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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인가 훼손인가, 위태로운 줄타기 (오락성 7 작품성 6)
폭풍의 언덕 | 2026년 2월 20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에머랄드 펜넬
배우: 마고 로비, 제이콥 엘로디, 홍차우, 앨리슨 올리버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36분
개봉: 2월 11일

간단평
미세한 소리와 움직임에 따라 들썩이는, 스크린을 가득 채운 거친 천의 질감. 이 기묘한 긴장감 끝에 펼쳐지는 광경은 잔혹한 교수형이다. 한 남자가 목을 매단 채 경련하다 축 늘어지는 현장을 군중 속에서 마치 흥미로운 구경거리인 양 지켜보는 어린 캐시와 넬리의 시선은 <폭풍의 언덕>이 그려낼 비정함을 예고한다.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가 거리에서 불쌍한 사내아이를 데려오고, 그에게 죽은 오빠의 이름인 ‘히스클리프’를 붙여준 캐시. 요크셔의 황량한 벌판을 배경으로 한 두 사람의 지독한 사랑이 시작된다.

<프라미싱 영 우먼>(2020), <솔트번>(2023)을 연출한 에메랄드 펜넬 감독의 신작 <폭풍의 언덕>(2026)은 원작의 방대한 서사 중 두 주인공의 ‘영혼의 결속’에 무게를 둔다. 유년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린 이들의 유대감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그려지며, 왜 이들이 서로를 향해 “내 영혼과 그의 영혼은 하나”라고 절규할 수밖에 없는지를 납득시킨다. 특히 신분 차이라는 벽에 부딪혀 ‘캐시’(마고 로비)가 결혼을 선택한 뒤, 재회한 ‘히스클리프’(제이콥 엘로디)와 나누는 육체적 탐닉은 이들의 억눌렸던 갈증과 사랑의 색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조력자이자 방해자인 유모 ‘넬리’(홍차우)를 입체적으로 활용해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 구성도 흥미롭다.

하지만 펜넬 감독이 선택한 과감한 생략과 집중이 영화적 완성도 면에서 전적으로 유효했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캐스팅의 어울림에서 오는 아쉬움이 있다. 소년 시절의 날카로운 반항미를 간직했던 히스클리프가 성인이 된 후 제이콥 엘로디의 모습으로 나타날 때, 인물의 정체성은 다소 무뎌진다. 거친 야성미보다는 현대적인 세련미가 돋보이는 그의 이미지는 원작이 요구하는 처절한 복수의 화신으로서의 아우라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감독이 추구한 ‘원앤온리(One and Only)’ 러브 서사와 충돌하는 지점은 또 있다. 히스클리프의 가학적이고 거친 섹슈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 삽입된 그의 아내인 ‘이사벨라’(앨리슨 올리버)와의 기묘한 성적 관계 묘사다. 이는 인물의 파괴적인 본능을 보여주려는 시도로 보이나, 오히려 캐시와의 운명적 서사가 가진 일관성을 흐트러뜨리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자극적인 연출은 현대 관객, 특히 젊은 여성층에게 매혹보다 불편함을 남길 가능성이 다분하다. 시각적 연출 역시 감각적이지만 과한 측면이 있다. 파멸적인 사랑의 분위기를 배가하는 황량한 풍광은 유효하나, 캐시가 결혼 후 선보이는 화려한 의상과 볼드한 장신구들은 격조를 더하기보다 다소 촌스럽게 겉도는 느낌이다.

결국 <폭풍의 언덕>은 대담한 재해석과 원작 훼손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관객에게 작지 않은 논쟁거리를 던진다. 펜넬 감독 특유의 파격적인 시각과 탐미적인 영상미에 매료될 관객도 있겠지만, 원작이 가진 고유의 정서와 심리적 깊이를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분명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2026년 2월 20일 금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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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 +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시선과 접근
-마고 로비와 제이콥 엘로디가 최선이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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