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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세월호와 함께 상식도 뒤집혔다 <업사이드 다운> 기자간담회
2016년 4월 1일 금요일 | 이지혜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지혜 기자]
<업사이드 다운>(제작: 프로젝트 투게더) 언론 시사회가 31일 오후 4시 30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감독 김동빈과 세월호 유가족 김현동(故 김다영 양 아버지), 홍영미(故 이재욱 군 어머니)가 참석했다.

<업사이드 다운>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아버지 4명과 사회 각계의 전문가를 인터뷰한 다큐멘터리로, 세월호 참사의 사회구조적 원인을 밝힌다. 연출을 맡은 김동빈 감독은 재미교포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군 7명에 대한 다큐멘터리 <Vermont Fallen>의 선임제작자로 참여한 바 있다.

아래는 <업사이드 다운> 기자 간담회 전문이다.

다큐멘터리 <업사이드 다운>을 촬영하게 된 계기는 뭔가?
김동빈 감독(이하 ‘감독’): 미국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하던 중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하게 됐다. 내가 지금 사람들이 수장되고 있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구나, 싶어 몹시 애통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해보니 한국에 와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이더라.

영화에 인터뷰이로 출연했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뭔가?
김현동(故 김다영 양 아버지)(이하 다영 아빠): 2014년 4월 16일 이전까지만 해도 난 남들과 같은 평범한 가장이었다. 가족을 잘 지키고 일상적인 행복을 누리는 게 내 꿈이었다. 그러다 내 아이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됐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환갑 기념으로 제주도로 여행 가던 어르신들, 제주도로 이사가던 일가족 등 일상적인 행복을 꿈꾸던 사람들이 죽고 말았다. 관계기관의 책임자에게 내 아이가, 왜 이들이 죽었는지 물었지만 그들은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6분 17초면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해경을 비롯 그 어떤 기관들도 희생자를 구조하지 않았다. 피해 가족을 수습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내 상식을 무참하게 짓밟은 거다. 이런 것을 널리 알려 우리 사회가 정상성과 상식을 회복하길 바랐다. 이를 위해 유가족들과 내가 거리에 나와 호소하고 있는 거다. <업사이드 다운>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영화를 본 소감은?
홍영미(故 이재욱 군 어머니)(이하 재욱 엄마): 6개월 전쯤에 <업사이드 다운>을 봤다. 그때 보고 오늘 다시 보니, 그동안의 생활이 오버랩되는 것 같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내가 천국에서 살고 있다고 믿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건강한 몸과 정신, 세상을 누리다가 내 아이에게 물려주는 게 삶의 목표였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이 모든 것을 뒤엎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2년 동안 지옥을 맛봤다. 천국과 지옥이 백지 한 장 차이더라. 어떨 땐 이 지옥같은 세상에 내 아이가 살고 있지 않아서 차라리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다. 알고 싶지 않은 세상을 세월호 참사로 알아버렸다. 내겐 이 지옥을 천국으로 만들어야 할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18살의 영혼들이 목숨을 내려놓으면서 보여준 지옥을 밝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앞서 <나쁜 나라>가 자극적이었다면 <업사이드 다운>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이 메시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길 바란다.
다영 아빠: 세월호 참사 이후에 언론 보도가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치인들의 당리당략으로 진실에 대한 접근이 차단됐단 것도 알게 됐다. 몇 푼의 돈 때문에 참사가 발생했는데 몇 푼의 돈 때문에 진실이 가려지더라. 이 과정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파렴치한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돈을 중심으로 정치 세력들이 이익다툼을 하면서 세월호의 본질이 가려진 거다. <업사이드 다운>이 말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며 교훈을 얻지 않는 이상,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말했다.
다영 아빠: 요새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오늘이 참사가 발생한지 715일째다.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 내 삶의 목표가 사라졌다. 집에 가면 아이 생각으로 무기력해진다. 다영이 엄마는 지금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해 거의 집에서 누워있기만 한다. 참사 이전에는 다영이를 다 키운 이후의 내 노후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국가는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들을 위한 공동체다. 국민들도 이를 알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거다.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한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된다. 다만 확실한 건 이런 아픔을 겪는 사람이 우리가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사실 뿐이다.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 보려 한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싶다.
재욱 엄마: 엄마로서 할 말이 참 많다. 하루 아침에, 아무런 이유 없이 영혼들을 보내야 하는 상황을 아직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지금도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난다.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 침몰이 대한민국 양심 침몰이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세월호 인양이 대한민국 양심을 인양하는 일이라 말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마치 종합 백화점처럼, 모든 문제점들의 총합체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는 한 세월호는 해결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가 보여준 문제들을 해결하고, 생명의 가치로 승화시켜 희생된 아이들의 목숨을 꽃으로 피워내야 한다. 이것을 위해 내가 지금 움직이고 있는 거다. 중요한 일을 앞둔 날이면 아직도 내 아이가 꿈에 나온다.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비록 아이의 몸은 떠나보냈지만 마음은 연결돼 있다. 엄마란 그런 것이다. 나는 비록 아이를 지키지 못했지만 다른 엄마들은 아이를 지켜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많은 엄마들도 여기에 공감했기 때문에 함께 움직여 주는 거겠지. 그런 의미에서 엄마의 노랑손수건, 0416멤버들은 유가족보다 더 유가족인 것처럼 슬퍼하며 마음에 뜻을 품고 동조해주고 있다.

왜 ‘아버지’를 인터뷰이로 삼았나?
감독: 국회로 취재를 나가면서 희생된 학생들의 아버지를 봤다. 한국 사회 가장들은 슬퍼도 슬프다 말하기 어렵다. 슬픔을 말하지 못하는 아버지들의 뒷모습에서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이빙벨>부터 시작해서 <나쁜 나라>와 <업사이드 다운>에 이르기까지 세월호 다큐멘터리를 배급하고 있다. 언론 시사회 감회가 어떤가?
시네마달: <다이빙벨> 개봉을 위해 부산에 가서 유가족들을 처음 만났다. 그때 유가족들의 표정과 지금 유가족들의 표정은 아주 많이 다르다. 점점 우리를 신뢰했다. 참사 이후 2년 동안 유가족들이 ‘내 편이 많구나’를 느꼈던 것 같다. 영화가 여기에 기여했다고 본다. 물론 세월호 관련 영화를 개봉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배급사로서 세월호 영화를 관객에게 소개시켜줌으로써 유가족들을 대중과 연결해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문턱이 존재한다. 멀티플렉스에서 <업사이드 다운>이 상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끝인사
감독: 영화를 보며 모두 함께 사회에 대해 고민하길 바란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히 유가족들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각종 병폐들이 참사를 낳은 것이기 때문이다. 유가족이나 피해자를 적으로 내몰기 보단 이들을 품에 안으며 공감함으로써 사회 안전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재욱 엄마: 곧 2주기를 맞이한다. 막연하게 2주기, 3주기 추모를 하고 싶진 않다. 매 주기를 지나면서 우리 사회와 함께 성장해나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웃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번 2주기 추모는 추모의 물결을 만들자는 맥락에서 4월 16일에 추모제를 준비하기로 했다. 안산시와 광화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안산에서는 4월 16일, 오전 10시부터 추모제가 시작되며 추모 행진도 이뤄질 예정이다. 광화문에서는 저녁 7시부터 추모제가 있을 것이다.
다영 아빠: 우리가 마지막 유가족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싸우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다시는 세월호 참사같은 국민적 아픔이 재발되지 않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2016년 4월 1일 금요일 | 글_이지혜 기자 (wisdo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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