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프(파비스 파라스투이)는 시각장애인이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수이자, 화목한 집안의 가장이다. 그러던 어느날 유세프는 눈에 생긴 암세포 때문에 치료차 파리로 떠나고, 각막이식을 받으면 시력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는다. 그는 눈을 뜰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을 걸고 신에게 기도한다. 그 기도를 들었는지 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유세프. 하지만 기쁨도 잠시, 고향에 돌아온 유세프는 상상과는 다른 현실의 추함과 눈에 보이는 욕망에 사로잡혀 고통을 받는다.
<윌로우 트리>는 다시 광명을 찾게 된 유세프를 중심으로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그로 인해 생기는 고뇌를 담고 있는 영화다. 눈을 뜨기 전 유세프의 삶은 행복 그 자체였다. 아름다운 부인과 귀여운 딸, 그리고 덕망 높은 대학교수로 평화로운 생활에 만족한다. 각막이식 후 기적처럼 시력이 돌아온 그는 더 큰 행복감을 누릴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까지 걸어온 자신의 인생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눈을 현혹하는 욕망에만 치중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윌로우 트리(버드나무)는 유세프가 시력을 찾게 되면 꼭 보려고 했던 행운의 나무다. 하지만 실제 눈을 떴는데도 불구하고도 보이는 욕망의 사로잡혀 그 흔한 버드나무 한 그루도 찾지 못한다. 또한 매일 같이 신에게 기도를 드렸던 유세프는 언제부턴가 절망에 빠져 기도는커녕 새로운 삶에 대한 푸념만 늘어놓는다. 이를 통해 영화는 인간의 무한한 욕심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여준다.
<천국의 아이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실제 맹인으로 살다가 시력을 되찾은 남자를 만난 후 이 영화의 소재를 얻었다. 보이지 않던 세상이 두 눈앞에 펼쳐졌을 때 과연 그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하는 호기심, 새롭게 만나는 세상을 바라보며 삶은 어떻게 변화했는가에 대한 의문은 영화의 출발점이 된 동시에 이야기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천국의 아이들>에서 동생에게 줄 새 신발을 얻기 위해 마라톤 시합에 나가는 오빠의 모습을 통해 돈이나 명예로 얻을 수 없는 삶의 행복을 전했던 감독. 그는 이번 영화에서 시력을 되찾은 유세프가 시간이 지날수록 맹인이었던 시절의 행복과 명예를 잃어가는 모습을 천천히 따라가며 역설적으로 작은 기쁨도 소중히 여겼던 예전 삶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영화 속 삶의 의미를 전하는 방식은 지루하다. 시력을 되찾는 기적 같은 일은 충분히 극적 요소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유세프가 절망에 허우적거리며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는 장면은 눈꺼풀을 무겁게 만든다. 점점 미간을 찌푸리며 세상을 향해 울분을 터트리는 그의 모습은 욕망에 휩싸인 인간의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만 더불어 지루함도 전한다. 다만 절망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볼 100분 동안의 고요한 수행이 되겠지만 말이다.
2010년 4월 23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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