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에 왔는데도 외롭다.”는 해리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의 고독한 독백만큼이나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하 <불사조 기사단>)의 분위기는 대체로 어둡다. 돌아온 그분, 볼드모트의 실체를 드러내며 비장함을 더한 <불의 잔>의 엔딩과 직계로 연결되는 후속작인 탓도 있지만, 캐릭터들의 성장통이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성장기의 발랄함은 진로에 대한 현실적 고민에 눌리고, 만만치 않은 운명이 부르는 고난의 인생사를 타고난 해리포터에겐 그런 성장기의 고민을 누릴 여유조차도 마땅치 않다. 무엇보다도 해리포터의 가장 경쾌한 볼거리였던 퀴디치 시합을 흔적조차 볼 수 없다는 점-책과 달리-은 아무래도 이번 영화가 엔터테인먼트 영상물이 되기보단 내러티브를 중시한 영화로 남길 바란 것만 같다.
하지만 출간된 역대 시리즈 중 가장 긴 페이지 수-‘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4권보다도 1권이 늘어난-를 지닌 <불사조 기사단>을 137분의 러닝 타임으로 풀어내기란 역부족이었을까. <불사조 기사단>은 플롯의 빈틈이 많다. 또한 원작 소설과의 비교상에서 영화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무참할 정도로 무시하고 있으며 흥미로운 이야기의 흐름을 간과한다. 가장 큰 공백은 캐릭터들의 심리묘사다. 단지 심각한 표정만 지으면 무게감은 얹혀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일까. 소설에서 늘어뜨린 활자를 통해 세심하게 다뤄지던 성장기 캐릭터들의 갈등과 번민들은 분명 이번 작품의 가장 중요한 핵심 코드였음에도 영화는 마치 철없는 응석을 넘기듯 무심하게 스쳐 지나간다. 결국 <불사조 기사단>은 마치 영화적 감흥이 결여된 소설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는 것만 같다.
원작 소설에 대한 애착만으로 완성도와 무관하게 영화를 선택할 독자들에게도 <불사조 기사단>은 매력적인 콜렉션이 못 된다. 물론 지금까지 영화화된 이 시리즈가 원작의 애독자들을 완벽하게 만족시킨 적은 없었다 할지라도, <불사조 기사단>이 시리즈의 대단원을 위한 초석이란 점을 명시한다면 실망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소설의 페이지 수를 충족시키기엔 러닝타임의 압박이 컸다. 하지만 <불사조 기사단>은 영화적 재구성의 묘미를 살리지 못했다. 소설을 전반적으로 건드리기 보단 단호한 선택을 통한 삭제와 재구성에 충실했어야 했다.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고, 플롯의 공백을 보충하지 못하는 인과관계는 허전하다. 원작의 애독자에게도 비판 대상이요, 비애독자에게도 비판 대상이다. 게다가 역대 시리즈 중 볼거리는 가장 빈약하다. 어쩌면 <해리포터>시리즈의 가장 큰 걱정은 배우들의 빠른 발육보다도 소설에 기댄 채 영화적 고민을 할 줄 모르는 시리즈의 유명무실일지도 모른다.
2007년 7월 5일 목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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