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질투는 나의 힘(2002, Jealousy Is My Middle Name)
제작사 : 청년필름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jiltoo.com

질투는 나의 힘 예고편

[뉴스종합]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인과 관객 만나는 ‘시네마투게더’ 참가자 모집 16.09.02
[뉴스종합] <로맨스 조>, 로테르담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12.01.13
질투와 동경 사이,증오와 애증 사이 gaeddorai 09.01.10
독특한 삼각관계.. ehgmlrj 08.02.22
결국 현실적인 선택.... ★★★★  w1456 19.07.29
묘한 사이에서의 박해일. 그의 선택이 주는 흥미로움. 그러나 그 이상의 재미는 아니었다. ★★★  enemy0319 18.12.08
파주라는 영화를 보고 박감독의 이 영화를 보게 됐는데 걍 평범하네요 ★★★  kmhngdng 10.12.30



무한한 잠재력의 차세대 연기파 배우 박해일,
사려깊은 눈빛과 진지한 연기로 영화계를 사로잡다

박해일은 지극히 평범한 배우다. 그의 소박하고 조용한 모습을 대하면 이 평범한 청년이 배우인가 싶을 정도다. 실제로도 그는 소위 뜨는 스타 배우가 되겠다는 욕심을 갖기 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은 영화를 하고, 1년에 연극 한 편은 꼭 하면서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매니지먼트사에 들어가지 않고 연극하던 시절부터 본인의 일을 돌봐주는 선배와 함께 일하고 있다. 그러나 박해일은 무수한 배우들을 제치고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차세대 기대주로 떠올랐다. 거의 모든 영화사에 캐스팅 1순위로 그의 사진이 걸려있다고 한다. 이렇게 그는 아주 특별한 배우가 되었다.
박해일은 아주 특별한 배우다. 박해일은 99년 연극 청춘예찬으로 백상예술대상 남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그의 연기를 인상 깊게 본 임순례 감독이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그를 캐스팅한 것. 그 뒤를 잇는 작품이 이정욱 감독의 [국화꽃 향기],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정지우 감독의 [두 사람이다] 등이다. 박해일은 [질투는 나의 힘]에서는 애인을 두 번이나 빼앗기는 난처한 상황에 놓인 청년을, [국화꽃 향기]에서는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죽어가는 연인을 지키는 아름다운 남자를, [살인의 추억]에서는 연약한 외모와 뒤틀린 내면을 가진 유력한 살인용의자를, 그리고 [두 사람이다]에서는 전생의 힘에 이끌린 사랑으로 혼란에 빠진 남자를 연기한다. 이렇듯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를 펼치는 박해일은, 연극에서 영화로 옮겨와 빛을 발한 이른바 연극계 연기파 배우의 선배 격인 최민식, 설경구, 송강호의 계보를 잇는다. 2003년은 개성이 뚜렷하고 작품성 있는 4편의 영화를 통해 차세대 연기파 배우 박해일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한 남자에게 두 번이나 애인을 빼앗기는 청년의 로맨스

어느 날 사귀던 애인으로부터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말을 듣게 된 청년이 있다. 그는 자신의 연적인 그 유부남에 대한 묘한 호기심으로 그의 주변을 맴돌다 우연히 자유분방한 매력의 여자를 만나게 된다.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 문제의 유부남에게 또다시 그녀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누구라도 한 남자에게 두 번씩이나 애인을 빼앗기는 이런 난처한 삼각관계에 빠진다면 한번쯤은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질투는 나의 힘]은 다른 영화들과 전혀 다른, 새로운 위치를 차지하며 힘을 얻는다. 청년의 질투심은 그 문제의 유부남을 향한 분노보다는 오히려 선망의 감정으로 변형된다. 왜냐하면 그의 질투심은 근본적으로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소유한 상대방에 대한 동경과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청년의 불안정한 내면 심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문제의 유부남은 청년의 연적이 아닌 선망의 대상이 되어버렸고, 청년의 삶의 궤도는 수정된다.
[질투는 나의 힘]은 청년이 맺는 다양한 관계를 통해 불안한 청춘과 질투라는 감정을 독특하게 해석해낸 점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특히 카피인, ‘누나, 그 사람이랑 자지 마요, 나도 잘해요]는 실제 대사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국제영화제들을 통해 검증된 완성도 높은 영화, 역량있는 신예 감독 탄생!

