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멜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좀 더 그 안으로 들어가 그들 사랑 속에 있는 작은 탄생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하루]이다.
영화는 진원(고소영)과 석윤(이성재)이 캠퍼스 커플로 결혼을 해서 몇 년간 아이없이 살아간 시점에서 시작된다. 진원은 성공한 캐리어우먼이고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는, 말 그대로 성공한 여성이지만 그녀는 아이가 없다는 것에 부족함을 느끼는 여성이다. 석윤은 그런 진원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남편으로 진원의 아이에 대한 욕심 또한 너그러이 이해해주는 사람이다. 그들의 수없는 노력 끝에 그들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2세가 생기고 그들은 뱃속의 아이를 사랑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산다. 그렇지만 그들이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인지 그들이 사랑하는 그 아이는 무뇌아이고 유산시켜야하는 위기에 처한다. 수없는 갈등과 눈물속에 그들은 강하고 가장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아이의 단 하루를 위해서 아이를 세상의 빛을 보게한다. 결국 아이는 그들의 품에 안겨보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지만 부모의 가장 큰 사랑을 받았고 그 아이의 존재는 호적상으로 남겨지게 된다.
이 영화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한국영화의 발전을 입증하는 영화이다. 우선 주제면에서 보면 하루밖에 못사는 아이에 대한 진실되고 끝없는 부모의 사랑을 표현했다는 면에서 이 영화는 남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다. 흔하고 흔한 멜로영화가 아닌 무뇌아라는 어쩌면 낯선 면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충분히 지루할수도 있는 내용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영화에서는 이런면을 많은 면에서 보충해주고 있다.
그 외에도 이 영화에서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이 부부가 아이와 함께 꿈을 키워가는 보금자리인 아름다운 전원주택을 보여줌으로서 이 영화의 미를 한껏 더 발휘하고 있다. 누구나 꿈꿔보는 이쁜 집에서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한 부부...어쩌면 겉으로 보기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같지만 그 속에 숨겨져있는 모순된 슬픔들...이 영화는 그 커다란 슬픔들을 반어적으로 겉으로 보기엔 행복해보이는 집의 모양으로 절제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마도 이 영화는 소리내서 펑펑 우는 영화가 아니라 잔잔한 흐느낌이 더 어울리는 영화일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어쩌면 낙태니 뭐니 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고 어린 아이들이 부모가 될 준비도 없이 아이를 낳고 있는 현실에서 [하루]는 진실된 사랑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인지도 모른다. 정말로 무뇌아를 낳는 진원의 입장에 서서 한번만 더 영화를 돌아본다면 이 영화가 주는 진실된 의미와 영화속의 진원과 석윤의 슬픔이 좀 더 가슴에서 맴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