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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설에 의하면 스마프의 다섯 멤버 중에서도 인기가 좀 떨어졌다고 하는 그는 후지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좋은 사람>으로 스타덤에 올랐다고. ‘사람 좋은 옆집 오빠같은 친근함’이 그를 스타로 만든 원동력이라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영화 <쉬리>를 보고 우리나라가 좋아져 자신의 이름을 한국어 그대로 발음하는 ‘초난강’이란 프로그램을 맡아, 우리나라 ‘알리미’가 되었다는 등 이래 저래 익숙했던 쿠사나기 츠요시. ‘그래, 일본에서 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는데 이래저래 꼭 봐야지!’라는 생각이 어느날 뒷통수를 잡아챘다.
‘환생’이라는 직접적인 어휘처럼 이 영화는 ‘환생’에 대해 다루고 있는 영화다. 파란 반딧불이 반짝반짝 빛나는 어느 숲속길, 그 곳에 어느 소년이 물웅덩이를 찰랑 찰랑 밟으며 걷고 있다(애들은 왜 물웅덩이를 피하지 않을까?). 이 소년은 예사 인물이 아니다. 전쟁 중에 죽은 줄만 알았던 어느 집 아들이 환생한 것이기 때문. 이 소년을 필두로 큐슈의 아소 지방에서는 죽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살아 돌아오는 야릇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들이 좀비같은 흉측한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공포 영화가 되었겠지만, 걱정마시라. 이 영화는 담백함이 쏙쏙 배어나오는 멜로 영화니 말이다.
살아돌아온 사람들은 죽었을 때의 연령 그대로 환생한 것이라, 그 모양새는 실로 진풍경이다. 세월이 어디 가냐 이미 늙어버린 가족들과 쌩쌩하게 환생한 죽은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영 쿵짝이 맞을 수 없다. 특히 ‘죽었던’ 아내가 살아돌아온 집의 경우, 늙은 남편이 딸같은 외모의 부인을 곱게 어루만지는 모습이 등장하니, 애틋한 감정이야 충분히 알겠지만 어쩐지 닭살이 소르르 돋는다. 하지만 그런 점이 이 영화의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환생’이 산자나 죽었던 사람들에게 반드시 행복한 일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포까지는 아니더라도 등장 인물들은 당혹감과 같은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겪으며 이 ‘보너스’같은 일상을 살아간다.
그럼 도대체 쿠사나기 츠요시는 무슨 역할이냐 궁금하실 것이다. 그는 후생노동성에 근무하는 직원 ‘헤이타’로 자신의 고향에서 일어난 그 기이한 환생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내려오는 인물. 그곳에서 그는 어릴 적 친구 아오이(다케우치 유코)와 재회한다. 그녀는 약혼자를 사고로 잃은 후 아직 그를 그리워하고 있는데, 헤이타는 예전부터 아오이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과학적인 연구 조사끝에 ‘환생’은 아소 지방에서만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으로, 누군가 죽은 이에 대한 절절한 생각을 품고 있었을 때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근거냐 하겠지만, 보다 보면 왠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으니 <환생>은 참 묘한 영화다(<비밀>도 그렇고 일본 영화의 상상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환생할 수 있는 시간은 단 3주간. 그런데 알고 보니 아오이 역시 ‘환생’ 사건의 와중에 깜박 죽었다가 (그녀를 그리워하는 헤이타가 있었기에) 환생한 인물이라는 것이 깜짝쇼처럼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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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눈물을 흘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 영화에 삽입된 엔딩 타이틀곡 RUI의 ‘달의 물방울’ 때문이다. <배틀로얄>과 <고>에 등장하기도 하는 왕눈이 배우 시바사키 코우는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달의 물방울’은 그녀가 <환생>에서 RUI라는 예명으로 재데뷔하면서 부른 곡이다. 물론 시바사키 코우는 이 영화에서 환생한 연인을 떠나보내야 하는 가수 ‘RUI’로 등장한다. 그녀의 극중 콘서트 장면을 무려 십여 분 이상 보여주니, 혹자는 ‘이 무슨 뮤직 비디오인가’라는 생각에 짜증마저 날 수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노래를 꽤 잘 부르기도 하거니와 가사나 멜로디가 너무 좋으니, 나에겐 쏠쏠한 재미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이제껏 독립 영화만을 찍어왔다는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이 만든 첫번째 메이저 영화 <환생>. 단순한 캐릭터와 따뜻한 정감이 순간순간 거슬리긴 하지만, 보다 보면 헤벌쭉 웃게되는 요상한 매력이 있는 일본 영화니 한번쯤 손가락을 뻗어보시라.
p.s-기차에서 '환생'한 아이들이 읽던 만화책 제목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