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대단한 롤라(로라 램지). 임시직 우체부로 일하며 게이 친구를 두고 있다. 그리고 편견에 의해 춤으로 뭔가를 시작하기에는 좀 늦은 감이 있는 20대 중반의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는 춤을 포기하지 못하고 식당에서 춤을 추고 있는 자신에게 반한 잭(아사드 보우압)과 교재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롤라에게 정규직 우체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나 현실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방황하던 그녀는 안정된 생활 대신 꿈을 선택한다. 이 사실을 안 이집트 출신의 보수적인 남자친구 잭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를 떠나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를 잊지 못하는 롤라는 그를 따라 이집트로 향한다.
영화에서 롤라가 사랑을 찾아 떠난 이집트는 가난한 이들과 부유한 이들이 극명하게 대립되어 보여 지는 것처럼, 시련의 땅인 동시에 축복의 공간이 된다. 결국은 만나게 된 잭을 통해 이집트에 존재하는 이성간의 엄격한 규율과 이곳에서 여성댄서라는 존재가 얼마나 괄시를 받는지를 알게 되지만, 당당하고 꿈을 좇는 뉴요커답게(?) 그러한 성차별이 존재하는 땅을 자신의 인생에 축복을 안겨주는 공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바로 자신의 친구가 보여주었던 밸리댄스 비디오의 주인공, 지금은 존재를 감춘 천재적이고 아름다운 밸리댄서 이스마한을 찾아가 그녀의 유일한 제자가 됐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상에서 롤라가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무작정 이스마한을 찾아가는 부분은 좀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은둔하고 있는 이스마한을 뉴욕에 사는 친구의 아주 어릴 적 기억에 기대 너무 쉽게 찾아내는 부분도 그렇고, 춤과 상관없이 어차피 남자친구를 붙잡기 위해 이집트에 갔던 것임에도 그와 헤어지고 갑자기 밸리댄스를 해야겠다고, 그것도 꼭 이스마한에게 배워야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롤라의 모습은 좀 갑작스러워 보인다. 오랜 시간 마음의 상처를 입고 은둔했던 이스마한이 갑자기 나타난 미국인 아가씨를 유일한 제자로 받아들이게 되는 감정의 변화도 뚜렷해 보이지 않고.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을 제외하면 <롤라>는 자신의 꿈과 열정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비교적 유연하게 밟아 나간다. 롤라는 변화하는 모습을 온 몸으로 느끼며 점점 더 춤에 몰두하고, 노력과 열정을 통해 자신을 향한 주변의 적대적인 시선을 바꾼다. 또한 세상의 차별과 사랑의 아픔으로 인해 스스로를 가둔 이스마한을 천천히 세상 속으로 꺼내 놓는 따뜻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랑의 실연 앞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최고의 여성댄서가 되어 가는 롤라의 모습과, 자신의 꿈을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그녀의 모습은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롤라>의 매 순간은 ‘로라 램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그녀는 춤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가득하나 사랑 앞에 약간 철딱서니 없는 롤라에서 최고의 밸리 댄서가 되는 롤라를 무난하게 소화해 냈다. 하지만 그녀가 실제 전문 댄서가 아니었던 관계로 밸리 댄스 춤 부분에 대해서 훌륭한 실력을 선보였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 까 싶다.(물론 6개월 이상을 밸리 춤으로 보냈다는 그녀의 의지는 높이 사는 바이다.) 여기에 밝고 경쾌한 롤라와는 대조적인 이스마한 역할의 ‘카멘 레보스’는 무수한 경력을 갖고 있는 레바논의 국민 배우답게 묘한 여인의 분위기를 잘 살리며 극을 이끌고 ‘나빌 아우크’ 감독에 의해 탄생된 <롤라>에 차분함과 진지성을 녹여낸다.
2008년 12월 31일 수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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