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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명화의 풍경을 입은 구병모의 잔혹동화 (오락성 6 작품성 7)
아가미 | 2026년 9월 8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안재훈
배우: (목소리) 정해인, 강하늘, 이청아, 유재명, 김선영
장르: 애니메이션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5분
개봉: 9월 9일

간단평
거래처 접대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해류’(이청아)는 현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강 다리 한복판에 내려진다. 어두운 강물을 바라보다 떨어뜨린 휴대전화를 주우려던 해류는 그대로 물에 빠진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비롯해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가던 순간, 반짝이는 비늘을 지닌 누군가가 나타나 그를 강기슭으로 끌어낸다. 시간이 흐른 뒤 해류는 자신을 구해준 인어 같은 인간 ‘곤’(정해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강하’(강하늘)에게서 연락을 받는다.

이혜영이 노년의 여성 킬러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파과>(2025)에 이어 구병모 작가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 <아가미>가 영상화됐다. <소중한 날의 꿈>,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소나기>, <무녀도> 등을 통해 한국의 풍경과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온 안재훈 감독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연필로 명상하기’가 신비롭고 몽환적인 잔혹동화를 스크린에 펼쳐냈다. 영화는 죽음의 문턱에서 아가미를 갖게 된 곤과 그를 거둔 ‘노인’(유재명), 노인의 손자 강하, 곤에게 구조된 해류의 인연을 따라간다.

<아가미>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감독의 전작들과 확연히 달라진 그림체와 유럽 명화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여기에 3D와 디지털 작업을 새롭게 접목했다. 2년 동안 총 1,125개 장면을 완성한 제작진의 공력은 곤의 반짝이는 비늘과 깊고 어두운 물속,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는 풍경에 고스란히 담겼다.

정해인, 강하늘, 이청아의 목소리 연기도 작품의 결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유명 배우가 더빙에 참여하면 배우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아가미>에서는 배우의 얼굴보다 캐릭터 자체가 먼저 다가온다. 특히 주요 화자인 해류를 연기한 이청아의 무심한 듯 단단한 목소리가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낮고 절제된 음성은 해류의 쓸쓸함과 공허를 배가하며 작품의 정서를 한층 깊게 만든다.

다만 원작에 관한 정보 없이 영화만 접한다면 인물의 감정선과 관계가 선뜻 다가오지 않는 면도 있다. 영화는 곤과 강하, 해류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간결한 대사와 서사의 생략, 이미지로 감정을 전달하는 까닭이다. 이러한 여백은 <아가미> 특유의 쓸쓸한 정서를 형성하며 작품에 깊이를 더하기도 한다. 인물의 표정과 목소리, 물의 이미지를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희미했던 감정이 장면을 곱씹을수록 조금씩 선명해진다.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을 비롯해 영국 런던프라이트페스트, 일본 도쿄국제영화제, 대만 타이중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됐다.



2026년 9월 8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원작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라면 애니메이션으로의 변주를 확인하는 것도 + 음미하는 맛이 있는
-사건 위주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서사를 선호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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