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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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상일
배우: 요시자와 료, 요코하마 류세이, 타키하타 미츠키, 테라지마 시노부, 모리 나나, 쿠로카와 소야, 와타나베 켄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75분
개봉: 11월 19일
간단평
지역에서 손꼽히는 야쿠자 조직의 후계자인 ‘키쿠오’(쿠로카와 소야)는 평소 가부키에 비범한 재능을 보이던 소년이다. 그러나 라이벌 조직의 기습으로 아버지가 잔혹하게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뒤 그는 복수를 다짐한다. 그리고 1년 후,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가부키 명문가의 수장 ‘하나이 한지로’(와타나베 켄)에게 발탁되며 새로운 삶의 문턱에 서게 된다. 한지로의 아들 ‘?스케’(요코하마 류세이)와 함께 단련하며, 두 사람은 단짝이자 라이벌로 성장한다.
가부키에서 여성 배역을 맡는 남성 배우 ‘온나카타’는 뿌리 깊은 가문과 혈통, 전통의 세계를 상징한다.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국보>는 바로 이 문화적·역사적 맥락 안으로 ‘야쿠자 혈통’이라는 이질적 존재를 투입한다. 영화는 키쿠오가 혈통의 차별과 견고한 질서를 딛고 ‘인간 국보’로 성장하는 과정을 치열하게 추적한다. 세 시간에 육박하는 175분의 러닝타임 안에서 영화는 성급하게 사건을 밀어붙이지 않는다. 초반의 진입 장벽이 다소 높은 가부키 세계를 차근차근 펼쳐내며, 관객이 이 낯선 전통예술의 결을 자연스럽게 체감하도록 유도한다. 처음에는 하얗게 칠한 얼굴, 붉은 입술, 절제된 동작, 기이한 리듬의 음악이 멀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대는 또렷한 생동감을 얻는다. 성실한 재현과 정교한 연출을 바탕으로, 관객은 어느 순간 무대 위에 깃든 예술혼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이 서사적 흡입력은 영화의 가장 큰 힘이다.
키쿠오의 성장사를 연기한 배우들의 존재감 역시 작품의 중요한 축이다. 영화 <괴물>에서 ‘미나토’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쿠로카와 소야는 키쿠오의 내면을 섬세하게 구축하며 서사의 무게를 지탱한다. 이어 ‘성장한 키쿠오’를 연기하는 요시자와 료는 <킹덤> 시리즈 등에서 보여준 안정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캐릭터의 절정기를 완성한다. 두 배우의 계보가 이어지며 구축되는 캐릭터의 입체감은 <국보>의 핵심 관람 포인트다.
지난 6월 6일 일본에서 개봉한 <국보>는 11월 10일 기준 누적 관객 1,207만 명, 흥행 수익 170억 엔을 기록하며 실사 영화 중 <춤추는 대수사선>(2003) 이후 최고 흥행작이라는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제작비가 약 12억 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다. 그러나 이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이 영화를 연출한 인물이 바로 재일교포 출신 이상일 감독이라는 사실이다. <훌라걸스>(2006)를 시작으로 <악인>, <분노>, <유랑의 달>, 드라마 <파친코 2>까지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성장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한층 더 정교하고 깊이 있는 연출을 선보인다. 가장 일본적인 소재인 가부키를 통해 혈통·전통이라는 울타리를 넘는 인간의 예술혼을 보편적인 감동으로 확장해낸 감독. 혈통의 한계를 넘어 인간국보로 자리한 주인공의 여정은, 감독이 걸어온 길과도 겹쳐 보인다.
2025년 11월 17일 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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