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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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송일곤
배우: 김혜자, 박서경, 최주은, 문성현, 차미경, 조성하, 이세영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8분
개봉: 10월 21일
간단평
1943년 깊은 산골,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정임’(최주은)을 바라보며 ‘순옥’(박서경)이 힘껏 박수를 친다. 둘도 없는 단짝인 두 소녀는 함께 서울에 갈 날을 꿈꾼다. 정임은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순옥은 정임이 공연하는 극단의 단장이 되는 것. 꿈만으로도 즐거운 열일곱 살이다. 1991년, 어느덧 노인이 된 ‘순옥’(김혜자)은 ‘정임’(차미경)과 함께 노래자랑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맛난 음식을 챙기며 서울행을 준비한다. 그런데 정임은 자꾸만 기억을 잃어가는가 하면 불현듯 오래전 과거를 떠올린다.
<오직 그대만>(2011), <미안해, 고마워>(2011)의 송일곤 감독이 오랜만에 관객을 찾는다. <마더>(2009),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등에 출연한 김혜자의 모처럼 스크린 나들이라는 점에서도 반갑다. <여전히 찬란하게>는 일제강점기 막바지, 꿈과 우정을 나누던 두 소녀의 삶을 통해 역사 속에 잊힌 이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낸다. 그들이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기 위해서는 누군가 기억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건넨다.
영화는 1943년과 1991년을 오가며 순옥과 정임의 시간을 펼쳐 보인다. 어린 시절 두 사람 곁에는 강제 징집을 피해 산골로 숨어든 두 살 연상의 ‘두영’(문성현)이 있다. 취업 사기에 속아 끌려갔다가 얼굴에 낙인이 찍힌 채 돌아온 이웃 언니, 우리말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현실, 강제 동원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혼인을 올리는 사람들까지. 깊은 산골에도 일제강점기 말기의 참혹한 현실이 스며 있다. 그럼에도 세 청춘은 우정을 나누고 사랑에 눈뜨며 미래를 꿈꾼다. 특히 춤과 노래를 활용한 뮤지컬적 연출은 엄혹한 현실과 대비되는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세 청춘이 잠시나마 가혹한 현실을 잊고 꿈과 희망에 젖어드는 순간을 그려낸다.
무엇보다 중심을 이루는 것은 순옥과 정임의 우정이다. 두영을 사이에 두고 흔한 삼각관계의 갈등으로 치닫는 대신, 영화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두 소녀의 마음에 무게를 싣는다. 다만 과거 서사의 전개와 감정 표현은 다소 익숙하고 올드한 인상을 남긴다. 역사적 비극을 다루는 방식 역시 은근한 영화적 표현보다는 직접적인 설명에 기댄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마지막에 이르러 예상보다 깊은 울림을 전한다. 기억을 잃어가는 정임과 평생 미안함과 죄책감을 품고 살아온 순옥. 특히 순옥의 손녀(이세영)가 전하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비유나 암시 없이 정면으로 메시지를 건네지만, 오히려 그 직설성이 강한 힘을 발휘한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은 앞서 보았던 장면들을 새롭게 돌아보게 한다.
김혜자는 친필 편지에서 “여러분,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정말 잊혀지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데 잊지 않고 마음에 품고 있으면 아주 오래전의 작은 빛도 다시 우리를 비쳐줄 수 있다고 저는 믿어요”라고 전한 바 있다. 그들이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기 위해서는 누군가 기억해야 한다는 것. 영화가 전하는 이 간절한 메시지는 앞서 느꼈던 아쉬움마저 지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순옥과 정임의 이름을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싶어진다.
2026년 10월 20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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