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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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양희
배우: 김희갑, 양인자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전체 관람가
시간: 101분
개봉: 11월 5일
간단평
“1·4 후퇴 때 중학생이라 징집될 수 있다고 해서 서울로 내려왔어요.”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남한으로 내려온 소년은 대구 미군 식당에서 일하며, 철삿줄로 엮은 기타로 손끝을 단련했다. 1년 반의 연습 끝에 미8군 부대 악단에 스카우트된 그는 훗날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에 이름을 새긴다. 작곡가 김희갑이다.
양희은의 ‘하얀 목련’, 박인수·이동원의 ‘향수’, 혜은이의 ‘열정’, 뮤지컬 ‘명성황후’까지. 그가 남긴 곡만 3,000여 곡. 장르를 넘나드는 선율 속에는 언제나 그의 오랜 동반자이자 작사가 양인자가 있었다. 300여 곡을 함께 써 내려가며 두 사람은 ‘삶과 예술의 연인’으로 존재했다. 그 정점이 바로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다. 독백과 포효, 그리고 노래가 어우러진 이 곡은 한국 가요사에 남은 불멸의 명곡으로 자리했다.
다큐멘터리 <길 위에서>, <노무현입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그대가 조국> 등의 작가와 프로듀서로 활동해 온 양희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인 <바람이 전하는 말>로 두 거장의 10여 년의 여정을 담았다. 2016년 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소년 같은 미소로 인터뷰하는 김희갑의 모습부터, 그와 함께한 장사익·최진희·임주리·혜은이·조용필 등 동시대 음악인들의 진심 어린 회고가 이어진다. 영화는 단순히 한 작곡가의 삶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김희갑을 1세대 기타리스트로서 다시 조명하며, 그 치열했던 연주의 현장을 담아낸다. 무엇보다 양인자 선생의 진솔한 목소리가 작품의 감정선을 부드럽게 이끈다. 음악과 사랑, 세월과 기억이 어우러진 101분의 러닝타임은 관객에게 ‘시간의 위로’를 건넨다.
양희 감독은 “처음 두 분을 만났을 때, 다큐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할 만한 어른으로 다가왔다”고 회상한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10년 동안 촬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두 사람의 신뢰, 그리고 기꺼이 참여한 가수들의 힘 덕분이었다. “관객이 음악으로 자신의 시간을 회상하며 위로받길 바란다”는 그의 말처럼, <바람이 전하는 말>은 한 세대의 기억을 따뜻한 선율로 되살려낸다.
2025년 11월 5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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