 캐릭터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간 실존 인물입니다.
시대적 아픔이 있는 그 시대에 꿈을 이루기 위해 박경원이 그렇게 살았다는 말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생각해보십시오.
저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농사꾼이었습니다. 일제점령기에 말이죠
할아버지 할머니의 꿈은 5명이나 되는 아들들 잘 키우는게 소원이었다고 합니다. 그게 그들의 꿈이었습니다
그들은 일자무식에 가난한 농사꾼이었지만 자기 자식 잘 키우는 게 소원이었는데 일제점령기는 그들에게 그 꿈을 앗아갔다고 합니다.
보통의 우리 조상들은 남들 보기에 가장 하찮은 꿈들을 꾸었지만 모두다 시대 때문에 좌절당하거나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박경원의 비행사 꿈은 그렇게 대단한건가요?
물론 여자가 그것도 그 시대에 비행사가 됐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지금도 여류비행사는 뉴스 꺼리가 될정도이니 말이죠
그러나 박경원이 그 꿈을 이뤘다고 해서 시대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는 '면죄부'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그녀의 삶을 감동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그것이 왜 감동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이 시대의 거울이기에 박경원의 '꿈'을 그저 감동과 휴머니즘 혹은 면죄부로 덮어주지 말아야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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