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대여점에서 손님과 점원으로 처음 만난 바바라(루이즈 보르고앙)와 니콜라스(피오 마르마이)는 영화 제목을 통해 감정을 확인하고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을 했다. “우리 아이를 갖고 싶어.” 니콜라스의 한마디에 욕망과 사랑에 빠진 바바라는 정신 나간 대답을 하고 말았다. “갖게 해줘.” 진짜 시작은 여기부터였다.
바바라는 아이를 싫어하고 귀찮게만 생각했던 여자였다. 임신을 하고 처음 듣는 아이의 심장 박동 소리로 인해 환희에 찬 것도 잠시, 실은 그녀도 두려웠다. 몸속에 외계인이 들어선 것처럼.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때, 그리고 처음 수유할 때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을 흘린 것도 잠시, 퇴원을 앞두고 그녀는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엄마 역할을 해내지 못할 것 같은 걱정과 두려움의 눈물. 상반된 눈물의 공존.
바바라의 본격적인 육아는 순조로울 리 없었다. 끊임없이 우는 아이로 인해 그녀는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점점 좀비가 되어갔다. 겨우 아이를 재우고 점점 감기는 그녀의 눈에 TV 프로그램에서 엄마들에게 유용한(?) 팁을 알려주는 한 전문가가 들어왔다. “유통기한이 지나 세균이 득실거리는 우유라든가 땅콩, 조그만 장난감, 사탕 등이 먹음직스러우며 (아이를) 질식시키는데 효과 만점이죠.” 모성애와 죄의식의 공존.
바바라는 몸도 마음도 점점 붕괴됐다. 아이는 그녀를 아무 것도 못하게 몰아세웠고, 절대성과 직면하게 만들었다. 절대적 애정, 절대적 희생과의 대면. 부부싸움은 계속됐고, 시어머니, 친정어머니와의 신경전도 한 몫 거들었다. 그녀는 견딜 수가 없다고, 더는 못 하겠다고 울어댔다. “많은 사람이 기계적으로 다룬 바람에 모든 기능을 잃은 거다. 내 성기는 성적 역할을 잃고 그냥 통로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진짜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결국 아이와 남편을 떠나, 엄마가 된 딸은 자신의 엄마를 찾아갔다. 그런 딸을 엄마는 말없이 안아줬다. 자신을 찾는 과정. 바바라는 엄마를 이해해갔고,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엄마는 이제는 한 딸아이의 엄마가 된 딸에게 처음으로 깊숙한 이야기를 꺼내 따뜻하게 건넸다. “아빠를 정말 사랑했어. 아빠와 함께할 가장 소중한 일이 아이를 갖는 거라 생각했어.” 진짜 성장은 이제부터였다.
직설적으로 신화와 금기를 들어낸 자리에, 역설적으로 진정한 엄마가 자리한 모습. <해피 이벤트>는 이를 현실이자 삶이라고 말한다. “시간은 모든 걸 해결해준다. 그래도 남는 건, 그래도 계속 풀리지 않는 건, 그건 인생이다. 그래, 인생이다.”
2013년 4월 26일 금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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