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 하나로 휴전선을 넘는 의문의 남자(윤계상)는 이산가족들이 부탁하는 물품을 대신 배달해준다. 어느 날 국정원 요원은 그에게 인옥(김규리)이란 여자를 남한으로 데려오라는 미션을 내린다. 인옥은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고위 간부(김종수)의 애인. 의문의 남자는 우여곡절 끝에 인옥과 휴전선을 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국정원 요원들은 남자의 정체성을 의심하고, 약속한 돈 대신 고문을 자행한다. 한편, 인옥은 목숨을 걸고 자신을 남한으로 데려온 의문의 남자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 시각 서울에 도착한 ‘북한 간첩단’은 북한 고위 간부와 인옥을 사살하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아름답다>에서 ‘김기덕의 아류’라는 말을 들었던 전재홍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그 이미지를 씻어낸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건 장르 영화를 다룰 줄 아는 감독의 연출력이다. 감독은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소재로 멜로, 액션,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섞는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멜로다. 의문의 남자와 인옥의 사랑은 영화의 구심점이 되어, 이야기의 동력이 된다. 남과 북, 어디에서도 이루어질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은 국정원, 북한 간첩단 등 장애물이 등장하며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고조시킨다. <본> 시리즈 스타일의 액션도 볼거리를 안겨준다. 더불어 간간이 삽입되는 코미디도 심심치 않게 웃음을 준다.
다만 이런 다양한 장르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한다. 멜로에서 액션, 액션에서 코미디로 가는 과정이 덜그럭거린다. 다소 개연성 떨어지는 설정들이 빈틈을 만든다. 물론 장르의 다변화를 통해 분단 이데올로기를 다뤘다는 점은 매력이지만, 전체적인 완성도 면에서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이다.
2011년 6월 22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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