[질투는 나의 힘]은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스타 영화다. 이 영화는 지난 2002년 성황리에 막을 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아시아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로테르담영화제의 최고상인 타이거상을 받았다.
[질투는 나의 힘]의 연이은 수상은, 2002년 [취화선]의 깐느 영화제 감독상, [오아시스]의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에 이어 2003년에도 한국영화가 세계영화계의 중심에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첫 장편을 만든 신인감독을 통해 입증되었음을 알리는 한국영화계의 쾌거이다. 이미 단편 작업 시절부터 작품성을 인정 받았던 박찬옥 감독은 풍부한 텍스트와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장편 데뷔작인 [질투는 나의 힘]에서도 이런 재능은 유감없이 발휘되어 로테르담의 심사위원단은 인간관계를 고찰하는 야심찬 영화로 단호함과 섬세함이 어우러진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조화가 돋보인다며 영화에 찬사를 보냈다.
이 영화에 대한 해외 유수 영화제들의 관심과 호응은 여전히 뜨거워 프리부르그영화제,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독립영화제 등에서 초청이 잇따르고 있다.

Pre-Production Note

이건 초고가 아니예요

청년필름의 김광수 대표와 박찬옥 감독은 영화제작소 청년 시절부터 잘 아는 사이. 2000년 5월, 김광수 대표는 우연히 박찬옥 감독의 동료가 읽고 있던 그의 첫 장편 시나리오를 건네 받았다. 그 시나리오를 읽은 김광수 대표의 첫 느낌은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탄탄한 영화가 한편 나오겠다는 것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은 느낌과 영화 제작에 대해 상의하려고 만난 자리에서 박찬옥 감독의 첫마디. 이건 아직 시나리오가 아니에요. 아직 초고가 아니에요! 그 특유의 수줍음이 잔뜩 담긴 표정으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제작에 대해 얘기하기를 극구 꺼리던 그의 모습에서, 김광수 대표는 쉽게 데뷔하려고 하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심지가 곧은 감독을 만났다는 기쁨에 가슴이 설레었다고 한다.

청년필름에서 제작하기로 결정

박찬옥 감독은 [질투는 나의 힘]이 자신이 회원으로 몸담고 있는 영화제작소 청년에서 제작되기를 바랬다. 영화제작소 청년은 주로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팀. 1990년 결성되어 단편영화계의 메이저라 불릴 만큼 왕성한 활동을 했고, 그 결과 이상인, 정지우, 김용균 등의 감독들을 배출했다. 청년필름은 영화제작소 청년 출신 회원들이 모여서 만든 제작사. 스스로를 청년의 단편팀과 장편팀 이라고 부를 만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박찬옥 감독은 그의 영화를 온전히 영화제작소 청년 회원들의 힘으로 만들기를 바랬다. 이름있는 영화사에서의 데뷔를 꿈꾸기 보다는 자신과 팀웍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감독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김광수 대표는 이러한 감독의 바람을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 청년필름에서 제작하는 것이 박찬옥 감독이나 영화제작소 청년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박찬옥 감독에게는, 신인 감독으로서 안정된 시스템이 갖추어진 제작사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영화제작소 청년에게는 장편영화에 눈을 돌리기 보다는 단편영화 제작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 것이 더 발전적이라는 점에서. 이런 과정을 거쳐 박찬옥은 정지우, 김용균에 이어 영화제작소 청년 출신으로 청년필름에서 데뷔하는 세번째 감독이 되었다.

