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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위원장, 그만 하시라
2010년 6월 22일 화요일 | 백건영 이메일


중국 진나라 시황제의 승상 이사는 분서-갱유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 시작은 당대 학자인 순우월(淳于越)에 대한 핍박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이사가 분서를 일으킨 이유가 순우월이 옛날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 때문이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옛것을 가져와 오늘을 비판하는 순우월의 비판의식이 맘에 안 들었던 것이다. 옛것을 많이 접하면 좋지 않다? 시네마테크 사태와 서울아트시네마가 생각나고, 끼리끼리 해먹은 진보정권 10년 동안, 그들이 만든 영화를 많이 본 아이들이 좌경화 성향을 보인다던, 어느 보수영화인의 말이 떠오른다. 정말로 영화만 보면 머리가 이상해지나 보다. <포화 속으로>를 본 후 벅찬 감동에 벌떡 일어나 가슴에 손이라도 얹을 사람들 아닌가. 오! 마이 갓, 대한민국. 영화계로 눈을 돌리면, 문화부의 사퇴 권고조차 무시한 채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조희문 영진위위원장의 말뚝 박기가 장안의 화제다. 고양인 줄 알았는데 호랑이였던 것일까.

알다시피, 조희문은 독립영화제작 지원심사 과정에서 특정작품, 즉 자신이 출연한 다큐물과 북한에 삐라를 살포하고 있는 반북단체의 영화를 선정해달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영진위 위원장이라는 사람의 몰상식·몰염치가 도를 넘어선 게 분명하나, 더 우려스러운 건 공직자가 버젓이 그런 짓을 할 정도로 세상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행위가 범죄인 줄 모르는 도덕적 해이의 중심에 영진위 수장이 있으니 개탄할 노릇이다. 게다가 영화 <시>의 ‘0점 탈락 사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궁색한 해명을 늘어놓았지만, 오히려 영화계의 반발만 불러일으킨 결과를 낳고 말았다. 때맞춰 영진위 위원이자 한국일보 논설위원인 이대현은, ‘정부의 무분별한 지원 탓에 영화계가 타성에 젖었으며 돈 때문에 밥그릇 싸움 중’이라는 내용의 사설을 내놓아 조희문호의 충직한 소총수임을 확인시켜 주기도 하였다. 워낙 영진위 관련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언론을 이용해 조희문 편들기를 해온 그였지만, 영화판의 거의 모든 사안을 개싸움으로 호도하는 것을 보면 그 상상력의 빈궁함에 측은한 마음마저 들 정도다. 조희문이나 이대현이나 부부젤라를 불어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사람들일 테니, 과연 부창부수가 따로 없다.

개인차가 있겠으나, 자신이 단순 소비재로 평가받는 것을 달가워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단한 자기계발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 역시 소비재에서 내구재로의 환골탈퇴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정권교체 이후 문화계에 불어 닥친 보수화 바람을 주도하는 자들을 볼 때마다, 그들이 한낱 소비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아무리 봐도 능력에 비해 과분한 자리요, 그저 줄 잘 선 결과로 얻은 전리품에 불과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달리 보면 애초부터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삶겨질 개의 운명이라고나 할까. 그들 역시 모를 리 없을 터. 죽기 살기로 앞장서고 무식할 정도로 요지부동인 것 또한 내구재가 되고 싶은 소비재의 욕망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간과한 것은, 권력자란 토끼가 살아 있어도 얼마든지 사냥개를 삶는다는 사실이다. 권력의 속성 상 필요의 따라 토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희문이 알아야 할 것은, 자신이 상급기관의 사퇴권고를 무시하듯 자신의 손으로 줄 세운 자들 역시 그렇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이제이(以夷制夷)는 외부의 적을 물리치는 병법 중 하나지만 내부의 적을 몰아낼 때 더 쓸모 있기도 하다.

어차피 그들의 목적이 한국영화 발전이 아님은 백일하에 들어난 상태다. 기껏해야 진보세력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한 바리게이트 역할이거나, 개인의 영달과 한풀이 도구로 전락한 게 작금의 보수 영화인(단체)의 실상이라고 한다면, 내가 소설을 쓰고 있는 걸까? 영화인들이 ‘영진위 사수, 조희문 사퇴!’를 외치는 것도 이런 까닭이요, 그가 댄 줄과 그가 줄 세운 자들 모두가 한국영화 발전에 부적합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조희문 위원장이 사퇴한들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세상만사가 힘 가진 자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중요하다. 영화인과 관객이 어설픈 이념놀음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시켜주었다. 비록 박수 받을 일 하나 해놓지 않았지만, 영화학자로서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조용히 사퇴하는 것이 맞다.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의 소식을 어디에서도 접하기 힘들다는 사실에 교훈을 얻고, 영화인의 준엄한 꾸짖음에 순응해야 할 것이다. 조희문의 퍼포먼스, 내구재가 되고픈 소비재의 몸부림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글_백건영 영화평론가(무비스트)     

12 )
eunsung718
잘 보고갑니당ㅋㅋㅋ   
2010-09-07 11:07
fa1422
잘봤어요   
2010-08-17 19:24
dsimon
즐거운 화요일 보내세요.^^   
2010-08-10 00:46
lovemuz
기대되네요   
2010-07-29 01:40
ohye91
주먹 불끈   
2010-07-19 07:13
iamjo
그만   
2010-07-17 23:13
aarprp
어려워~   
2010-07-02 17:37
mvgirl
정말 그만하시라....   
2010-07-0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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