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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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샘 레이미
배우: 레이첼 맥아담스, 딜런 오브라이언
장르: 스릴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3분
개봉: 1월 28일
간단평
최고의 업무 능력을 자랑하지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속상한 ‘린다’(레이첼 맥아담스). 전 대표의 아들인 ‘브래들리’(딜런 오브라이언)가 낙하산 대표로 부임하면서, 그녀가 오랫동안 공들여 약속받았던 임원 승진은 허무하게 물 건너가고 만다. 능력 없는 상사의 무능과 무시를 견디며 괴로워하던 중, 린다는 자신을 비하하는 브래들리 일행과 함께 태국 출장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고, 예기치 못한 추락 사고로 인해 브래들리와 단둘이 무인도에 고립된다.
<이블 데드>(1982)로 공포 영화의 새 지평을 열고, <스파이더맨>(2002) 시리즈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를 통해 히어로물까지 섭렵한 장르의 마술사 샘 레이미. 그가 이번에는 ‘직장 내 갑질’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소재로 카메라를 돌렸다. 파트너는 전작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레이첼 맥아담스다. <노트북>(2004)과 <어바웃 타임>(2013)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스러움의 대명사’가 된 그녀를 이토록 서늘하고 무시무시한 캐릭터로 낙점한 것은 감독과 배우 모두에게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맥아담스는 곧 린다’라는 공식을 완성했다. 그녀가 아닌 린다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맥아담스는 순진한 미소와 섬뜩한 광기를 오가며 관객의 숨통을 쥐고 극 전체를 격렬하게 휘몰아친다.
보통의 조난 영화라면 투닥거림 끝에 싹트는 로맨스나 위기 극복을 통한 훈훈한 인류애로 흐르기 마련이지만, 샘 레이미는 예상 가능한 보편적인 서사와 안일한 전개를 거부한다. 초반 비행기가 추락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이 속수무책으로 튕겨 나가는 모습부터 섬에서의 피 튀기는 멧돼지 사냥까지 귀신이나 살인마 같은 초자연적 존재 없이도, 특유의 호러틱한 감각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고상함과 우아함이 삶의 추구미였던 보스 브래들리는 야생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반면, 서바이벌 매니아였던 부하 린다는 마침내 본능을 깨우며 무인도의 절대 지배자로 거듭난다. 이 지점에서 관객은 기묘한 도덕적 혼란에 빠진다. 린다는 분명 시스템의 피해자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그녀에게서 풍겨 나오는 이질감은 연민을 넘어선 공포를 유발한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식의 처절한 응수를 이어가는 린다와, 의외로 허술한 구석을 보이며 무력하게 무너지는 브래들리의 관계 역전 속에서 동정의 추는 어느덧 브래들리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결국 선과 악,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는 흐릿해지고 그 자리에 인간의 본성만이 적나라하게 남는다. 상식적인 전개를 상회하는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 그야말로 샘 레이미식 장르 비틀기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 영화다.
2026년 2월 2일 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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