[해피 엔드]에 이은, 명필름과의 해피한 만남

모든 제작자가 그러하듯이, 김광수 대표는 캐스팅과 파이낸싱의 험난한 고비를 넘어야 했다. 어려운 고비에 부딪힐 때마다 이 영화를 만들 수만 있다면 영화사를 운영하는 이유는 충분하다며 마음을 다잡고는 했다. 이러한 여정에서 명필름은 청년필름의 좋은 선배가 되어주었다. 명필름과는 [해피 엔드]를 함께 한 이후, 시나리오 모니터링부터 캐스팅에 이르는 많은 문제들을 상의하는 막역한 사이. 김광수 대표는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에게 [질투는 나의 힘] 시나리오를 건네주고 모니터링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두번째는 투자를 받겠다는 마음으로. 이에 대한 심재명 대표의 첫 반응은 시나리오는 좋지만 투자는 어렵겠다는 것.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은 김광수 대표는 박해일, 배종옥, 문성근을 캐스팅하고 다시 한번 명필름의 문을 두드렸다. 그때 새롭게 제안한 것이, [질투는 나의 힘]은 만들어지는 것 자체 만으로도 그 의미가 충분하므로 제작사의 수익 배분율을 아주 낮추고, 본인의 프로듀서 개런티를 없애겠다는 것. 지분이나 수익을 포기하고서라도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이 머리 속을 꽉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은 [질투는 나의 힘]이 명필름의 투자 작품 1호가 되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질투는 나의 힘]에 선뜻 투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 심재명 대표는 "투자를 안하겠다고 해놓고 나서 잠자리에 누우면 자꾸 이 영화가 생각나더라. 시나리오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작사와 투자사의 모든 조건은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며 오히려 제작사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는 훌륭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하여 청년필름과 명필름은 [해피 엔드] 이후 2년 만에 다시 함께 영화를 만드는 해피한 파트너가 되었다.

"제작비를 아껴라" 프로듀서와 감독의 절대절명의 과제

[질투는 나의 힘]은 순제작비가 11억을 넘지 않는 저예산 영화다. 예산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프로듀서와 감독은 고뇌와 잔꾀를 오가는 여러가지 묘안을 고민했다.
대표적인 묘안은 청년필름 사옥 옥상에 주인공 박해일의 옥탑방 세트를 지은 것. 세트장 대여비를 아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질투는 나의 힘]에는 일반 주택을 사무실로 개조한 청년필름의 구석 구석이 많이 나온다. 주인공 친구의 자취방도 사무실 방 중의 하나를 꾸민 것이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층계며 현관, 그리고 골목길까지 사무실 앞길에서 찍는다. 아무래도 사무실을 촬영장소로 정하면 비용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편 총 촬영 차수 45회를 넘기지 않기 위해 프로듀서는 스탭들에게 새로운 스케쥴을 하나 내놓았다. 그것은 영화의 프롤로그 장면을 테스트 촬영으로 찍는 것. 그러나 그 테스트 촬영은 주연배우가 출연하고, 보조 출연자 35명이 동원된, 그것도 하루가 아니라 이틀에 걸쳐서 진행된 전례가 없는 테스트 촬영이었다. 그러나 이런 점에 대해 묻거나 이의를 제기하면 프로듀서와 감독은 능청스레 시치미를 뚝 뗀다. 테스트라니까! 결국 [질투는 나의 힘]은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더 큰 규모의 완벽한 테스트 촬영을 마치고 본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섬세한 고집스러움 박찬옥 감독

박찬옥 감독은 조용한 사람이다. 촬영장 분위기는 감독을 닮는다고 했나, 그래서인지 [질투는 나의 힘]의 촬영장 분위기는 아주 조용하다. 그런데 그 조용한 박찬옥 감독의 고집스러움은, 드세고 목소리 높기로 유명한 영화제작소 청년 회원들이 포기할 정도이다. 영화제작소 청년 시절, 회원들은 감독과 스탭을 번갈아 하는 일종의 품앗이 제도를 정착시켰다. 당시 감독과 스탭들의 의견소통은 아주 중요해서, 만약 촬영감독이 콘티가 이해가 가지 않으면 촬영장에서 카메라를 안고서 주저앉는 식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관례는 아무 말 없이 촬영감독이 따라주기를 기다리는 박찬옥이라는 강적을 만나면서 깨졌다.
이런 박찬옥 감독에 대한 스탭들의 평은 설득시키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설득이 되면 합리적이고 대단히 정확하다는 것. 그래서 미리 준비하고 합의된 촬영 진행은 상당히 빠른 편이다. 물론 가끔 남들은 설명 없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것을 이해시키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푸념이 있기도 하지만. 이번 영화의 조연배우 오디션이 그런 경우이다(단역까지). 심지어는 대사가 없는 단역까지 연출부가 상대역을 연기하는 오디션을 보았다. 오디션 때문에 일정이 너무 밀린다는 프로듀서의 제동에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통제하기 어려운 것은 배우들의 연기이다.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거니까. 대사 없는 단역 배우들의 연기력도 그래서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결국 [질투는 나의 힘]은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수준 높은 배우들로 구성되었다. 대사 없는 역할을 맡은 배우라 하더라도.

