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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일컫는 단어들 '무비', '필름', '시네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fornest 2009-04-22 오전 1:38:05 2349   [1]
결론부터 말하면, 무비와 필름의 차이는 '빤스'와 '팬티'의 차이 보다는 크고, '아이돌'과 '돌아이'의 차이 보다는 작습니다. 필름과 시네마의 차이 역시 '짜가'와 '짝퉁'의 차이 보다는 살짝 큰 듯 싶으나, 판타지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와 성인 영화 [해리포터와 아주 까만 여죄수]의 차이 보다야 매우 작다 이겁니다. 한 마디로 뜻은 별반 다를 게 없지만 뉘앙스와 쓰임새가 조금씩 다르다는 말씀. 이거야 원, 모국어도 아닌 남의 나랏말 보캐불러리의 섬세한 차이를 밝혀내는 일은 시작부터 참으로 쉽지 않은 것을, 다행히 그 험난한 가시밭길 먼저 가신 분이 있어 외롭지 않았습네다!

영어 좀 하신다고 소문난 외화번역가 이미도 선생께서는 일찍이 자신의 저서 <이미도의 등푸른 활어영어>에서 이 야속한 영단어 세마리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단 무비(movie)는 '"주말에 영화 한 편 때릴까?"라고 말할 때 바로 그 영화'를 가리킨다고 하지요. '주말 같은 때에 한가로운 기분으로 즐기는 재미있는 오락거리(the entertaining thing you see on the weekend to relax)'라고 부연하고 있는데, 설사 당신이 주말이 아닌 주중에 영화 한 편 매우 아프게 때린다 한들 '한가로운 기분으로 즐기는 재미있는 오락거리'로 보았다면 그 뜻이야 별반 달라지지 않을 테지요.

반면 필름(film)은 좀 더 있어보이려는 용도로 쓰입니다. 먼저 학문적 대상으로 여길 때. 'film studies'(영화학)이나 'film research center'(영화 연구 센터)라고는해도 movie studies나 movie research center라고 하지 않는 것’이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됩니다. 다음으로 예술 작품으로 여길때. 가령 영화가 시작할 때 'a film by john woo'라는 자막을 보게 된다면 그건 바로 '오우삼 작품'이라는 뜻입니다('a movie by 홍길동', 'a cinema by 일지매' 따위 크레딧 본 적 있어요?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요). "옛날에는 작가주의 영화를 만들던 거장들한테 붙여 준 예우의 표현이었는데요, 요즘은 대부분의 감독들이 거장의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탓인지 영화마다 그런 크레디트가 붙는 경향이 있더군요."라고, 친절시민 이미도 선생은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대목에서 문득 언젠가 데이빗 핀처 감독이 무비와 필름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게 생각나네요. "관객을 위해서 만들면 무비, 관객과 제작자(감독)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면 필름(a movie is made for an audience and a film is made for both the audience and the filmmakers)" 그렇다면 이번에 만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무비로 만든 걸까요, 필름으로 만든걸까요? 어쨌거나 이번 영화에도 어김없이 'a film by david fincher'라고 새겨넣었다는 거…

제가 하나 더 일러바치자면, 깐느건 베니스건 베를린이건 각종 국제 영화제 명칭이 죄다 '무슨 무슨 film festival'이지, movie festival이나 cinema festival이라고 쓰는 꼴을 못 보았거든요? 또 외국 유명 영화 학교 이름이나 영화 이론 서적 원서에도 대개 'film'을 갖다 붙이거든요? 그러니 영화를 좀 있어보이게 부를 때 쓰는 말이 필름(film)이라는 데는 딱히 토를 달 수가 없겠습니다. 요걸 살짝 고상한 말로 정리하자면 무비(movie)는 '산업적, 오락적 의미의 영화'를 말할 때, 필름(film)은 '미학적, 철학적 의미의 영화'를 말할 때 쓰는 말로 구분해 쓴다고 어디가서 자랑질 하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으로 시네마(cinema). 요건 '영화를 미학적으로 평가하거나 미학의 대상으로 얘기할 때 쓰는 단어'라고 이미도 선생은 말씀하시네요. A cinematic masterpiece라고 하면 '영상미학이 뛰어난 걸작'이라는 의미라고 친절하게 예까지 들어놓으셨습니다. 여기에 제가 주워들은 내용을 덧붙이자면 시네마(cinema)는 본래 극장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가 그 의미가 확장되어 지금은 영화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입니다. 1894년 뤼미에르 형제가 개발한 카메라 cinematographe에서 파생된 단어이고, 현재 영미권 국가를 제외한 세계 각국에서 영화를 말할 때 가장 흔히 사용하는 글로벌 오지랖의 보캐불러리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에서 cinema란, 알프레도 아저씨가 틀어주던 '영화'와 그 영화를 상영하던 '극장'을 동시에 의미하는 일종의 중의적인 표현으로 이해함이 옳은 줄로 아뢰는 바입니다.
 
