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을 일에 치여 사는 큐레이터 베스(크리스틴 벨). 그녀는 자칭 뉴욕의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보기 좋게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자신보다 친동생이 먼저 결혼에 골인한다. 그것도 매끈하게 잘 생긴 이탈리아 훈남과 말이다. 이런 베스에게도 사랑이 찾아온다. 동생 결혼식이 열리는 이탈리아 로마로 온 베스는 그곳에서 매력적인 남자 닉(조시 더하멜)을 만난다. 그러나 매력적인 남자는 여자들이 가만 놔두지 않는 법. 다른 여자에게 그를 뺏긴 베스는 사랑의 분수대에 앉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그리고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이루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며 분수대 안에 던진 동전을 줍는다. 그런 베스에게 하늘이 벌을 내린 것일까? 그녀의 주변에 있던 동전 주인들이 하나 둘씩 그녀에게 무차별적인 애정공세를 펼치고, 닉 또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로마에서 생긴 일>은 색다를 것 없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떠나갈 만큼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 베스. 그녀는 우연히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해 묘한 사랑의 기운을 느끼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홧김에 사랑의 분수대에서 동전을 가지고 온 베스는 이후 그 동전 수만큼 자신에게 구애하는 남자들에게 시달린다. 이때부터 동전의 저주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고, 그 와중에 진정한 사랑을 만난다. 말 그대로 해피엔딩!
영화의 스토리는 여타 로맨틱 코미디 영화처럼 첫 장면을 보고 끝 장면을 쉽게 유추할 수 있을 만큼 뻔하다. 하지만 동전 때문에 일어나는 웃지 못할 저주는 단조로울 수 있는 영화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총 5개의 동전을 주은 베스는 5명의 남자들에게 원치 않는 사랑을 받는다. 소시지 재벌, 길거리 마술사와 화가, 모델, 그리고 기자인 닉까지 베스를 향한 이들의 애정공세가 이루어진다. 다양한 소시지로 그녀를 유혹하거나, 건물 벽에 그녀의 그림을 그리거나, 마술로 그녀의 물건을 훔치며 관심을 끌거나 하는 그들의 노력은 로맨틱과는 거리가 먼 유치함으로 웃음을 전한다. 또한 그들은 릴레이 달리기 선수들이 바통을 이어받는 것처럼 쉴 세 없이 그녀를 괴롭히며 재미를 더한다.
극중 베스 역으로 등장하는 크리스틴 벨은 영화의 로맨틱함과 동시에 유쾌함을 보여준다. 이번 영화에서 크리스틴 벨은 미드 <히어로즈> 시리즈에서 아무렇지 않게 고압 전기를 뽑던 강인한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눈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해서웨이 눈보다는 단추 구멍처럼 작고, 그녀의 몸 개그가 <쇼퍼홀릭>의 아일라 피셔보다는 뒤지지만 귀여운 매력으로 승부한다. 또한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지구를 지키며, 군인 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줬던 조쉬 더하멜은 다소 느끼하지만 여심을 흔드는 훈남으로 등장한다. 더불어 매번 작은 사고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고뭉치 캐릭터로 나와 코믹연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동전의 저주를 풀고 나서는 너무 급하게 마무리 짓는다. 그동안 베스의 사랑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던 남자들은 동전의 저주가 풀린 후, 그들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기회를 주었다고 그녀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또한 오해로 사이가 멀어진 닉과의 사랑도 달콤한 키스 한방으로 결혼에 이른다. 당연히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을 줄 알았지만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해답보고 풀 듯 거침없이 마무리 된다. 또한 반전으로 껴놓는 마지막 5번째 동전의 주인의 실체는 억지스럽다. 다만 90분 동안 연인과 단둘이 손잡고 본다면 딱 어울리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2010년 4월 7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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