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가 주최하고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와 시네마루 등이 후원하는 ‘G2O 정상회의 성공기원 영화제’가 시작되었다. G2O서울을 앞두고 현 정부와 궤를 같이 하는 보수영화단체가 발 벗고 나선 건 일견 당연한 일로 보인다. 다만 아무리 작심하고 특정정치행사에 힘을 보태주는 영화제라지만 상영작이 풍성해야 영화제의 체면도 서는 법. 역시 문제는 시작 전부터 불거진 상영작 리스트였다.
자칭 제1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루 개관 때부터 삐걱댄 상영작 선정 논란은 이번에도 망령처럼 그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예상대로 주최측이 임의로 선정한 상영작 리스트에 오른 영화인은 반발하면서 상영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영화제 주관사인 시네마루 측은 상영을 거부한 독립영화인의 작품을 ‘정치 도구화 된 물건’으로 폄하하면서 “정치적 영화인들과는 소통하지 않겠다” 고 공표하기에 이른다. 야심차게 기획한 영화제가 시작하기도 전에 엎어지게 생겼으니 화가 날 만도 하다. 그러나 영화를 ‘물건’으로 표현한 건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만한 큰 잘못이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리고 만 것이다. 부부싸움하다 화가 치민다고 아이를 창밖으로 집어던진 꼴이다. 한편으론 정부정책에 반기를 든다고 제 국민을 폭도와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정권과 이데올로기를 숙주삼아 탄생한 단체이니 ‘자신들이 그토록 사랑한다는 영화’를 ‘물건’으로 격하하면서도 일말의 죄책감이 없었으리라.
너무 사랑하면 사리분별이 흐려진다던가. (십분 양보하더라도)소위 독립영화전용관을 운영한다는 자들이 앞장서 ‘자본주의의 크나큰 은총을 입은 국가정상들이 모여 우리끼리 천년만년 잘 살아보자’고 만든 국제회의의 성공을 기원해준다는 건 이해가 되질 않는 처사다. 군부독재시절 창궐했던 ‘국가와 대통령을 위한 조찬기도회’와 친정부구호로 뒤덮인 80년대의 관변행사들이 떠오른다. 독립영화가 무엇인지 독립영화정신이 뭔지 알기나 하는 사람들인지 궁금한 건 이런 까닭이다. 게다가 G20 성공기원 영화제에 작품을 내면 범국민적 동참에 합류한 순수한 행동이고 반대하면 딴죽 걸고 늘어지는 정치적 행위로 규정짓는 어이없는 발상이라니. 대체 정치적이지 않은 국제회의가 존재하기는 한단 말인가.
다른 얘기지만 이서군 감독의 <된장>을 보기 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혹여 ‘한식세계화’ 바람에 편승해 덕 볼 요량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아무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놓은 시대란 점을 감안해도, 독립영화전용관을 운영한다는 자들의 사고방식마저 이 정도 수준에 불과하니 우리 고유의 음식을 소재로 한 멀쩡한 영화에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다.
시네마루는 독립영화인들과의 또 한 번의 갈등을 통해 자신들을 한낱 점방 주인으로 전락시키는 자기 발등 찍기 신공을 보여주었다. 영화라는 물건을 받아다가 상품으로 포장해 팔아치우는 점방 주인. 하기야 G20의 기준이란 게 경제력 상품구매력 물건생산력 등 오로지 물질적인 잣대에 따라 서열화 시킨 것 아닌가. 그런 회의의 성공을 기원하는 영화제이니 당연히 영화가 물건으로 보였을 테고, 그것으로 행사를 치를 수밖에. 영화가 예술의 시대를 넘어 오락물이 되더니 급기야 한낱 물건으로 취급당하는 슬픈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영화가 물건이라니! 저잣거리 장사치만도 못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타르코프스키가 무덤에서 튀어나올 일이,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글_백건영 영화평론가(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