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배우: 루시 장, 마키타 삼바, 노에미 멜랑, 제니 베스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시간: 105분
개봉: 5월 12일
간단평
파리 관광의 필수 코스는 아닐지라도 도심 속 이질적인 정서를 품은 곳. 스트리트 아트(벽화), 아시아 타운,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색다른 경관을 지닌 파리 13구에 네 남녀가 있다. 할머니의 아파트에 사는 ‘에밀리’(루시 장)는 이름으로 인해 여자로 착각한 룸메이트 ‘까미유’(마키타 삼바)를 들인다. 이내 섹스한 두 사람이지만, 사랑을 원하는 에밀리와 사랑할 준비가 안 된 까미유는 원하는 방향이 틀리다는 걸 알고 거리를 두기로 한다.
<파리, 13구>는 네 남녀의 사랑과 낭만, 욕망과 불안, 두려움과 외로움을 간결하나 섬세한 화법으로 그린 작품.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2005), <예언자>(2010), <러스크 앤 본>(2013), <디판>(2015) 등의 명감독이자 각본가인 자크 오디아르가 흑백 영상 안에 도시 속 방황하는 ‘사랑’을 포착했다. 세련되고 관능적인 영상과 칸영화제(2021) 사운드트랙상을 수상한 론의 감각적인 음악을 근사하게 휘감은 영화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진가는 그 안에 흐르는 내러티브에 있다. 굵직한 사건 없이도 자연스럽게 서사를 엮어 나가고, 작위적이지 않게 인물 간의 접점을 마련한다. 세세한 설명보다 오가는 대화 속에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는데 이때 꽤 음미할 만한 대사가 종종 등장한다.
비록 표현은 거칠지만, 감정에 솔직한 ‘에밀리’는 신예 루시 장이 맡았다. 중국어와 불어를 구사, 첫 연기 같지 않은 능숙함을 보인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의 주인공 노에미 멜랑이 사랑과 정체성을 찾고 싶은 늦깎이 대학생 ‘노라’로 분해 극에 안정감을 부여한다. 미국의 그래픽 노블 작가 에드리언 토미네의 ‘킬링 앤 다잉’(Killing and Dying), ‘앰버 스위트’(Amber Sweet), ‘하와이안 겟어웨이’(Hawaiian Getaway) 세 단편 만화를 각색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셀린 시아마 감독이 공동 각본가로 참여해 더욱 주목받은 작품으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다.
2022년 5월 11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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