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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상이 섯거친 나레 순창의 기록.
'복수는 나의 것' 1편 | 2001년 11월 22일 목요일 | 컨텐츠 기획팀 이메일

"뭐라? 복수는 안된다고라?"

전북 순창군 적성면 할매 매운탕집, 취재단은 촬영장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상을 받았다.
시래기를 넣어 만든 걸죽한 매운탕에 '역시 음식맛은 전라도'라며 내친김에 소주까지 한순배 돌아가는 참에 고왔던 별빛이 생각나 밖으로 나왔다.
영하를 밑도는 날씨, 계절보다 일찍 찾아온 한기에 내일 있을 촬영이 은근히 걱정됐다. 주연을 맡은 송강호와 신하균의 수중 촬영이 있는 날이다. 감독의 OK 사인이 떨어지기까지 얼마나 물속에 잠겼다 나왔다를 반복해야 하는지.... 덩달아 소름이 돋아 솥단지에 불을 지피고 있는 할머니옆으로 쪼르르 달려가 곁불을 쬐었다.
한밤중에, 사투리도 안쓰는 사람들이 한무더기 왔으니, 할머니는 그것이 궁금하셨나 보다. 어디서 왔냐, 뭐하는 사람들이냐 시시콜콜 질문을 한다.
-전부 기자들이에요......저만 빼고...
-높으신 양반들이구만, 뭐다러 왔대요?
-영화찍는거 취재하러요....자기 딸 유괴한 사람한테 복수한대요...
-복수라고라? 안되지라...사람이 물 흐르드끼 살아야제...유괴하고 죽이고 그라면 쓰간디? 높으신 양반들이 뭐 할 일이 없어서, 참말로....
할머니는 '높으신 양반'들이 단체로 복수하는 것 구경간다고 영 못마땅해 하신다. 착한 영화도 많고 웃기는 영화도 널린 마당에 하드보일드를 표방하는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복수는 나의 것]이 한국 영화 흐름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할 것인가. 새로운 트랜드의 시조가 될 것인지 아니면 '좋은 영화'라는 칭찬과 평론가들의 호평만 받는 'Paper Movie'가 될지, 아무튼 내일은 클라이맥스 촬영이고 배팅은 시작됐다.

풍상이 섯거친 나레

구름이 무겁게 가라앉은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대체로 맑겠으나 비올 확률이 30%"라는 오묘한 일기예보가 오늘 있을 험난한 촬영을 예고해주고 있는 듯 하다. 촬영장은 70~80여 명의 스텦과 취재진으로 북적거렸다. 최고의 흥행배우로 자리잡은 송강호와 충무로의 가장 기대되는 차세대 주자 신하균, 갈수록 연기에 폭과 깊이를 더해가는 배두나,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처음 메가폰을 잡은 박찬욱 감독의 야심작, 타이틀은 충분하다못해 넘치니 이제 영화를 볼 차례다.
오늘 촬영할 분량은 송강호가 신하균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살해하는 장면과 다시 끌고 나오는 장면까지다. 날이 갈수록 과학이 발달해 불 속에서 견딜 수 있는 방법들은 발전하는데 물 속에서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장비는 없다고 걱정하는 스텦과 입김이 나오지 않도록 입에 얼음을 물고 있어야 한다는 감독의 말이 교차된다.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추위를 걱정하는 말이고 그만큼 날은 불을 끼고 있지 않으면 몸이 떨릴 정도로 추웠다.
011이 아닌 휴대폰은 시계 구실밖에 못하는 전북 순창의 [복수는 나의 것] 마지막 촬영 현장, 눈이 내린다. 첫눈이다. 마지막 촬영 때 눈 오면 대박이라는 말 혹시 없나요?
"그런 말이 있기도 해요. 하지만 마지막 촬영 때 눈비맞고 망한 영화도 많지요. 절망하지 말라는 말이겠죠. 조건이 아무리 안좋아도 힘내서 찍으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의 우문과 감독의 현답이다.
첫눈은 힘없이 물러가고 맑는 듯 하다가 바람이 불더니 비가 내린다. 웅덩이에 고인 물은 한낮이 되도록 녹지를 않고 자연조명을 쓰는 영화는 하늘만 바라보다 자꾸 촬영이 지연되었다. 풍상이 섯거치던 험난한 날처럼 그렇게 촬영도 고된 행군을 하고 있었다.

너 이새끼야, 왜 연극 안해?

촬영장에 도착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미술팀이 만들어 놓은 다리이다. 가을색은 갈색이라는 말 처럼 산의 색깔이 바뀌기를 기다렸던 촬영팀의 섬세함에 보답하려는 듯 다리는 물과 산, 그리고 영화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하나의 소품이지만 마치 설치미술품과 같아 영화에 들이는 공이 어느정도인지 일면 짐작하게 해준다. 영화에 대한 애정을 측정할 절대적인 잣대는 없겠지만 촬영장의 느낌을 전하자면 송강호의 모습이 단연 돋보였다. 힘들게 출연 결정을 내렸다는 모습과는 달리 그는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영화와 조금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았다. 취재진에게 보이는 매너는 물론 영화에 대한 설명, 영화에 임하는 각오 등 왜 그가 스타가 될 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아역 배우들의 촬영시간, 모니터를 보고있는 박찬욱 감독 옆으로 송강호가 슬며시 다가왔다.
"그런데, OO형이 술이 이만큼 취해가지고 오는기야. 날 딱 보더니 '너 이새끼야 왜 연극 안해?' 하면서 갑자기 주먹을 그냥 확~" 촬영 준비를 지켜보는 감독 옆에 엉거주춤 서서 손짓 발짓을 섞으며 신변잡기를 술술 털어놓는다. 송강호는 연극배우 출신이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고 [초록 물고기]에서는 너무나 '양아스러워' 정말 현직 양아치를 캐스팅한게 아니냐는 질문까지 나오게 만든 배우다. 그래서인지 그는 영화에 누구보다 푹 빠져있는 모습이다. 저녁을 먹으며 [복수는 나의 것] 홍보팀에서 지나가는 말처럼 푸념 아닌 푸념을 한다.
"송강호씨는 정말 영화를 찍으면 찍을수록 영화에 빠져드는 것 같에요. 갈수록 (극중 인물처럼)피폐해지고...힘들게 촬영 끝내고 숙소에 들어와서도 잠자는 사람 붙들어서 자꾸 영화 얘기 하자고 하고..."
스타를 만나는 느낌과 배우를 만나는 느낌은 그렇게 다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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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ldk209
난 아직도 <복수는 나의 것>의 몇 장면을 떠올리면 온몸이 찌릿찌릿 전기에 감전된 듯 전율이 인다....   
2009-04-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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