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제목인 <려수(旅愁)>의 의미는 객지에서 느끼는 시름이란 뜻이다. 한강 작가의 소설 ‘여수의 사랑’에 나오는 문구인 ‘여수는 려수를 부른다’에서 제목을 차용한 영화는 철수와 미진을 통해 ‘려수’의 느낌을 전한다. 이들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여수라는 객지에서 고단한 삶을 푸념한다. 저마다 되고 싶은 꿈을 이야기 하면서도, 그 꿈이 점점 현실과 멀어지는 상황에 절망한다. 이들이 토로한 시름들은 오히려 주인공들의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고, 서로의 힘든 삶에 대해 위로의 말을 건넨다.
<려수>는 대구를 배경으로 한 윤성호 감독의 <도약선생>에 이어 개봉하는 ‘영화, 한국을 만나다’ 시즌 2의 두 번째 작품이다. 진광교 감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라남도 여수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아픔을 그렸다. 하지만 여수까지 가서 청춘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감독은 여수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특색과 청춘들의 아픔을 연결 지을 매개체를 찾지 못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여수의 공간들은 뒤에 세워 놓은 병풍처럼 느껴진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단한 현실을 보여주기에는 인상적이지 않다.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청춘들의 삶을 제대로 건들이지 못하고 끝난다는 점은 아쉽다. 앞으로 개봉할 ‘영화, 한국을 만나다’ 시리즈 영화는 이 점을 유념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2011년 11월 9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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