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이라는 한정된 공간, 어둠속에서 나타나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괴물들, 그리고 괴물들을 피해 탈출하려는 사람들. 2007년 국내에서 개봉한 <디센트>는 기본적인 호러 공식을 바탕으로 많은 관객의 오금을 저리게 했다. 닐 마샬 감독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고, 다수의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와 많은 상을 받았다. <디센트 : PART 2>는 전작의 후광을 업고 제작된 영화다. 이번 영화에서 닐 마샬 감독은 제작자를, 전편의 조감독이자 편집자였던 존 해리스는 연출을 맡았다.
<디센트 : PART 2>는 전작과 비교해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손전등 불빛에 의존할 정도의 어둠과 몸하나 간신히 빠져나갈 정도의 동굴 속 틈새, 그리고 하염없이 몰려오는 괴물들의 추격 등 전작의 공포요소를 그대로 옮겨왔다. 다만 사라를 제외한 새로운 인물들이 박복하게 공포의 동굴로 들어가고, 그들을 침 흘리며 맞이하는 괴물들의 숫자가 증가했을 뿐이다. 또한 사람들을 하나씩 죽여나가는 괴물들의 잔인함이 더 강해졌다. 특히 전편보다 괴물들이 증가함에 따라 물리고 뜯기고 찔리며 죽어가는 인간과 괴물들의 사투는 보는이로 하여금 “으윽~”하는 탄식을 연거푸 뱉어내게 만든다.
잔인한 영상과 함께 영화의 흥미로운 요소는 여성의 강인함을 강조하는 반면 남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약한 인간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사라를 다시 동굴로 데려간 남자 경찰 서장은 괴물의 출현에 겁을 먹고 방아쇠를 당겨 입구가 무너져 내리게 만든다. 그리고 사라와 리오스가 숨죽이며 괴물들을 피해 숨어있는 찰나에 무전기로 자신이 살아있다고 소리 높여 알려준다. 또한 남자 구조대원은 자신의 팀장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자신만 살겠다고 도망치기도 한다. 이렇듯 영화는 남자들을 약하고 여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존재로 그리면서 여성들이 점차 여전사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감독은 전편보다 더 다양한 영상과 이야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속편의 강박을 이겨내지는 못한다. 전편보다 더 강하고 잔인한 영상과 사운드는 짜릿하고 화끈한 공포감을 전하지만, 전편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뤘던 여자들의 암투를 집중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물론 사라의 남편과 내연관계였던 친구 주노가 등장해 대립관계를 형성하지만 그 뿐이다. 감독은 오로지 여성들과 괴물들의 피흘리는 사투에만 공을 들인다. 그럼에도 <디센트 : PART 2>는 주구장창 나오는 피의 향연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호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만찬이다.
2010년 8월 6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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