불안한 청춘의 내면에 대한 섬세한 고찰, 박찬옥

어느날 문득 청년기를 마치기 전에 장편영화 한편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첫 영화의 주인공이 될 인물을 구상하는, 즐거운 상상에 빠져 지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때로는 소박하고, 순진하고, 근본적으로 선량한 사람이다. 그래서 왜곡된 자의식에 빠져 있는 그를 궁극적으로 미워할 수는 없다. 그는 대적하기 보다 역설적으로 위축되어 매몰당하고 만다. 또한 그는 결핍을 안고 있는 사람이다. 결핍은 비극적인 결말을 낳기 쉬운 아슬아슬한 감정이자, 발로(發露)가 되는 힘을 가진 위대한 감정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 [질투는 나의 힘]에서 질투는 결핍의 다른 말이라고 혼자 생각했었다.
이 영화의 출발은 사실, 가볍고 흔쾌했다. 하지만 그 여정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아직도 그를 쫓고 있다. 잡힐 듯 말 듯 여전히 그는 거기에 있다. 아마 이 영화를 완성하고도 한참 후에나 그 정체가 겨우 보여질까. 긴 호흡으로 그를 찾아 나선다. - 박찬옥 감독의 연출노트 中

대학 졸업 후 뒤늦게 영화를 하기로 마음먹은 후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발을 딛은 박찬옥 감독은 짧은 대학생활과 영화제작소 청년에서 활동하는 동안 그의 개성이 오롯이 담긴 단편 영화들을 만들면서 영화연출의 기본을 착실하게 다졌다. 화가인 남편과 약사인 부인의 팍팍한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단편 [셔터맨]을 시작으로 서울 한복판 옥상에서 거대한 볼링핀을 청소하는, 고양이를 닮은 섹시한 여인이 등장하는 [Cat Woman & man], 지하철에서 성추행의 위협을 느끼던 여자가 갑자기 동성애적인 충동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그린 [있다]를 거쳐, 대학입시를 100일 앞둔 두 고등학생의 작은 모험을 그린 [느린 여름]에 이르기까지, 그는 일상에 대한 독특하고 섬세한 시선을 담은 단편들을 연출해 왔다.
박찬옥 감독은 표면적으로는 잔잔하지만 내적으로는 격렬히 동요하는 인물을 그리거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균열을 섬세하게 그리는데 있어 흔치 않은 재능을 보여준다. 불안하고 부조리한 청춘의 내면을 그리는 영화 [질투는 나의 힘]. 박찬옥 감독이 청년기의 감수성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 영화에서 우리는 젊은 시절, 우리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었던 감정, 아직 자신을 인정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하는 청년기의 불안과 설레임의 감정과 마주치게 될 것 같다.

Director's Comment

첫 장편영화를 찍는 느낌
장편영화라는 모양새가 될까 - 스스로도 궁금하다. 단편영화를 찍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영화를 찍을 때 마다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질투는 나의 힘], 제목이 의미하는 것
[질투는 나의 힘]을 영화 제목으로 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행동의 동력은 질투라고 생각한 것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이원상의 행동은 그의 기본적인 감성과 더불어, 자신의 결핍된 부분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 질투로부터 발현된다. 예를 들면, 자신의 애인을 빼앗겼다는 데서 오는 질투심, 일종의 콤플렉스, 그리고 그에 대한 의식적인 집착과 궁금함으로 인해 옛애인을 빼앗은 문제의 유부남 한윤식이 일하는 잡지사에 입사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물의 심리와 행동이다. 그들의 행동을 설명해줄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것을 제목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극중 인물을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영화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목이 될 거라 생각했다.

