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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 샤오시엔 감독 <자객 섭은낭> 기자 간담회
2016년 1월 27일 수요일 | 이지혜 기자 이메일

<자객 섭은낭>(수입/배급: (주)영화사 진진) 언론 시사회가 27일 오전 10시 30분 롯데 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참석했다.

<자객 섭은낭>은 자객으로 길러진 고관대작의 딸 섭은낭이 옛사랑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서 빚는 갈등을 그린 작품. 영화 연출을 맡은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1980년 <귀여운 소녀>로 데뷔해 1989년 <비정성시>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후 2007년 <쓰리 타임즈>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으며 전세계적인 거장 감독으로 발돋움 했다. 서기, 장첸, 츠마부키 사토시 주연의 <자객 섭은낭>은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8년 만에 연출한 작품으로 감독에게 제 68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안겨주며 그의 건재함을 입증했다.

아래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과의 일문일답.

한국에 온 소감을 말해달라.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자객 섭은낭>으로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영화는 8년 만의 컴백작이자 감독 자신의 첫 무협영화다. 어떻게 구상하게 된 건가?
1950년대 대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학교 도서관에서 무협 소설을 많이 읽었다. 특히 쥘 베른의 소설들을 좋아했다. 무협 장르를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내 현실주의자적인 기질 때문에 할 수 없었다. 나는 검투사들이 중력을 무시한 채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배우들의 두 발이 땅에 닿아 있는 게 좋다. <자객 섭은낭> 속 결투 신은 대체적으로 무술 액션의 전통을 따르지만 극의 중심은 아니다. 특히 난 내 배우들을 먼저 생각했다. 제 아무리 안전장치를 많이 설치해도 검투 신들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주연인 서기는 액션신을 소화한 후 멍투성이가 됐다. 나는 쿠로사와 외 여럿이 만든 일본 사무라이 영화 제작진의 독특한 마인드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들은 액션 그 자체보다도 사무라이로서의 삶에 완벽히 빙의되는 걸 우선하더라.

‘당나라’로 영화의 배경을 설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
난 당 왕조의 어려 전기들을 알고 있으며 고교시절과 대학시절에 즐겨 읽어왔다. 그 시대의 문학작품들은 일상의 디테일로 가득 차 있기에 현실적이다. <자객 섭은낭>은 그 중 하나인 ‘섭은낭 고사’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긴 시간을 들여 그 시대에 대한 많은 해설과 역사적인 기록들을 읽었고 그 시대 사람들의 밥 먹는 방식, 옷 입는 방식에 익숙해지고자 했다. 아주 작은 디테일에도 신경 썼다. 이야기의 정치적 맥락도 매우 중요했다. 한때 맹위를 떨쳤던 당 왕조는 후기에 들어서는 지방 세력에게 권력을 위협 당했고 그 중 일부는 독립적 지위를 요구하기도 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당 후대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수비대가 당 황제를 위협하는 상황을 바탕으로 한다.

<자객 섭은낭>은 배우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다.
영화에서 ‘마경소년’으로 분한 츠마부키 사토시는 얼굴 자체가 깨끗하다는 느낌을 주는 배우다. 얼굴에서 순진무구함, 설득력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현장에 있는 모든 스텝들이 사토시를 좋아했다. ‘섭은낭’을 연기한 서기는 전작 <밀레니엄 맘보>와 <쓰리 타임즈>에서 같이 작업했었다. 그녀는 홍콩에 살고 있는 차분한 젊은 여성이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독립적이며 고독한 여자다. <쓰리 타임즈>에 출연했던 장첸은 성실하고 조용한 성격이다. 두 배우는 자존감이 높을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존중심 역시 깊다. 그런 자세는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덕목이다. 그렇기에 다른 배우들을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수채화, 수묵화를 방불케 한 영화 속 배경이 무척 아름답다. 촬영지는 어디인가?
대부분 중국 대륙에서 촬영했다. 해발 1700~2000m 가량의 고산지대 호수에서 찍은 장면도 있다. 인적이 드문 곳이다 보니 원시림의 모습이 잘 보존돼 있더라. 세트신은 대부분 대만에서 촬영했다. 당나라 시대의 건축물이 나오는 장면은 일본에서 찍었다. 그 시대의 옛 건물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무협영화가 남성 자객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 반해 이 영화는 여성 자객을 그리고 있다. 왜 여성 자객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나?
난 항상 여성의 편이다. 여성들은 고유의 감각을 지녔고 현실에 대한 사유 방 역시 더 복잡하다. 남성들은 이성적이고 지루한 데 반해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은 더 정교하고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여성들의 세상이나 심리가 남성들의 것보다 흥미롭게 다가온다. 게다가 여성들의 복잡함은 여성 개인 간에도 매우 다르다. 영화 속에서 ‘전계안’의 부인 ‘전원씨’는 자기 가문의 이익을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 반면 자객인 ‘섭은낭’은 의무와 사랑 사이에서 고뇌한다. 독립, 결심, 고독, 이 세 가지의 감정이 내 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특징인 것 같다.

영화 중간에 화면비율을 달리 하는 게 흥미로웠다.
디지털 기술 덕에 나는 전통적인 기술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예전에는 화면비율을 바꾸는 게 어려웠으나 지금은 만화에서 컷 크기가 바뀌는 것처럼 영화의 화면 크기 역시 바꿀 수 있게 됐다. 이를테면 여자 캐릭터가 칠현금을 치는 장면에서는 칠현금 전체를 보여주기 위해 화면을 길게 했다. 익숙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시도에 집중해봤다.

중국 역사, 특히 대만의 역사를 성찰하는 작품을 만들 생각은 없나?
대만 역사에 대해서는 많은 책을 읽고 접해왔다. 원래는 대만 역사와 관련된 영화를 만들고자 했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투자자가 없더라. 작년에 한 명의 투자자가 나서기도 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의논을 해 보니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는 것을 기피했다. 내 입장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을 무조건 직접적으로 담아내고 싶었기에 투자자와의 입장 차가 좁혀지질 않았다. 지금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건 없다. 대만의 역사에 대한 것, 그리고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작업할 계획이다.

<자객 섭은낭>은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서구 평단이 어디에 매료된 거라고 생각하나?
왜 이렇게 좋아해주는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열심히 하다 보니 좋아해 주는 게 아닐까. 실제로 나는 영화 촬영장소와 배경을 찾아내는 데 오래 걸렸다. 땅에 건물을 지었다가 부수고 다시 짓기도 했다. 이 일을 맡아 줄 건축관련 업계 전문가를 찾기도 힘들었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에 좋아하는 것 같다.

마지막 인사말.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러 왔으면 좋겠다. <자객 섭은낭>은 이전의 무협영화와는 굉장히 다르다. 이 안에 무협액션 뿐만 아니라 스토리와 감정도 담겨 있다. 내 전작과 비슷한 시리즈로 보면 된다.

이 기사는 감독과의 기자간담회와 보도자료 내용을 일부 발췌해 작성됐습니다.

2016년 1월 27일 수요일 | 글_이지혜 기자 (wisdo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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