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 농장에서 일을 하며 근근히 네 식구를 먹여 살리는 아빠 카림(모하마드 아미르 나지). 어느날 청각장애인인 큰딸의 보청기가 물에 빠져 고장난다. 카림은 도시로 나가 보청기를 고치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농장에서 타조가 도망치고, 카림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다. 그는 도시에 나가 집의 보물 1호인 오토바이를 이용해 택시 운전 일을 한다. 딸은 아버지의 힘듦을 덜고자 거리에서 꽃을 팔고, 아들은 동네에 있는 우물에서 키운 금붕어를 팔아 돈을 벌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의 소망을 쉽게 들어주지 않는다.
<참새들의 합창>은 <천국의 아이들>을 연출했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2008년도 작품이다. <천국의 아이들>에서 운동화를 잃어버린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참새들의 합창>은 보청기가 고장나면서부터 그들의 고난이 펼쳐진다. 보청기는 시험을 앞둔 청각장애인 딸에게 꼭 있어야 하는 물건이다. 아버지는 온종일 오토바이를 몰며 돈을 벌고, 동생은 내다 팔 금붕어를 키우기 위해 우물을 청소한다. 하지만 보청기를 살만큼의 돈은 쉽게 모이지 않는다.
감독은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카림을 통해 역으로 오늘날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사회를 꼬집는다. 카림은 오토바이 택시 일을 하면서 돈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다. 비록 도시 사람들한테는 푼돈이지만, 자신한테는 큰 돈인 오토바이 택시비. 농장일을 할 때보다 벌이가 좋아진 그는 점점 돈을 모아가는 재미에 빠진다. 그로 인해 자신이 번 돈이나 도시에서 구해온 물건들을 누가 빼앗아갈까봐 노심초사 한다. 카림은 걱정하는 아내에게 모두 가족을 위해서 한 일이라며 합리화를 시키지만 점점 행복과는 멀어진다.
영화는 돈에 눈이 먼 카림과는 대조적으로, 폐수로 가득 찬 우물에서 금붕어를 키워 돈을 벌겠다는 아들과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카림은 온갖 쓰레기와 악취만 가득한 우물에서 금붕어를 키운다는 아들의 꿈에 회의적이다. 하지만 아들과 친구들은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금붕어를 사고 우물을 깨끗하게 만든다. 그러나 금붕어를 옮기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그와 함께 아이들의 꿈도 사라지고 만다. 결국 단 한 마리의 금붕어를 우물에 넣게 되는 아이들. 영화는 유유히 우물안을 헤엄치는 금붕어를 보여주며 희망을 이야기 한다.
이처럼 <참새들의 합창>은 카림 가족을 통해 돈에 눈이 어두워 곁에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는 우둔함을 보여준다. 희망을 이루기 위해 애쓰지 않고, 눈에 보이는 행복만 좇는 사람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사고로 다친 카림은 자신을 돌봐주는 가족과 이웃들을 보며 뒤늦게 그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또한 돈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영화는 오늘날 잊고 지냈던 행복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준다. 다만 제목만 보고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영화는 아이들보다는 인생의 쓴맛 단맛을 맛본 카림의 모습을 더 중점적으로 그린다. 하지만 뒤늦게 행복의 의미를 알게 된 카림의 미소는 여느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다를 바 없게 느껴진다.
2010년 4월 30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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