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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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홍기원
배우: 이재인, 홍경, 정만식, 유수빈, 김국희, 최정운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22분
개봉: 12월 3일
간단평
원인을 알 수 없는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가 있다. 바로 ‘황궁 아파트’. 이곳에서는 현금 대신 통조림이 화폐가 되고, 무엇이든 사고팔 수 있는 ‘황궁마켓’이 열린다. 상인회장 ‘박상용’(정만식)은 식수를 통제하며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고, 외부인 ‘희로’(이재인)는 어떤 목적을 품고 이곳에 잠입한다. 그는 박상용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왼팔 ‘태진’(홍경)에게 접근해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을 내는 계획을 세운다.
<콘크리트 마켓>은 이병헌이 주연하고 엄태화 감독이 연출한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와 ‘대지진 이후 황궁아파트가 살아남았다’는 설정만 공유할 뿐, 세계관과 스토리는 전혀 다른 별개의 작품이다. 영화는 디스토피아 장르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을 충실히 담고 있다.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인간의 존엄이 말살된 8층의 ‘인간 시장’, 극한의 자원 부족 상황에서도 혼자 호사를 누리는 권력자, 평소에는 숨겨져 있던 인간의 폭력성과 야만성 등이 그렇다. 비밀을 품은 희로는 이 폐쇄된 사회에 뛰어들어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며 틈새를 만들고, 독재적 질서를 무너뜨려 새로운 체제를 만들고자 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유머 없이 진지하고 무거운 톤으로 그려낸다. 영상의 질감 또한 어둡고 컴컴해, 세계관의 황폐한 정서를 더욱 강조한다. 희로가 박상용의 왼팔 태진, 오른팔 ‘철민’(유수빈)과 함께 펼치는 모의, 제거, 반전의 서사는 장르의 익숙함 속에서도 나름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자극적인 디스토피아 장르 문법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그 아래에 연대의 정서를 배치해 이야기에 온도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도 주제 의식과 장르적 재미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한 홍기원 감독의 고민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작은 영화지만, 그 안에서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려는 태도가 분명히 살아 있다.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이재인을 비롯해 서사의 한 축을 담당한 홍경과 유수빈의 지금보다 앳띤 얼굴도 눈에 들어온다.
2025년 12월 3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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