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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정한 리얼 버라이어티 (오락성 6 작품성 8)
땅의 여자 | 2010년 9월 9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유유자적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곳’ 혹은 ‘무료하고 따분한 곳’ 농촌에 대해 크게 나뉘는 두 가지 이미지다. 전자는 최근 불고 있는 친환경 자연주의 열풍에 휩쓸려 농촌을 지상낙원쯤으로 본다. 후자는 도시화 과정을 떠올리며 농촌을 미개의 땅으로 본다. 농촌이 극과 극의 이미지로 갈린 건, 뭐든 극단으로 내모는 걸 좋아하는 대중매체의 탓이 크다. 그리고 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우리의 탓이기도 하다. <땅의 여자>는 이러한 이분법적 시선에서 자유로운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농촌의 구석구석을 보편적인 시선으로 접근한다. 그 속에서 발견되는 농촌은 무릉도원도 유토피아도 척박한 땅도 무료한 곳도 아니다. 흙을 밟고 섰다뿐이지, 농촌의 하루는 아스팔트 깔린 도시 위의 삶들과 크게 차이가 없다. 다른 게 있다면, 치열한 생존의 현장 곳곳에서 발견되는 그네들 특유의 건강함이다. 영화는 온실 속의 화초보다 잡초이기를 마다하지 않는 세 여자를 통해 농촌이 지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귀 기울인다.

<땅의 여자>는 대학 졸업 후 귀농해 살고 있는 소희주, 변은주, 강선희 세 대학 동창의 삶을 따라간다. 2005년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위한 홍콩 원정투쟁에 영상단으로 갔다가 이 세 여성을 만난 권우정 감독은 그녀들의 농촌 생활을 1년 반 동안 밀착 취재했다. 농촌 생활 어느덧 10여년. 어설픈 농사 실력으로 우여곡절을 많았던 소희주씨는 소 열 마리를 키우는 베테랑 농사꾼이 됐다. 농사 뿐 아니라 농민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그녀는 “농사를 통해서 얻어지는 관계들이 너무 좋아 이 일을 포기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합천군 여성농업인센터 사무국장이기도 한 강선희씨는 경남지역 곳곳에서 어린이 공부방을 운영한다. 남편과 사별 후, 멀어진 시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살아지는’ 피동의 삶이 아닌, ‘살아가는’ 능동의 삶 속에서 그녀는 농촌의 미래를 본다. 순진한 여고생 시절, ‘장가 못 간 농촌 총각 자살!’이라는 뉴스를 접하면서 농촌 총각과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다던 변은주씨의 긍정적 에너지 역시 앞선 두 여자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자신을 압박하는 가부장적인 농촌의 분위기 속에서도 그녀는 사회복지사의 꿈을 놓지 않고 매진한다. 이처럼 <땅의 여자>는 한 가정의 며느리로, 엄마로, 아내로, 운동가로 그리고 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땅 위에 꿋꿋하게 선, 생명력 강한 그녀들의 모습을 (농약 뿌리지 않은)유기농 채소마냥 소박하게 담아낸다.

<땅의 여자>는 적나라한 부부싸움에서부터 시부모와의 갈등, 가부장적인 마을 어른들과의 대립, 남편과의 사별 등 생의 희노애락을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게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다. 이는 카메라 이전에 괭이부터 들었던, 즉 농촌의 삶을 먼저 체험하며 그네들의 삶을 이해하고자 했던 감독의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됐다. 이심전심이었을까. 감독의 오랜 노력과 세 여인의 씩씩한 삶의 의지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다큐 부문 최우수상을 시작으로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등 국내외 영화제 안팎에서 화답 받았다. 더불어 귀농을 희망하고, 농촌의 현실에 무지했던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던졌다.

2010년 9월 9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1박 2일’, ‘패밀리가 떴다’, ‘청춘불패’를 능가하는 야생 버라이어티.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농촌의 진면목. 그 곳에서 발견되는 긍정의 에너지들.
-다큐는 따분하다는 편견에 아직도 사로잡혀 있는 이들이라면.
-개봉 관수가 많지 않다. 이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서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
11 )
ldk209
땅을 믿고 땅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여성들....   
2010-09-19 19:12
moviepan
버라이어티라   
2010-09-13 15:04
tladms3
기대합니다   
2010-09-12 23:24
jinks0212
와우 작품성 8   
2010-09-11 19:06
quizzle
잼겠네요   
2010-09-10 16:00
gaeddorai
보고싶어지는데요?   
2010-09-10 12:34
ldh6633
잘봤어요~   
2010-09-10 09:45
mooncos
아 좋은 작품인가보다   
2010-09-1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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