이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
한 젊은 남자가 자기 애인으로부터 유부남을 사랑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 남자의 주변을 서성댄다는 이야기.

왜 청년기 영화인가
세상과 화해하지 못하는 인물의 이야기, 화해가 안 되는 인물에 대한 영화는 감동을 주거나 마음을 따뜻하게 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 불안정하고, 불균형하고, 발칙하고 불온하고. 이런 것들에 대해 사람들이 약간의 거부감을 가진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런 영화를 해야 한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기 말기라는 생물학적인 나이 때문이 아니라, 청년의 시선과 감성으로 불안정한 내면을 가진 인물을 섬세하게 그리고 싶다. 왠지 지금이 아니면 못 찍을 영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인물들, 이원상, 박성연, 한윤식, 그리고 안혜옥
이 영화는 한 인물을 세 인물과의 관계 속에서 보여주겠다라는 데서부터 출발했다. 여기서 한 인물은 이원상이고, 나머지 세 인물은 박성연, 한윤식, 안혜옥이다.
이원상은 불안감, 일종의 결핍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현실에 적응하기보다는 아직은 부유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청년이다. 안혜옥과 있을 때는 인간적인 면이, 박성연과의 관계 에서는 순진한 면이, 그리고 한윤식과의 관계에서는 애정결핍,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으로 비춰진다.
박성연은 감정의 잔재나 지난 것들에 대해 집착하는 인물이다. 현실적이지 못한 면도 있고, 명확한 자신의 미래나 꿈을 갖고 있지 못하다. 내외 개념이 별로 없는 분방함과 담백함이 있는 사람이다.
한윤식은 자유롭고, 급진적이며, 명쾌함과 확신이 있는 인물이다. 인간적이기 보다는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적 감성이 있는 인물이다.
안혜옥은 원하는 것에 따라 즉각적으로 행동하고, 자기의 욕망이 무엇인지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어리숙하고 순수한 여자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지만, 나름대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산다. 삶의 전망이나 행동의 원인이 분명한,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사는 인물이다.

감독이 생각하는 박해일, 배종옥, 문성근, 그리고 서영희
배우 박해일. 일반적인 남자 배우들이 가지는 속성, 즉 특화된 남성성이나 화려함, 세련된 인상이 강하지 않은 배우다. 아직은 위축되어 있고, 아슬아슬하고 불안해 보이는 면이 있다. 세상과의 만남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훈련된 사회성에 대해 낯설어 한다. 그런 면에서 이원상과 박해일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극 중 이원상과 비슷한 나이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 인물에 대해 느끼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원상은 어쨌든 가공의 인물이고, 박해일을 통해서 이원상이라는 인물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배종옥. 박성연이라는 인물이 제대로 보여지기 위해서 연기력과는 또 다른 무엇, 배우의 개인적인 성격을 통해 박성연이 드러나야 한다고 느꼈다. 박성연의 외형적인 모습과 닮은 배우들은 많다. 그러나 거침없고 분방한 느낌을 주는 여성적 매력(이런 것도 여성적인 매력의 일종이다)이 박성연의 핵심은 아니다. 왜곡되지 않은 배우, 가벼워 보이지 않는 인상과 연기력이 뒷받침 되는 배우, 문성근과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는 배우. 떠오르는 건 배종옥 이었다.
문성근. 한윤식은 인간적인 면보다는 현실적인 면을 우선시하는 인물이다. 옳고 그름이 명확하고 확신에 차 있지만,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귀엽고 또 부드러운 면도 있다. 문성근은 순결한 신부, 천상의 남자와 같은 따뜻함과 현실적인 인간의 차가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둘은 많이 닮아 있다.
서영희. 풍부한 감성과 표정이 있는 배우다. 안혜옥은 감정적으로 격렬하고, 약간은 어리숙한 인물이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나름대로 밝고 행복한 면도 있고. 안혜옥의 양극단을 오고 가는 솔직하고, 때로는 격렬한 감정을 잘 표현해줄 배우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공간, 그리고 인물과 공간과의 연관성
이원상의 옥탑방은 임시적이고 불안정한 공간이다. 취향과 상관없이 그냥 필요에 의해 구한 물건이 집합되어 있는 기능적인 방이다. 사실 이원상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회사 차 안이다. 젊은 친구들은 자가용으로 이곳 저곳 배회하는 거 좋아하지 않나? 그러나 역시 차도 이원상의 것이 아니다. 그의 부유하는, 불안정한 상황과도 같다.
안혜옥의 수예점. 쇠락해 가는 집과 그에 딸린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작은 수예점. 외부와 차단되어 그 나름의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임과 동시에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가정을 이끌어가기 위한 생계수단이기도 하다.
박성연의 공간은 크게 두곳이다. 집과 동물병원. 가사일, 집안일에 무신경한 탓에 박성연의 집은 항상 정리정돈이 되어있지 않다. 그리고 그녀 역시 애착을 갖지 않는 공간이다. 자신의 확실한 미래를 가지고 있지 않은 부유하는 듯한 인물이기 때문에, 동물병원도 역시 그녀에게는 그녀의 생활공간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한윤식의 집. 아내와 딸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 자신의 취향이 담긴 공간이지만, 나름대로 예술가적 기질이 있기 때문에 공간을 조화롭고, 세련되게 정리 정돈하지는 않는다. 자기식대로 자기가 편하게 생활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이다.