"무비(movie)는 '산업적, 오락적 의미의 영화'를 말할 때, 필름(film)은 '미학적, 철학적 의미의 영화'를 말할 때 쓰는 말로 구분해 쓴다고 어디가서 자랑질 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밖에 motion pictures와 flick도 있습니다. Motion pictures는 주로 할리우드에서 통용되는 말로, movie라는 민초의 어휘를 선뜻 입에 담기 망설여지는 고상하신 윗분들 및 그 분들의 아래것들께서 즐겨 쓰는 용어입니다. 할리우드의 영화 관련 단체 이름에서 이 용어를 자주 찾아볼 수 있으며 '교양있는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쓰는 movie란 뜻의 공식 용어' 정도로 대강 감 잡으면 무리 없다고 제가 주장합니다. Flick은 반대로 movie보다 더 속되고 복된 표현으로 주로 영국인들이 즐겨 쓴다고 하는 데, 요즘 영문 기사 읽다 보면 꼭 영국인들만 즐겨 쓰는 것도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미국인들도 곧잘 씁디다.
 
행여 '남의 책 베껴쓰는 것으로 니 책무를 다했다고 보느냐'며 날아올 돌팔매에 대비, 나름 부지런한 클릭질에 매진하는 와중에 해외 사이트에도 비슷한 질문이 올라온 걸 발견했습니다(왜 아니겠수?). tvguide.com이 Q&A 코너에 올려넣은 답변 내용 거칠게 정리하면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movie는 곧 엔터테인먼트 이고 film은 곧 아트 인데, motion pictures가 그 둘의 중간 어드메쯤을 얼쩡거리는 형국이다. 그 중 아트발 날리는 영화 좀 아주 좋아라 하시는 분들이 제일 좋아하는 용어는 cinema다. 그리고 Flick은 주로 영화를 얕잡아 부를 때 쓰는 말인데,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정도가 아니라 '한 번 보고 갖다 버리는 엔터테인먼트(throwaway entertainment)'라는 뜻을 갖고 있다.' 어때요? 차암 쉽죠잉~?
 
자, 이쯤에서 친절시민 이미도 선생의 거룩한 저서에 이어 제가 쓴 거북한 졸저 <헐크바지는 왜 안 찢어질까?>도 잠시 들춰볼 필요를 느낍니다. 몇 해 전 모 영화잡지에 기자로 근무할 때 요런 비슷한 궁금증을 저에게 메일로 확 집어 던진 독자께 답하면서,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 내용이 또한 책에도 실렸거든요. 그거이 뭐인가 하면, 여러분도 잘 아시는 인터넷 백과 사전 wikipedia가 2000년대 초반, 이용자의 의견을 다량으로 접수한 적 있습니다. 영화 카테고리 주제어를 "무비, 필름, 시네마 중 무엇으로 하는 게 좋겠느냐?" 이렇게 운영자가 물었고 저마다 타고난 말발을 계발하여 안으로는 피 튀기는 여론전에 힘쓰고는 밖으로는 침 튀기는 설전에 이바지하였더랬지요.
 
그때 무비파는 일찌감치 선두 경쟁에서 탈락했던 기억이 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뭔가 있어보이는 단어' film과 cinema에 비해 movie는 지나치게 흔해빠진 용어라는 게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던 기억도 나구요. 흐릿한 기억의 선예도를 높이고자 다시 책을 꺼내보니 당시 상황을 이렇게 중계하고 있네요.

'시네마파는 대략 세 가지 장점을 들이민다. 첫째, 필름은 비단 영화에만 쓰이는 용어가 아니라 사진, 인쇄 등에 두루 쓰이는 말이지만 시네마는 오직 영화만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헷갈릴 일이 없다는 점. 둘째, 유럽 등 가장 많은 나라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라 사용자의 '쪽수'에서 앞선다는 점. 셋째,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시대, 머지않아 필름은 사라지고야 말 용어라는 점 등이다.' 아마 그때 '필름파'는 역사와 전통을 앞세워 치열한 반론을 제기했고, 특히 질문 던진 운영자 자신이 필름파에 기운 듯한 의견을 피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결과가 궁금했습니다. 이제는 정했겠거니, 한 번 들어가봤지요. 어떻게 됐냐구요? 필름이 이겼습디다!(본문 확인은 여기 클릭) Cinema, Movie, motion pictures, flick 모두 film의 너른 품에 안겨 영화 용어 통일의 한길로 정진하고 있더란 말이지요. 결국 '극장'을 뜻하는 이쯤되면 필름이란 놈은 술 먹고 끊기기는 쉬워도 영화판에서 명줄 끊기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점점 필름 사용량이 줄어드는 디지털 시대에도 영화는 여전히 필름이니까 말이에요. 21세기에도 여전히 '20세기 폭스'이고 동네 비디오 가게 다 망해나가는 지금도 여전히 '출발 비디오 여행'인 것처럼 말입니다.
posted by 쁘니줌마
이 글을 읽으니 그 동안 어설프게만 안 것 같군요..여러분도 참고 하시라고 옮겨 왔습니다.
(총 5명 참여)
wizardzeen
무비스트     
2010-09-15 10:37
kyikyiyi
영화단어 느낌 많죠     
2010-08-14 19:42
goory123
전 잘 모르겟는걸요     
2010-04-24 20:40
l303704
그렇군요     
2010-04-13 15:09
mal501
무비스트     
2010-01-26 10:49
wizardzean
전 잘 모르겟는걸요     
2010-01-06 11:04
sarang258
잘봤습니다.     
2009-12-25 14:36
peacheej
흠..     
2009-12-03 12:41
omylord2023
무비 스트     
2009-11-27 12:11
nampark0209
시네...     
2009-11-16 14:1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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