촬영, 조명, 음악에 대해
촬영, 조명, 그리고 미술. 사실적인 면을 유지하려고 한다. 영화적 공간보다는 현실적으로 우리의 시각과 유사한 시점, 공간을 선택할 것이다. 조명 역시 생활공간 속의 빛의 느낌과 유사하게 할 것이다. 가능하면 왜곡이 없는 렌즈, 인위적인 카메라 워킹은 피하고 사실적으로 보이게 할 것이다.
음악. 인물의 심리가 느껴질 수 있는 음악이라는 기본 컨셉으로 음악감독과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작곡 위주로 할 생각이다. 그리고 음악이 너무 음악적이지 않았으면 한다. 음악의 선율보다는 음악이 주는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 그런 영화음악을 생각하고 있다.

전반적인 연출 컨셉
[질투는 나의 힘]은 중심 인물간의 관계가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방식과, 인물들이 평행적으로 맺는 관계가 축이 되는, 예를 들면 [숏 컷]이나 [타인의 취향]과 같은 영화처럼, 방식을 동시에 사용한다. 이원상이라는 인물의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방식은 영화를 읽는 일반적인 규칙에 비하면 약간은 낯설 수도 있다. 드라마 전개에 있어 관객들에게 익숙한 방식(단선적인 이야기 전개)과 낯선 방식(병렬적인 이야기 전개)이 있다면, [질투는 나의 힘]엔 두 가지 방식이 혼합이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극중 인물간의 자연스러운 연결과 각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중요하다. 불균형 속에서 보여지는 이야기 구조가 갖는 흥미로움, 익숙함과 낯섬의 조화, 그리고 영화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의 유기적 조화를 중심에 두고 있다.

관객들에게 주는 느낌. 어떤 이미지의 영화이길 바라나.
외적으로는 평이하지만, 내적으로 불안정하고 신경증적인 인물, 그래서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인물로서 이원상을 비롯한 캐릭터들이 인상에 남는 그런 영화였으면 한다.



(총 17명 참여)
ninetwob
연기가 훌륭하다     
2010-09-10 14:57
apfl529
헤어졌나??     
2010-08-14 00:59
kisemo
기대     
2010-02-15 13:41
nada356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2010-01-23 15:56
im2hot
박찬옥.. 헷갈릴뻔 했네요     
2009-02-25 21:59
gaeddorai
질투와 동경 그어느사이에 서있는 박해일의 풋풋한 모습이 대단히 좋다     
2009-01-10 23:09
bjmaximus
사람들 박찬욱이랑 박찬옥이랑 되게 헷갈려한다는..ㅎㅎ     
2008-11-29 12:41
wizardzean
특이하네요     
2008-03-17 12:16
ymsm
너무 연기 잘하던데..다들..     
2008-02-23 10:26
ehgmlrj
독특한.. 삼각관계의 사랑이야기..     
2008-02-22 13:42
1 | 2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